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대출 단속…"불씨 살아나는데 찬물 '어게인 2012' 될라"

머니투데이 진경진 기자, 김사무엘 기자 2015.10.28 0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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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대출發 분양시장 급랭 오나]<2>"예측이 가능도록 단계적으로 진행돼야"

@머니투데이 김지영 디자이너@머니투데이 김지영 디자이너


금융감독당국이 신규분양아파트 집단대출 급증에 우려를 표하며 사실상 단속에 들어가자 건설업계는 과거의 악몽을 떠올리고 있다.

장기간 침체됐던 신규분양시장이 주택담보대출 규제완화정책과 중도금 무이자·저금리 혜택 등 수요자들의 부담을 낮추는 방식으로 간신히 활기를 되찾았는데 이번 규제로 시장 분위기가 허무하게 가라앉을 수도 있어서다.

건설업계는 이미 분양시장 급랭을 걱정한다. 한 건설업체 관계자는 28일 “집 사라고 대출규제를 완화해준 때가 엊그제인데 이제 시장이 좀 살아나 사업을 적극 추진하려고 하는 상황에서 다시 정부가 찬물을 끼얹고 있다”며 “이렇게 정책이 오락가락해서 어떻게 일을 하겠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또다른 건설업체 관계자는 “사업이 예정된 곳을 개발하지 않을 수도 없고 그렇다고 사업을 진행했다가 악성 미분양이 되면 연쇄적으로 다른 사업장마저 타격을 입을 수도 있고 궁극적으론 기업이 위태롭게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더 큰 문제는 입주시기가 돌아오는 2~3년 뒤다. 주택경기 침체와 함께 입주시기에 아파트 시세가 분양가를 밑돌 경우 입주자들이 대출금 상환 거부와 함께 은행과 건설업체를 상대로 소송에 나선 2012년의 상황이 재연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미국 금리인상 전까지 최대한 많은 물량의 분양을 끝마쳐야 한다는 긴박감으로 한동안 분양물량은 크게 늘 것”이라며 “분양가상한제 폐지 이후 높아진 분양가에 공급과잉, 대출규제가 겹치면 최악의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올해의 경우 단기간에 분양시장이 달아오른 만큼 주택경기 침체도 이전보다 더욱 빠르게 진행될 수 있다”며 “주택경기가 급랭한다면 현 분양물량의 입주시기가 돌아오는 2~3년 후 시장 충격은 2012년 수준을 크게 웃돌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2012년엔 앞서 분양받은 아파트값이 주변 시세의 70~80% 수준까지 떨어지는 상황이 발생하자 입주계약자들이 대출금 상환을 미루고 대신 공급업체와 은행을 상대로 분양계약 해지, 채무부존재소송 등을 제기했다.


마구잡이식 분양에 나섰던 업체와 엄격한 기준 없이 대출을 승인해준 은행에도 일정부분 집값 하락의 책임이 있다는 주장이었다.

강경완 대한건설협회 시장개척실장은 “금리인상, 규제강화 등으로 주택수요가 줄어들기 전 남아있는 물량을 처분하기 위해 건설업체들이 오히려 분양을 앞당길 수 있다”며 “가계부채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책을 내놓는 건 좋지만 하나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주택시장 전체를 볼모로 삼아선 안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가계부채문제 해결을 위해 일정 수준의 대출규제는 필요하지만 공급자와 수요자인 건설업체와 구매자 모두 예측이 가능하게끔 단계적으로 진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재호 목원대 금융보험부동산학과 교수는 “현 가계부채 상황을 볼 때 어느 정도의 규제는 필요하지만 나름의 단계를 밟아가면서 예측이 가능하도록 진행돼야 한다”며 “주택대출에 규제는 하되 시장안정과 위험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한 후 순차적으로 규제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희순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금감원에선 일단 점검한다는 입장이지만 시중은행은 이를 일종의 신호로 받아들이고 대출을 줄일 수밖에 없다”며 “시장이 탄탄하다면 상관 없지만 공급과잉 우려, 전세난에 등떠밀린 매매전환 수요, 상반기 위기설 등 시장이 불안한 상황에서 대출마저 옥죄는 것은 실수요자들을 시장에서 몰아내는 행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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