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학자 "1948년 자랑스런 정부수립…건국절 그들의 해석"

머니투데이 김성휘 기자 2015.11.03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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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野 비주류 "민생도 챙겨야"-조광 교수 "민의 저버리고 민생 논할 수 있나"

 황교안 국무총리가 3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역사교과서 국정화 확정 고시 담화문을 발표하고 있다. 2015.11.3/뉴스1 황교안 국무총리가 3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역사교과서 국정화 확정 고시 담화문을 발표하고 있다. 2015.11.3/뉴스1


 조광 고려대 교수가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예결위회의장에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을 대상으로 국정교과서 관련 강연을 하고 있다. 2015.11.3/뉴스1 조광 고려대 교수가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예결위회의장에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을 대상으로 국정교과서 관련 강연을 하고 있다. 2015.11.3/뉴스1
1948년 8월15일 명칭을 정부수립일이 아니라 건국절로 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야당이 3일 주최한 역사학자 강연에서 "사건(사실)과 해석을 혼동하는 경우"라는 반박이 나왔다.

황교안 국무총리는 이날 역사교과서 국정화 대국민담화에서 "대한민국은 '정부 수립'으로 마치 국가가 아니라 정부단체가 조직된 것처럼 의미를 축소하는 반면, 북한은 '조선 민주주의 인민 공화국' 수립으로 건국의 의미를 크게 부여해 오히려 북한에 국가 정통성이 있는 것처럼 의미를 왜곡 전달하고 있다"고 현행 교과서를 비판했다.



이와 관련 조광 고려대 명예교수는 새정치민주연합이 국회에서 연 의원총회 초청강연에서 "일부 인사들이 (1948년 8월15일을) 건국이지 정부수립이 아니라고 주장하는데 그건 그들의 해석"이라고 말했다.

조 교수는 "북한은 이어받을 국가가 없었기 때문에 건국, 반면 대한민국은 이어받을 정부로 임시정부가 엄연히 있었다"며 "그러니 그 당시 공식용어가 정부수립이지 건국은 아니었던 것이고 역사학자들은 그 사건을 그대로 적은 것"이라고 했다.



또 "자랑스런 민족의 전통이 (대한민국에) 있어 '정부수립'이라고 자신있게 얘기할 수 있었다"며 "해석은 해석으로 남아야지, 해석이 역사적 사실로 둔갑되면 결코 올바른 역사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이어진 문답에서도 "임정 수립은 대단한 역사적 사건이고 25년간 임시정부 간판을 내리지 않은 것도 이례적"이라며 "임정 전통을 우리가 따른다는 것은 매우 자랑스럽고, 굴하지 않는 정신에서 나라의 미래를 바라볼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해 온 조 교수는 남북분단 특수상황에서 통일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국정교과서가 필요하다는 논리에는 "통일을 위해 다양한 사고가 필요하니 그건 거짓말"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우리 헌법정신은 평화통일이고 남북관계에서도 평화를 찾아야 하는데 지금 국정화 교과서가 추구하는 것은 대결구도이지 평화가 아닐 것"이라며 "그런 측면에서 국정화교과서는 반통일적 반헌법적이라고까지 생각된다"고 했다. 또 "원래 (교과서) 국정화 주장은 북한이 한 것이니 국정화 주장은 종북"이라고 말했다. 이에 일부 의원들로부터 박수도 나왔다.

문재인 대표가 '고시를 강행하면 역사학계는 어떻게 대응할 것이냐'고 묻자 "제가 아는 범위에서 구체적인 대안은 안 나와 있다고 보인다"면서도 집필거부나 국정교과서의 문제점을 알려주는 캠페인 등 불복종 운동이 일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조 교수는 "요즘 교과서는 정부에 맡기고 민생에 치중하자는데, 민의를 저버리고 민생을 논할 수 없다"며 "민의를 저버리고 민생을 내세운 결과가 유신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 자리에선 이미 고시가 된 만큼 이 문제가 계속 여야 충돌로 비치면 지나치게 정치쟁점화하고 야당도 부담스럽다는 인식도 드러났다. 학계와 시민사회가 국정교과서 반대를 주도하고 정치권은 뒤로 물러나자는 의견이다.

주승용 최고위원은 "정치인들이 불신 집단으로 매도돼 저희가 말하면 오히려 안 믿으려 하는 것도 있고 (야당이) 민생문제도 챙겨가면서 국정화 반대를 서포트했으면 한다"며 "앞장서 주시면 좋겠다"고 조 교수에게 요구했다.

정세균 의원도 "야당은 당연히 야당으로 역할을 하겠지만 언론과 학계에서 좀더 확실하게 현재 교과서가 문제가 있는지 없는지 말씀 해주시면 국민들 판단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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