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간 경영권 분쟁 1라운드는 해임지시서,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녹취와 동영상 등 무차별 폭로가 난무한 가운데 신 회장이 일본롯데 주주총회에서 승리하면서 마무리됐다. 그러나 신 전 부회장은 두달여만에 본인 이름의 약자를 따 만든 SDJ코퍼레이션을 이끌고 나타나 2라운드의 시작을 알렸다. 여기엔 민유성 전 산업은행 총재를 중심으로 하는 경기고 출신 법조계 인사들과 홍보전문가들이 가세했다.
지난 7월15일 신 회장에게 넘어간 일본롯데홀딩스 대표이사 자리를 되찾기 위해 신 전 부회장은 신 총괄회장의 해임지시서와 녹취, 영상 등을 내세우며 우군을 확보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고 여론전에도 돌입한 상태다. 이에 따라 롯데그룹 분쟁의 판세는 예전 ‘동생vs형’에서 현재 ‘아버지vs차남’의 구도로 옮겨가는 모습이다. 아버지인 신 총괄회장을 전면에 내세운 건 1라운드에서 참패한 신 전 부회장의 어쩔 수 없는 판단으로 보인다.
증권가는 다시 시작된 분쟁이 그룹의 브랜드 가치하락과 현재 추진 중인 사업일정 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잠잠해진 롯데그룹의 국적 정체성 논란이 다시 불거질 수 있는데다 신 전 부회장의 제안대로 한국과 일본으로 사업이 분리될 경우 생각보다 구도가 복잡해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11일 오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경영권분쟁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고 있다.
특히 롯데그룹의 문제로 지적돼온 '폐쇄경영'이 부활하는 것 아니냐는 점에서 곱지않은 시선을 보내는 이들도 적지 않다. 롯데그룹은 그간 창업주의 강력한 권력을 인정하는 형태를 유지해왔으나, 일반인들에게 그런 현실이 알려지진 않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런 문제가 모두 공개된 상태다. 지난 연말에서 올해 초 신 전 부회장이 급작스레 일본계열사 및 롯데홀딩스 모든 자리에서 갑자기 해임됐다가 또 다시 현업에 복귀하는 등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이 연출된 게 일례다. 이는 결국 기업이 체계적인 의사결정보다는 총괄회장의 말 한마디에 좌우돼 왔다는 점을 방증한다.
증권업계 한 임원은 "오너십의 정당성과 별개로 총괄회장을 등에 업은 신동주 전 부회장이 아버지 세대의 경영방식에 순응하는 이미지이고 신동빈 회장은 그 반대라는 점을 볼 필요가 있다"며 "신 회장의 경우 아버지를 설득해 IPO에 적극적으로 나섰고, 거기서 유입된 자금을 공격적인 인수합병(M&A)으로 연결해 성공을 거두기도 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롯데그룹 전반으로는 순환출자해소, 호텔롯데IPO, 경영투명성 및 기업문화 개선, 사회기여확대 등 신 회장이 내세운 변화가 필요한 시점으로 보인다"며 "다만 이는 주주권과 그룹내부 판단에 따라 내릴 결정이라 외부 입장에선 언급이 조심스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