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한국 TPP 가입, 한미기업에 이익"…가입 의사 첫 공식화

머니투데이 워싱턴D.C.(미국)=이상배 기자 2015.10.16 0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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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 (종합) '펜타곤' 방문, CSIS 연설 등 경제·안보 '전방위 한미동맹' 행보

박근혜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014년 4월25일 청와대에서 정상회담 직후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청와대박근혜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014년 4월25일 청와대에서 정상회담 직후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오는 16일(이하 현지시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위해 워싱턴 D.C.를 방문 중인 박근혜 대통령이 15일 미국이 주도하는 세계최대 자유무역협정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가입하겠다는 의사를 사실상 공식화했다.

이밖에도 박 대통령은 이날 미국 국방부 청사인 '펜타곤'을 방문하고, 세계최고 안보 싱크탱크인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에서 '한미동맹의 진화'를 역설하는 등 경제와 안보를 아우르는 '전방위적 한미동맹'의 행보를 펼쳤다.



◇ "TPP 등 메가 FTA 확산해야"

박 대통령은 이날 오후 워싱턴 D.C. 미국 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제27차 한미 재계회의'에서 축사를 통해 "TPP와 같은 메가 FTA(자유무역협정) 확산과 WTO(세계무역기구) 등 다자무역 강화에도 양국이 긴밀한 협력체계를 구축해야 할 것"이라며 "유럽연합(EU), 중국 등 세계 거대경제권과 FTA 네트워크를 구축한 한국이 TPP에 가입하게 되면 (한미) 양국 기업에게 보다 많은 이익을 가져다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사실상 TPP에 가입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최근 TPP 타결 이후 정부가 TPP 가입을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공식화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미 TPP 출범 가입국으로 참여할 기회를 놓친 우리나라는 그동안 2차 가입을 추진할 지 여부를 적극 검토해왔다.

박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양국 재계의 혁신적 경제협력 관계 구축을 당부하며 통상·협력 증진을 위한 3가지 제안을 했다. 제안은 △한미 FTA를 통한 자유무역 파트너십 강화 △상호 투자활성화를 위한 우호적 환경 조성 △혁신·창업 등 창조경제 파트너십 강화 등이었다.

박 대통령은 "자유무역의 확대와 공정한 거래질서 확립을 통해 세계경제가 재도약할 수 있도록 양국이 함께 노력해 나가야 한다"며 "이를 위해 기술규제, 위생검역, 수입규제와 같은 비관세 장벽을 과감히 철폐하고, 보호무역주의가 확산되지 않도록 양국이 국제공조에 앞장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상호)투자 활성화를 위한 우호적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며 "한국 정부는 노동, 금융 개혁을 과감히 추진하면서 미국 재계가 안심하고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 나가겠다"고 했다.

이어 "우리는 창의적 기술과 아이디어에 바탕을 둔 혁신이 세계 경제를 움직이는 창조경제 시대에 살고 있고, 양국은 이 시대를 선도할 수 있는 역량을 갖고 있다"며 "창조경제를 향한 양국의 협력이 보다 활성화된다면 미래 세계경제를 주도할 새로운 성장엔진을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재계회의에는 조양호 재계회의 위원장(한진그룹 회장), 마이런 브릴리언트 미 상공회의소 수석부회장을 비롯한 양국 재계대표 등 100여명이 참석했다. 한국 측 전국경제인연합,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SK, 포스코 등의 대표 50명과 미국 측 퀄컴, 보잉, 돌비, 제너럴일렉트릭(GE), 쉐브론, 시그나, 마이크로소프트, 오라클, 화이저, UPS 등의 대표 50여명이 자리했다. 한미 재계회의는 전경련과 미 상공회의소가 1988년 이후 매년 개최해온 행사다.

박 대통령은 축사에 앞서 재계회의에 참석한 양측 대표 기업인들과 만나 이들의 관심사항에 대해 청취했다. 대표 기업인 접견에는 한국 측 조양호 위원장, 허창수 전경련 회장(GS 회장), 최태원 SK 회장, 권오준 포스코 회장, 류진 풍산 회장, 브릴리언트 수석부회장, 데니스 뮐렌버그 보잉 최고경영자(CEO), 데이비드 조이스 GE애비에이션 CEO, 케빈 이먼 돌비 CEO 등이 참석했다.

◇ "北위협 대비 한미 우주협력"



앞서 박 대통령은 이날 오전 미국 군사력의 상징인 '펜타곤'을 방문, 우주개발·사이버안보 분야에 대한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이 곳에서 박 대통령은 미국 애쉬턴 카터 국방부 장관, 조셉 던포드 합참의장, 커티스 스캐퍼로티 한미연합사령관, 마크 리퍼트 주한대사 등 고위 인사들과 면담을 가졌다. 우리 측에서는 한민구 국방부 장관, 윤병세 외교부 장관,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안호영 주미대사, 주철기 청와대 외교안보수석 등이 배석했다.

박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카터 장관과 △우주개발·사이버안보 분야 협력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조건에 기초한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이행 문제 등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박 대통령은 "한미동맹의 지난 60년간 한반도 및 동북아 안정에 기여할 수 있었던 토대는 카터 장관, 미군 수뇌부, 주한미군 장병과 가족들의 노력"이라며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의 한미간 합의도 연합방위체제 강화를 통한 북한의 도발 억제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또 "사이버 안보 및 우주 분야에서 북한의 위협에 대비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며 "이와 관련해 한미간 포괄적 전략적 방향으로 협력을 확대해 나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앞서 박 대통령은 14일 미국 측의 요청으로 워싱턴 D.C. 인근 매릴랜드주의 미국 항공우주국(NASA) 고다드 우주비행센터를 방문, "달 탐사에 대한 한미 간 협력이 확대되고 우주 분야에서도 양국 협력이 확대돼 우주자원도 공유할 수 있기를 바란다"며 사실상의 '한미 우주동맹'을 선언한 바 있다.



이에 카터 장관은 "미국의 한반도 방어 의지는 오랜 기간 강철 같이 확고해 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유지될 것이라고 확신한다"며 "미국은 한반도에서의 전쟁 억지력을 유지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능력을 투입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면담을 계기로 한 장관과 카터 장관 사이에 '한국형 전투기'(KF-X) 개발을 위한 기술이전 문제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될 지 주목된다.

당초 정부는 약 8조원을 들여 2025년까지 KF-X를 개발할 계획이었으나 미국이 기술이전을 거부하면서 사업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정부는 KF-X 개발을 위한 핵심기술인 다기능위상배열(AESA) 레이더 등 4가지 항공 전자장비 관련 기술이전을 미국 측에 요청했지만 미국은 전례가 없다며 이를 거절했다.



면담에 이어 박 대통령은 한국에서 근무했거나 앞으로 근무할 31명의 미국 장병, 5명의 한국 장교들을 '로프라인 미팅'(Rope Line Meeting) 형식으로 만나 격려했다. 장병들이 복도에 한줄로 늘어선 뒤 대통령이 한명씩 차례로 악수를 나누고 대화하는 방식이다. 지난해 10월 오바마 대통령이 펜타곤을 방문했을 당시에도 장병들과 '로프라인 미팅'을 가졌다.

박 대통령은 '로프라인 미팅'에서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한 여러분의 헌신에 감사드린다"며 "한미 장병 여러분들이 어깨를 나란히 하고 같이 근무하는 모습을 보면서 자유의 최전선에 함께 서있는 여러분이야말로 '한미동맹의 심장'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한미 동맹은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동맹이 돼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번영의 핵심 축이 되고 있고, 앞으로도 우리 두 나라는 공동의 가치와 이상을 지키는 글로벌 파트너로 발전해 나갈 것"이라며 "여러분 한 분 한 분이 역동적인 한미동맹 그 자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 주기 바란다"고 했다.



끝으로 박 대통령이 영어로 "한국은 여러분에게 감사드린다. 같이 갑시다"(Korea thanks you. We go together!)라고 말하자 장병들이 한국어로 "같이 갑시다!"라고 외쳤다.

박 대통령은 펜타곤 방명록에 "한미동맹을 바탕으로 한반도 평화통일 시대를 열어가길 바란다"고 적었다.

이날 미 국방부는 박 대통령을 환영하기 위해 최고수준의 예우를 갖춰 약 20분 간의 '공식 의장행사'를 열었다. 예포 21발이 발사된 데 이어 애국가가 연주된 뒤 사열과 미 전통의장대의 행진이 펼쳐졌다.



통상 펜타곤 의장대는 외국정상 등 귀빈 방문 시에도 약 5분간의 '약식 의장행사'를 여는 수준에 그친다. 2011년 10월 이명박 전 대통령, 2013년 4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방문 당시에도 5분간의 '약식 의장행사'만 열렸다.

우리나라 대통령이 펜타곤을 찾은 것은 역대 두번째로, 2011년 10월 이명박 전 대통령의 방문 이후 처음이다. 당시 이 전 대통령은 펜타곤의 심장부에 해당하는 '탱크룸'(전시상황실)에서 전세계에 배치된 미군의 현황에 대한 브리핑을 받았다.

◇ 세계최고 안보 싱크탱크서 '한미동맹 진화' 역설



펜타곤 방문 후 박 대통령은 외빈으론 이례적으로 조 바이든 미국 부통령의 관저로 초청돼 함께 오찬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박 대통령과 바이든 부통령은 북한에 대한 도발 억제와 비핵화 유도를 위한 대북공조 방안 등을 논의했다. 이밖에 안보·보건·기후 등 다양한 글로벌 이슈들에 대한 한미 간 협력을 강화하는 방안들도 다뤄졌다.

미국 부통령 관저에 외빈이 초청되는 것은 이례적으로, 오바마 행정부 들어 아시아 국가 정상으로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오찬에는 미국 측에서 대니얼 러셀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차관보, 마크 리퍼트 주한대사 등이 배석했다.

2008년 미국 대선에 오바마 대통령의 러닝메이트로 출마해 오바마 행정부 1기부터 줄곧 부통령직을 지켜온 바이든 부통령은 미 상원 외교위원장을 역임한 외교·안보 전문가로, 민주당의 내년 대선 주자로도 거론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오찬은 한미동맹의 각별함을 대내외에 과시하는 한편 다방면에 걸친 의견 교환을 통해 한반도·동북아·글로벌 차원에서 양국간 소통과 협력을 한층 더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박 대통령은 미국의 대표적인 싱크탱크인 CSIS에서 미국 전·현직 고위인사, 학자 등 오피니언 리더들을 대상으로 '진화하는 한미동맹'의 비전을 역설했다. 한미동맹을 재확인하고 한반도 평화통일 노력에 대한 미국 조야의 지지와 협력을 끌어내기 위한 행보다.

1962년 설립된 CSIS는 외교·안보 문제에 특화된 초당파적 연구기관이다. 세계 최고의 국방·안보 분야 싱크탱크로 꼽히며 미국 3대 싱크탱크 가운데 하나로 평가받는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CSIS 연설은 박 대통령의 2013년 방미 당시 의회합동 연설 이후 워싱턴 D.C.에서 이뤄지는 대표적인 정책 연설"이라며 "미국 내에서 우리 외교안보정책에 대한 이해와 지지를 심화시키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 한미 정상회담, TPP 가입 논의할까

미국 방문 마지막날인 16일 박 대통령은 이번 방미의 '하이라이트'인 오바마 대통령과의 단독 정상회담 및 확대 오찬회담을 갖는다.

회담에서 양 정상은 한미동맹을 재확인하고, 한미동맹 관계를 한단계 더 발전시키기 위한 전략적 협력 강화 방안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또 중국의 군사적 부상을 견제하기 위한 미국의 '아시아·태평양 재균형'(Rebalancing toward the Asia-Pacific) 전략과 관련한 논의도 이뤄질 전망이다. 북한의 장거리미사일 발사와 4차 핵실험 등 도발 가능성이 상존한 가운데 오바마 대통령으로부터 북한에 대한 단호한 메시지를 끌어낼 수 있을 지가 관심거리다. TPP 가입 문제가 한미 정상회담에서 다뤄질 지도 주목된다.



정상회담에서 KF-X 개발을 위한 기술이전 문제가 논의될 지도 관심거리다. 미국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의 한반도 배치 문제는 한미 정상회담 의제에는 포함되지 않을 전망이다.

확대 오찬회담 직후 오바마 대통령과의 공동 기자회견을 끝으로 미국 방문 일정을 마치는 박 대통령은 이날 오후 귀국길에 오른다. 한국에는 18일 새벽 도착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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