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삼계탕 中수출 길 열렸다…상하이서 원화 사고판다

머니투데이 이상배 기자 2015.10.31 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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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 한중 양자회담 계기 17개 MOU·금융협력 합의문 서명…'한중 산업협력단지' 지정

박근혜 대통령이 2014년 10월16일 오후(현지시간) 이탈리아 밀라노 국제회의장에서 리커창 중국 총리와 정상급회담을 한 뒤 악수를 하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청와대박근혜 대통령이 2014년 10월16일 오후(현지시간) 이탈리아 밀라노 국제회의장에서 리커창 중국 총리와 정상급회담을 한 뒤 악수를 하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우리나라의 쌀과 삼계탕을 중국에 수출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또 해외 첫 원화 직거래시장이 상하이에 개설된다. 한중 양국에 상호 수출 및 투자 확대를 위한 '한중 산업협력단지'도 지정된다.

한중 양국 정부는 31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과 리커창 중국 국무원 총리의 정상급회담 직후 경제협력과 관련된 17개의 양해각서(MOU)와 금융협력 합의문에 서명했다.



MOU에 따라 한국산 쌀, 삼계탕에 대한 중국의 검역 검사 기준이 마련돼 우리 쌀과 삼계탕을 중국에 수출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우리 정부가 2006년 삼계탕, 2009년 쌀에 대한 수입을 요청한 뒤 각각 9년, 6년 만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번 MOU 체결로 12억2000만달러(1조4000억원) 규모의 중국 쌀수입 시장에 진출할 기반이 마련됐다"며 "양국간 쌀 교역의 형평성 문제도 해소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중국으로부터 20만5000톤의 쌀을 수입한 반면 중국에 쌀을 수출하지는 못했다.



또 양국은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한중일 FTA(자유무역협정) 등 역내경제통합에 대한 논의 진전을 위한 협력에도 합의했다. 중국이 주도하는 경제블럭인 RCEP은 미국 중심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대응하는 성격을 띠고 있다. 한중 정부는 올해 중 RCEP 타결을 목표로 그동안 10차례에 걸쳐 협상을 가졌으나 아직 접점을 찾지 못했다. 한중일 FTA는 중국은 적극적인 반면 일본은 유보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논의가 탄력을 받지 못하고 있다.

아울러 양국은 한중 FTA의 연내 발효를 위해 노력한다는 입장도 거듭 확인했다. 현재 우리나라에선 한중 FTA 비준동의안이 국회에 계류 중이며 중국에선 국무원 심사 등 비준 절차가 진행 중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 27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한중 FTA의 경우 비준이 늦어지면 하루 약 40억원의 수출 기회를 잃어버리게 된다"며 국회의 조속한 한중 FTA 비준동의안 처리를 촉구한 바 있다.

한편 중국은 우리나라로선 첫번째 해외 원화 직거래시장인 상하이 원화-위안화 직거래시장을 조속히 개설하고 거래 활성화를 위해 협조키로 했다.


원화-위안화 직거래란 달러화 등 다른 통화를 거치지 않고 곧장 원화와 위안화를 사고 파는 것을 말한다. 기업이나 개인 입장에선 중국내 환전이 쉬워지고, 환전 수수료와 환위험이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 정부가 추진 중인 원화 국제화도 탄력을 받을 수 있다.

원화-위안화 직거래는 지난해 12월 서울에 위안화 청산은행이 출범한 뒤 지금까지 국내에서만 가능했다. 상하이거래소의 원화-위안화 직거래시장은 이르면 다음달 개설될 예정이다.



또 중국 정부는 우리 정부가 중국 채권시장에서 위안화표시 국채의 발행을 허용하고 지원키로 했다. 중국 정부가 중국내 채권시장에서 다른 나라의 국채 발행을 허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우리 정부가 위안화로 채권을 발행하는 것도 최초다.

중국 주식·채권시장에 투자할 수 있는 기관투자자인 '위안화 적격외국인투자자'(RQFII)의 투자한도(쿼터)도 현행 800억위안(14조원)에서 1200억위안(22조원)으로 확대된다. 홍콩에 이어 세계에서 두번째로 큰 규모다.

한국과 산동성과의 금융협력 강화도 앞으로 한국 소재 국내은행들이 산동성에 있는 기업에게 위안화로 대출을 할 수 있게 된다. 산동성내 크라우드펀딩 시범사업 추진, 산동성 자본시장과 우리 코스닥 간 협력 촉진방안 등도 검토되고 있다.



아울러 양국은 우리나라의 '제조업혁신 3.0 전략', 중국의 '중국제조 2025' 등 각각의 제조업전략을 연계해 협력키로 했다. 특히 세계최대인 27억달러(3조원) 규모의 중국 로봇시장 진출을 위한 로봇 분야 협력에도 합의했다.

우리 기업의 중국 내수시장 진출과 중국 기업의 한국 투자 확대를 위한 한중 산업협력단지도 지정키로 했다. 한국의 새만금과 중국의 산동성 연태시, 강소성 염성시, 광동성 등이 대상이다. 양국 온라인 거래시 소비자 피해 해소 등을 위한 협력도 강화키로 했다.

제3국 시장 공동 진출을 위해 우리나라의 기술·디자인과 중국의 자본력을 결합한 협력 모델 개발과 금융조달을 위한 '한·중 협력기금' 설치도 추진된다. 양국은 지난해 10월 한중 어업공동위원회에서 채택된 '불법어업방지 공동합의문'의 충실한 이행을 위해서도 노력키로 했다.또 우리나라의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와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 간 연계도 강화키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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