좀비기업 먼저 겪은 일본판 '원샷법' 들여다보니

머니투데이 권다희 기자 2015.11.09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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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산업구조 변동, 사면초가 구조조정]日 산업경쟁력강화법 시행…경영악화 '샤프'도 지원

일본은 경제활력 상실과 한계기업 양산을 오랜 기간 겪어 왔다. 1990년대 초 부동산 버블이 꺼진 뒤 부터의 이 기간은 흔히 '잃어버린 20년'으로 표현된다. 버블 붕괴 후 일본에선 저리 대출 등 금융지원으로 한계기업 문제가 심각해졌다. 일본에서 금융지원을 받은 기업 비중은 1980년대 초 3%대 안팎에 불과했지만, 1990년대 초 10%를 넘어서며 1996년엔 15%를 상회했고 2000년대 초반까지도 이 수치는 낮아지지 않았다.

결국 한계기업 문제 극복을 위해 세제혜택 등 법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일본은 '잃어버린20년'의 중간지점인 1999년에 '산업활력법'을 제정해 기업 구조조정을 지원했다. 이후 지난해 1월 아베노믹스 '세번째 화살'의 일환으로 기존 법을 강화해 '산업경쟁력강화법'을 실시했다. 새누리당이 지난 7월 발의한 '원샷법'도 바로 이 산업경쟁력강화법을 벤치마킹했다.



아직 아베노믹스 세번째 화살이 효과를 내고 있느냐에 대해선 이견이 있지만, 일단 기업들의 이용도 면에선 높은 성과를 거뒀다. 산업경쟁력강화법은 '과잉규제, 과소투자, 과소경쟁'을 극복하자는 취지로 기업에 세제 혜택이나 정책금융 지원을 주는 것이 골자다. 일본 기업들은 특히 생산성 향상 설비투자 촉진세제, 사업재편을 이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중 인수합병(M&A) 등 구조조정에 인센티브를 주기 위한 사업재편은 구체적인 생산성향상 지표 등을 충족한 기업에 등록이나 면허세 경감 등의 지원을 제공한다. 일본 산업성(제조업, 유통 및 소매업), 금융청(금융기관) 등 주무부처장에게 '사업재편계획'으로 인정 받으면 3년 내 수정 총자산이익률(ROA) 2%포인트(p) 향상, 유형고정자본회전율 5% 향상' 등을 달성하는 방식이다.



주력 사업인 LCD(액정표시장치) 패널 사업 부진으로 경영난을 겪고 있는 샤프전자도 최근 사업재편계획을 승인받아 세제혜택의 대상이 됐다. 샤프는 한때 일본 3대 가전업체였으나 올해 3월 끝난 2015회계연도에 2220억엔(약 1조9887억원)에 이르는 손실을 냈고 올해도 1000억엔 이상의 손실을 기록할 전망이다. '중소기업'으로 간주돼 세제혜택을 보기 위해 99% 이상 감자(1200억엔인 자본금을 1억엔으로 축소)하는 극약처방까지 추진했지만 비난 여론에 밀려 중단한뒤 산업경쟁력강화법에 손을 벌렸다.

앞서 미츠비시중공업과 히타치제작소의 화력발전 시스템 부문 통합도 이 법의 승인 1호 안건으로 채택됐던 건이다. 이 경우는 경영난 타개 보다 글로벌 경쟁에서 좀 더 높은 경쟁력을 얻기 위해 선제적으로 단행한 사업재편이란 의미가 있다. 작년 1월 미쯔비시중공업이 65%, 히타치제작소가 35% 씩 출자한 히타치 파워 시스템은 세계적인 경쟁이 격화되고 있는 화력발전시스템, 연료전지, 환경장치 등의 사업부문을 통합해 세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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