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삼구 회장 울린 이 남자, 번 돈이…

머니투데이 박준식 기자 2015.10.15 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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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현갑 케이스톤 대표, 은행원서 PEF대표로…금호 패키지 매매 성공보수 130억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을 상대로 금호고속 매각에 성공한 IBK-케이스톤 컨소시엄이 투자가들로부터 130억원의 성공보수를 받게 됐다.

IBK투자증권과 케이스톤은 금호고속 매각을 기점으로 130억원 중에서 60억원을 미리 받아 절반씩 나눠 가지기로 했다. 여기서 유현갑 케이스톤 대표는 30억원을 수취해 개인적으로 상당 부분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유 대표는 앞으로 대우건설 지분 매매 결과에 따라 추가적인 성공보수까지 챙길 것으로 보인다.



14일 PEF(사모투자펀드) 업계에 따르면 IBK-케이스톤 컨소시엄의 주요 투자가인 한국산업은행(옛 정책금융공사) 등은 금호 패키지딜 PEF에서 주요자산이었던 금호고속 매각이 성공리에 마무리됨에 따라 계약 조건에 따라 60억원의 성공보수를 먼저 지급했다.

원래 PEF 운용사(GP)의 성공 보수는 펀드의 자산이 완전히 매각되고 결성이 해산되면 매매차익을 기준으로 산정해 지급된다. 그러나 해당 펀드(KoFC IBKS 케이스톤 기업재무안정 사모투자펀드)는 선순위 출자자들과 원금+연 7%의 수익이 만족됐을 경우 60억원을 미리 지급한다는 약정을 맺었다. IBK-케이스톤은 2012년 4월 시장에서 1조원을 조달해 금호아시아나가 내놓은 3개 계열사 자산을 패키지로 사들였었다.



케이스톤의 유 대표는 평범한 회계사 출신으로 1994년 사회생활을 시작해 KTB네트워크와 조흥은행 등을 거친 금융인이다. 그는 조흥은행에서 M&A 팀장을 맡아 기업 인수자금 조달과 구조조정 등을 배운 이력을 토대로 칸서스파트너스에 입성했고 여기서 기업매매를 더 배운 후 2007년 독립했다.

2011년 말 대우건설 인수자금 관련 부채로 인해 그룹의 운명이 흔들리던 금호아시아나그룹은 금호생명보험(현 KDB생명)과 금호렌터카(현 롯데렌탈)를 내놓고도 사태가 해결되지 않자 남은 자산들을 모두 패키지로 묶어 팔기로 했다.

이 아이디어를 박삼구 회장에게 측근이던 김영재 칸서스그룹 회장이 제안했는데 정작 거래가 시작되자 칸서스는 신생 케이스톤에 거래를 내주고 말았다. 당시 칸서스는 1조510억원을 쓰고도 1조200억원을 제시한 케이스톤에 졌는데 원인은 거래 종결력을 의심받은 탓이다. 케이스톤은 신생이었지만 컨소시엄 멤버로 기업은행 계열의 IBK증권을 맞았고 금융주관사로 금호아시아나의 주채권사 우리은행을 섭외했다. 칸서스에서 근무하다 1년여 만에 밀려나듯이 독립한 유현갑 대표가 기업과 주채권은행 관계를 꿰뚫어 옛 오너 김영재 회장에게 한방 먹인 셈이다.


유 대표는 1조200억원이었던 금호 패키지 가격을 최종단계에서 약 9500억원까지 할인했다. 이어 금호고속에 대해서는 콜옵션 대신 우선매수권을 부여해 차후 금호아시아나의 재인수를 대비했다.

유 대표의 이 협상력은 최근 매매에서 엄청난 효과를 가져왔다. 금호아시아나가 금호고속을 재인수하려고 하자 케이스톤이 이를 공개매각하기로 지난해 선언하면서 예상 재인수 가격이 2000억원대에서 4000억원대로 급등한 것이다. 박삼구 회장은 패키지 매각 당시에 구두로 합의한 연 7~8%의 수익률을 주려 했지만 경쟁자들이 나타나자 가치는 예상보다 두 배로 뛰었다. 콜옵션이 없는 박 회장은 최고가 통보만을 기다리는 신세가 됐다.

박삼구 회장과 유현갑 대표는 금호고속을 두고 반년여를 대립하다가 최근 계약을 합의하고 매매를 마무리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도 유 대표는 박 회장을 적잖게 압박했다. 박 회장 대신 자신이 다시 펀드를 구성해 알짜인 금호고속을 재인수하는 방안을 주장하는가 하면 마지막 가격협상에서도 몇 가지 이유를 들어 재매각 가격을 100억원 가량 높인 것이다.

케이스톤은 금호고속(100%)을 1800억원에 사들였지만 4150억원에 매각하면서 금융비용(연 5%대)을 포함하더라도 2000억원 이상의 차익을 올렸다. 여기에 2013년 신세계에 매각한 서울고속버스터미널 지분으로도 약 200억원(매매가 2200억원)의 차익을 냈다. 케이스톤이 9500억원의 거래를 하면서 모집한 선순위 자금은 3440억원(금호 재투자 1500억원, 인수금융 5000억원)이다. 고속터미널 매각대금과 금호고속 대금을 합해 6350억원을 산업은행 등 선순위 투자가들에 되돌려준 결과 성공보수 조건이 만족된 셈이다.

연기금 관계자는 "유현갑 대표는 금호고속 거래 막판에도 칸서스가 금호고속을 직접 되사는 것을 반대해 결과적으로 그룹이 거래세 20억원(금호터미널 대행 인수)을 내게 만들었다"며 "재벌 회장을 상대로 유 대표 정도의 배포는 있어야 PEF를 성공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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