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깐깐해진 '집단대출'…다시 깜깜해지는 분양시장

머니투데이 엄성원 기자, 김사무엘 기자 2015.10.28 0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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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대출發 분양시장 급랭 오나]<1>일부 사업장 승인 거절…되살아난 분양시장에 찬물 우려


- 5~9월 대출잔액 급증에 금융당국 급브레이크
- 최상위권 시공업체 신규 사업장도 '승인 거절'
- 금리도 3%대로… 상반기보다 30bp 이상 올라
- 연말까지 10만가구 대기…입주 희망자 부담↑


갑자기 깐깐해진 '집단대출'…다시 깜깜해지는 분양시장


사상 최대 물량을 쏟아내는 주택분양시장에 ‘집단대출’ 리스크가 급부상하고 있다. 신규아파트 집단대출 급증을 우려한 금융감독당국이 제동을 걸면서 대출 승인을 받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사업장이 늘고 있는 것.



2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 시공능력평가 최상위권 건설기업 A사는 최근 한 시중은행에 충북의 한 택지지구 아파트의 집단대출을 신청했다가 ‘승인 거절’ 판정을 받았다. A사는 이번 승인 거절로 충격에 빠졌다. 1순위에서 청약마감된 택지지구 사업장의 집단대출이 거절되리라곤 상상도 못했다는 것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우리 회사뿐 아니라 최근 일부 신규분양사업장에서 집단대출 거절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며 “이달 들어 은행권의 분위기가 확연히 달라졌다”고 말했다.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집단대출 얘기를 꺼내면 은행들이 먼저 달려들 정도였지만 지금은 대출 제안이 아예 들어오지 않는 경우도 허다하다는 게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대출승인 거절뿐 아니라 집단대출 금리도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시중 B은행은 이달 들어 아파트 집단대출 금리가 3% 이하로 내려가지 않도록 제한했다. 이는 상반기 금리보다 30bp(1bp=0.01%포인트) 이상 높아진 수준이다.

은행권의 주택대출 긴축은 당국의 기조변화와 무관치 않다는 의견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지난달말 시중은행에 주택 중도금대출 관리 강화를 지시한 데 이어 조만간 집단대출 실태조사에 착수할 것으로 알려졌다. 건설업체들은 이때를 기점으로 A사와 같은 대출 거부 사례가 늘어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B은행 부동산대출 담당자는 “아파트 분양이 급증하면서 대출포트폴리오에서 집단대출이 차지하는 부분이 크게 늘었다”며 “내부적으로 정한 집단대출 한도가 있는데 사실상 이미 바닥을 드러낸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추가 분양에 대비, 한도를 늘리도록 노력은 하지만 (지금과 같은 분위기에선) 쉽지 않아 보인다”고 덧붙였다.
 
집단대출은 신규아파트 분양계약자 모두에 일괄적으로 중도금이나 잔금을 대출해주는 것을 말한다. 시공업체가 보증을 서기 때문에 개별 대출심사가 필요없는데다 일반 주택담보대출보다 낮은 수준으로 자금을 빌릴 수 있어 분양시점에 내는 계약금을 제외한 중도금, 잔금 등 분양가의 60~70%를 집단대출로 해결한다.
 
은행권은 지난달만 해도 집단대출에 아무런 거리낌이 없었다. 지난 4월까지 전월 대비 감소세를 보인 KB국민·신한·우리·KEB하나 4대 시중은행의 집단대출잔액은 5월부터 가파른 증가세를 보였다. 실제 5월의 경우 전달보다 7865억원 늘었고 6월과 7월에도 각각 6123억원, 5291억원 증가했다. 8월과 9월에는 각각 1조949억원, 1조3744억원으로 확대폭이 2배 이상 커졌다.
 
이같은 집단대출 증가세는 분양가상한제 폐지 등 주택경기 활성화 대책에 힘입어 건설업계가 분양물량을 대폭 늘린 때와 시기를 같이 한다. 건설업계는 올 상반기에 전년 동기보다 72.9% 늘어난 23만4062가구를 분양한 데 이어 7~10월에도 26만가구의 분양물량을 쏟아냈다.
 
문제는 여전히 상당한 수준의 분양물량이 대기 중이란 점이다. 은행권이 갑작스레 대출 다잡기에 들어가면 공급과 수요간 불협화음이 발생할 수 있다. 현재 주택시장에는 11~12월에만 약 10만가구의 물량이 분양을 기다린다. C건설 관계자는 “분양승인까지 받은 상태에서 집단대출이 거절되면 결국 입주희망자들의 대출부담이 커지고 분양수요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며 “그렇다고 진행 중인 사업을 접을 수도 없고 걱정이 태산”이라고 토로했다. D건설 관계자는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주택경기를 활성화한다고 하더니 이제는 갑자기 부동산대출 규제를 강화한다”며 “1년도 못가는 일회성 정책에 시장이 다시 흔들린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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