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TPP, 美와 긴밀히 협력"…사실상 가입 승인

머니투데이 워싱턴D.C.(미국)=이상배 기자 2015.10.17 0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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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 (종합) 오바마 "한미 관계 전혀 균열없다"…첫 대북 공동성명서 채택

박근혜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의 미국 대통령 집무실(오벌 오피스)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있다./ 사진=뉴시스박근혜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의 미국 대통령 집무실(오벌 오피스)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근혜 대통령은 16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진 뒤 공동 기자회견을 통해 "미국과 높은 수준의 자유무역협정(FTA)를 체결한 한국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있어 미국과 자연스러운 파트너가 될 수 있다"며 "TPP 참여 문제에 대해 미국과 긴밀히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TPP 가입에 대해 사실상 미국의 승인이 내려진 것으로 해석된다. TPP 가입을 위해서는 TPP를 실질적으로 주도하는 미국을 포함한 12개국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양국은 이날 정상회담을 계기로 채택한 총 9페이지 분량의 '한미 관계 현황 공동설명서(Joint Fact Sheet)'에 "미국은 TPP와 관련한 한국의 관심을 환영한다"(US welcomes Korea’s interest in TPP)고 명시했다.

이는 한미 양국의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계기로 채택한 문서라는 점에서 의미가 적지 않다. TPP를 사실상 이끌고 있는 미국의 정상으로부터 우리나라의 TPP 가입을 지지한다는 공식 입장을 끌어냈다는 점에서다.



지난 5일 TPP 협상이 타결된 이후 정부가 TPP 가입에 대한 관심을 공식 문서로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미 TPP 출범 가입국으로 참여할 기회를 놓친 우리나라는 그동안 2차 가입을 추진할 지 여부를 적극 검토해왔다.

한편 북핵 문제와 관련, 박 대통령은 "말을 물가까지 끌고 갈 수는 있지만 물을 마시게 할 수는 없다는 말이 있다"며 "북한이 국제사회의 책임있는 일원으로 들어가겠다는 진정성 있는 의지가 없다면 국제공조를 하더라도 이란처럼 (핵 문제가) 풀릴 수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한반도 통일에 대해 박 대통령은 "통일은 언제 어디서 이뤄질지 아무도 예상할 수 없다"며 "언제 되더라도 항상 준비돼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통일은 남북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제사회의 문제이기도 하다"며 "주변국들이 한국 통일에 대해 공감대를 이루도록 (한반도 통일이) 세계 평화와 번영을 위해 얼마나 좋은 일인지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또 박 대통령은 "오바마 대통령은 한미 관계와 한중 관계가 양립 가능하다고 했다"며 '한중 밀월'에 따른 한미관계 균열에 대한 우려를 반박했다.



오바마 대통령도 "사실 나는 우리 (한미) 관계에 전혀 균열이 없다고 본다"며 "한미 관계는 어느 때보다 단단한 토대 위에 있다"고 밝혔다.

이어 "가끔 박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주석을 만나면 우려하는데, 시 주석이 내 방에서 음식을 먹고 (나와) 건배를 하고 아주 오래 얘기를 나눴다"며 "우리는 한국이 중국과 좋은 관계 맺는 것을 원하고, 우리가 협력해 북한에 압력을 가하는 것을 원한다"고 말했다.

이날 공동 기자회견에서 박 대통령은 '오바마 대통령을 자주 봐서 정이 들었느냐'는 질문에 웃으며 "저는 정이 많이 들었다"고 답했고, 이에 오바마 대통령도 웃음을 지어 보였다.



또 박 대통령은 기자회견 도중 한 기자의 질문에 오바마 대통령에 이어 답을 하면서 "(오바마 대통령이) 너무 오래 답변을 해서 질문을 잊어버렸다"는 농담을 던져 좌중의 웃음을 자아냈다.

한편 양 정상은 이날 정상회담을 통해 6자회담 등 북한 비핵화를 위한 대화에 북한이 조속히 복귀하도록 중국 등과의 공조를 강화한다는 내용을 담은 ''2015 북한에 관한 한미 공동성명(Joint Statement)'을 채택했다. 한미가 북한 문제에 대해 별도의 '공동성명'을 채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공동성명을 통해 양 정상은 6자회담 등 비핵화에 대한 '신뢰할 수 있고 의미있는 대화'로 북한을 가능한 한 조속히 복귀시키기 위해 중국 등 관련국들과의 공조를 계속 강화해 나가겠다고 선언했다. 또 두 정상은 북핵 문제를 최고의 시급성과 확고한 의지를 갖고 다루기로 합의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북한이 탄도미사일 발사 또는 핵실험을 강행한다면 북한은 유엔(UN) 안전보장이사회의 추가적인 실질 조치를 포함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두 정상은 만약 북한이 핵 또는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완전히 포기하겠다는 진정한 의지를 보이고 국제 의무와 공약을 준수하는 데 동의한다면 국제사회와 함께 북한에게 보다 밝은 미래를 제공할 준비가 돼 있다고 약속했다.

또 미국은 박 대통령이 '드레스덴 연설'에서 제시한 바 있는 '한반도 평화통일 비전'을 강력히 지지해 나갈 것이며 양국은 한반도의 평화 통일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고위급 전략 협의를 강화할 것이라고 두 정상은 밝혔다.



이밖에도 이날 양 정상은 한미동맹을 재확인하고, 한미동맹을 한단계 더 발전시키기 위한 전략적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아울러 한반도 평화통일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를 확인하고, 평화통일 기반 구축을 위한 양국 간 협력 방안에 대해 협의했다.

두 정상은 또 우리나라 주도로 다음달초 서울에서 열릴 한일중 정상회담 등과 관련, 한일·한중 관계와 동북아시아 지역에서의 한국의 역할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양 정상은 감염병 대응 등 보건안보와 우주개발, 에너지신산업, 사이버안보 등 '새로운 분야'(뉴프런티어)로까지 양국 간 협력을 확대하고, 환경·인권 등 글로벌 이슈에 대한 공조도 강화키로 했다.



정상회담은 오바마 대통령의 백악관 집무실인 웨스트윙 '오벌 오피스'에서 이뤄졌다. 회담에는 한미 양측에서 각각 7명이 배석했다. 한국 측에서는 윤병세 외교부 장관,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안호영 주미대사, 미국 측에서는 조 바이든 부통령, 애쉬턴 카터 국방부 장관, 수잔 라이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이 참석했다. 존 케리 미 국무부 장관은 유럽 출장 일정으로 불참했다.

이날 한미 정상회담은 당초 예정됐던 시간인 30분의 2배가 넘는 70분간 진행됐다. 이어진 확대 오찬회담의 시간은 당초 계획됐던 50분에서 39분으로 짧아졌다.

오바마 대통령과의 공동 기자회견을 끝으로 4일 간의 미국 방문 일정을 마친 박 대통령은 이날 귀국길에 오른다. 한국에는 한국시간으로 18일 새벽 도착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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