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 교과서 헌법소원 딜레마에 빠진 野…"신중하게 검토"

머니투데이 최경민 기자 2015.11.06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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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 보수화된 헌법재판소 구성에 따른 기각 '후폭풍' 우려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역사교과서 국정화 저지를 위한 시도당 및 지역위원장 연석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이날 문 대표는 "황교안 국무총리가 역사교과서 국정화 담화에서 '1948년 8월15일 대한민국이 건국됐는데, 이를 정부수립이라고 하는 등 현행교과서가 대한민국을 폄하했다'고 주장했다"고 말했다. 2015.11.5/뉴스1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역사교과서 국정화 저지를 위한 시도당 및 지역위원장 연석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이날 문 대표는 "황교안 국무총리가 역사교과서 국정화 담화에서 '1948년 8월15일 대한민국이 건국됐는데, 이를 정부수립이라고 하는 등 현행교과서가 대한민국을 폄하했다'고 주장했다"고 말했다. 2015.11.5/뉴스1


새정치민주연합이 한국사 국정 교과서 헌법소원을 놓고 딜레마에 빠졌다. 헌법재판소가 보수화됐다는 판단 아래, 헌법소원이 기각될 경우 오히려 국정 교과서의 정당성을 보완해주는 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의 문재인 대표는 6일 최고위원회의가 끝난 직후 기자들과 만나 한국사 국정 교과서 확정고시에 관한 헌법소원 추진에 대해 "신중하게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문 대표는 "헌법소원을 할 것인지, 한다면 어느 시기에 하는 게 바람직한 것인지 법률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며 "헌법소원의 주체가 누가 될 것인지도 신중한 검토가 필요한데, 시민사회에서 적격자들이 헌법소원을 추진한다면 굳이 우리가 나서지 않아도 될 것"이라며 신중한 검토를 거듭 강조했다.

당초 새정치연합은 정부의 국정 교과서 추진에 대한 강력한 법적대응 수단 중 하나로 헌법소원을 고려해왔다. 문 대표가 지난 4일 대국민담화를 통해 직접 헌법소원의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국정 교과서의 경우 헌법 제22조에서 명시한 학문의 자유, 헌법 제31조에서 명시한 교육의 자주성·전문성·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하지 못하기 때문에 위헌성을 지적할 수 있다는 계산이었다. 특히 지난 1992년 헌법재판소가 '검인정 교과서가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하는 헌법정신에 맞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던 적도 있다.

하지만 당 내에서 최근 헌법소원에 대한 신중론이 고개를 들었고, 이에 문 대표도 '신중한 검토'를 언급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새정치연합 내에서는 헌재의 구성 자체가 친정부쪽으로 기울었기 때문에 헌법소원이 기각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헌법소원이 기각된다면 마치 국정 교과서의 정당성을 입증해주는 것처럼 비춰질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당의 전략기획위원장인 진성준 의원은 아예 헌법소원을 제출하지 않을 수 있다는 뜻도 내비쳤다. 진 의원은 이날 PBC라디오를 통해 "법조계에서 '법리적으로 헌법소원이 인용될 가능성이 전혀 없다'는 판단이 나온다면 구태여 헌법소원까지 제기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며 "헌재 구성 자체가 보수 일변도로 돼 있어서 현실적으로 위헌판결을 받을 수 있겠는가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새정치연합 관계자는 "진성준 의원의 발언은 당 지도부와 조율을 한 내용은 아니다"며 "헌법소원의 경우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어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과 협의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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