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家, 경영권 분쟁재발에 불안한 증권가

머니투데이 반준환 기자 2015.10.23 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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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의 대외행보가 재개되면서 롯데그룹에 경영권 분쟁이라는 잔불이 다시 지펴질 기미다. 신동주 전 부회장은 롯데그룹의 일본사업은 자신이, 한국사업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경영하는 방안을 제안하는 등 공세가 만만치 않다. 증권가는 이번 사태로 롯데그룹 기업가치 훼손은 물론 기업공개 등 지배구조 재편일정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한다.

형제간 경영권 분쟁 1라운드는 해임지시서,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녹취와 동영상 등 무차별 폭로가 난무한 가운데 신 회장이 일본롯데 주주총회에서 승리하면서 마무리됐다. 그러나 신 전 부회장은 두달여만에 본인 이름의 약자를 따 만든 SDJ코퍼레이션을 이끌고 나타나 2라운드의 시작을 알렸다. 여기엔 민유성 전 산업은행 총재를 중심으로 하는 경기고 출신 법조계 인사들과 홍보전문가들이 가세했다.

지난 7월15일 신 회장에게 넘어간 일본롯데홀딩스 대표이사 자리를 되찾기 위해 신 전 부회장은 신 총괄회장의 해임지시서와 녹취, 영상 등을 내세우며 우군을 확보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고 여론전에도 돌입한 상태다. 이에 따라 롯데그룹 분쟁의 판세는 예전 ‘동생vs형’에서 현재 ‘아버지vs차남’의 구도로 옮겨가는 모습이다. 아버지인 신 총괄회장을 전면에 내세운 건 1라운드에서 참패한 신 전 부회장의 어쩔 수 없는 판단으로 보인다.

증권가는 다시 시작된 분쟁이 그룹의 브랜드 가치하락과 현재 추진 중인 사업일정 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잠잠해진 롯데그룹의 국적 정체성 논란이 다시 불거질 수 있는데다 신 전 부회장의 제안대로 한국과 일본으로 사업이 분리될 경우 생각보다 구도가 복잡해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11일 오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경영권분쟁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고 있다.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11일 오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경영권분쟁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고 있다.


당장 문제가 된 것은 올 연말 만료되는 시내면세점 이슈다. 경영권 분쟁 재발로 인해 지난 19일 소상공인들이 롯데의 면세점 운영권 연장을 반대하는 성명을 내는 등 여건이 복잡해졌다. 오는 27일 전남 무안군에서는 롯데의 복합쇼핑몰 입점저지를 위한 연대집회가 예정돼 있다. 증권가는 면세점 사업 등에서 문제가 빚어지면 그룹 지배구조 재편의 근간이 되는 호텔롯데 기업공개(IPO)에도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하고 있다.



신 전 부회장은 호텔롯데 기업공개에는 찬성하지만 시기는 늦춰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다시 경영권을 잡으면 호텔롯데 외에도 편의점 세븐일레븐을 운영하는 코리아세븐 등 다른 계열사들의 IPO 일정 역시 줄줄이 미뤄질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무차별적인 폭로전 양상이 전개되는 것도 우려할 대목이다. 신 전 부회장과 민 전 총재는 롯데그룹에 있었던 크고 작은 문제를 내세워 공세를 키워가고 있는데, 이는 결국 기업가치를 떨어뜨리는 부메랑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특히 롯데그룹의 문제로 지적돼온 '폐쇄경영'이 부활하는 것 아니냐는 점에서 곱지않은 시선을 보내는 이들도 적지 않다. 롯데그룹은 그간 창업주의 강력한 권력을 인정하는 형태를 유지해왔으나, 일반인들에게 그런 현실이 알려지진 않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런 문제가 모두 공개된 상태다. 지난 연말에서 올해 초 신 전 부회장이 급작스레 일본계열사 및 롯데홀딩스 모든 자리에서 갑자기 해임됐다가 또 다시 현업에 복귀하는 등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이 연출된 게 일례다. 이는 결국 기업이 체계적인 의사결정보다는 총괄회장의 말 한마디에 좌우돼 왔다는 점을 방증한다.

증권업계 한 임원은 "오너십의 정당성과 별개로 총괄회장을 등에 업은 신동주 전 부회장이 아버지 세대의 경영방식에 순응하는 이미지이고 신동빈 회장은 그 반대라는 점을 볼 필요가 있다"며 "신 회장의 경우 아버지를 설득해 IPO에 적극적으로 나섰고, 거기서 유입된 자금을 공격적인 인수합병(M&A)으로 연결해 성공을 거두기도 했다"고 말했다.

롯데家, 경영권 분쟁재발에 불안한 증권가




그는 이어 "한국롯데는 금융, 화학, 건설 등으로 영역을 넓혀 매출 82조원 규모의 재계5위까지 올라간 반면 신 전 부회장이 맡았던 일본롯데는 현상유지에 주력하는 보수적인 경영에 치우쳤다"며 "두 인물의 경영스타일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지배구조에 대한 주도권 정리가 마무리되지 않으면 계속해서 조직이 흔들리는 현상이 벌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롯데그룹 전반으로는 순환출자해소, 호텔롯데IPO, 경영투명성 및 기업문화 개선, 사회기여확대 등 신 회장이 내세운 변화가 필요한 시점으로 보인다"며 "다만 이는 주주권과 그룹내부 판단에 따라 내릴 결정이라 외부 입장에선 언급이 조심스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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