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선거관리위 산하 국회의원 선거구획정위원회 김대년 위원장이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합의안 도출 실패와 관련한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고 있다. 헌정 사상 최초로 독립기구로 설치된 획정위는 지역구 및 비례대표 의석수를 놓고 갑론을박을 벌인 끝에 내년 4월 총선에 적용할 선거구 획정안을 선거법에 따른 기한(총선 6개월 전)인 13일까지 국회에 제출하지 못하게 됐다. 2015.10.13/뉴스1
지난 7월 출범한 획정위 활동과 정치권 논의 과정을 뒤돌아보면 획정안의 법정시한 내 미제출은 어느정도 예견된 일이었다. 획정 작업의 전제 조건인 의원 정수, 지역구·비례 의석 비율 등 핵심 획정 기준들이 국회가 결정할 사안이라 획정 작업은 결국 국회 논의 과정에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는 구조였다.
김금옥 선거구획정위원회 위원과 김대년 위원장을 비롯한 위원들이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법정기한인 10월13일까지 선거구획정안을 제출하겠다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정치개혁특위의 의원정수, 지역구와 비례대표 의석비율, 선거구획정기준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2015.8.13/뉴스1
획정위는 지난 9월 19일 내년 총선 지역구수를 244~249석 범위에서 확정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이는 획정위의 제한된 권한과 위상을 확인시켜줬다. 현행 246석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 안을 제시한 데다 발표 이후 농어촌 지방 의원들의 집단 반발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획정위는 통폐합 및 분구 선거구를 가르는 기준을 평균 인구수에서 특정 선거구로 변경하기도 했다.
획정위는 이달 초 회의를 거듭하며 지역구수 및 자체 획정안 확정을 다짐했으나 법정시한 제출을 못 지키며 '소리없는 아우성'에 그쳤다. 정치권이 획정 기준을 제시하지 못한 탓과 더불어 획정위가 출범 초기 냈던 목소리와 달리 독립성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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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의 무책임·획정위의 비독립성과 별개로 획정위의 논의구조 자체가 획정안 도출을 힘겹게 한 요소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9명의 획정위원 중 김 위원장을 제외한 여야 추천 위원이 각각 4명씩이어서 합의(2/3 이상 찬성)가 어려운 구조라는 설명이다. 실제 획정위 활동 후반부에 획정위원들은 영·호남 의석 감소비율 등을 놓고 여야 대리전을 펼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 뒤 기자들과 만나 '획정위 활동의 한계'를 묻는 질문에 "획정위원들 개개인이 철학과 소신, 학문적 소양을 갖고 있는데 위원들 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은 게 한계였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