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2차 왕자의 난' 관전 포인트는?

머니투데이 조철희 기자 2015.10.08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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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격호 복심, 호텔롯데 상장, 정체성 재논란 등 주목해야

왼쪽부터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2015.7.31/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왼쪽부터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2015.7.31/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지난 여름 롯데그룹 '1차 왕자의 난'은 신동빈 회장의 완승으로 막을 내렸다. 8일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의 반격으로 시작된 '2차 왕자의 난'은 어떤 결말로 이어질까? 창업주 신격호 총괄회장의 속내와 형제간 경영권 다툼을 지켜보는 여론 향배 등이 두 번째 대결의 관전 포인트라는 분석이다.

◇신격호 총괄회장, 복심의 향배는?=신 전 부회장은 이날 기자회견장에서 아버지 신 총괄회장이 자신에게 위임장을 써주는 동영상을 공개했다. 아버지가 자신의 뜻을 절대적으로 지지하고 있다는 근거로 제시한 것. 신 총괄회장은 위임장에서 "둘째 아들 신동빈이 본인을 불법적으로 축출했다"며 "한국과 일본에서 법적 조치를 취해 줄 것을 큰아들인 신동주에게 위임한다"고 밝혔다.



신 전 부회장은 "아버지가 격노하고 상심해 동생을 포함한 관련자들의 처벌을 원하고 있다"며 "아버지의 뜻을 받들어 여러 조치를 시작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분쟁 때도 신 총괄회장을 방송 인터뷰에 등장시키는 등 창업주의 지지가 자신에게 있음을 강조했다. 이번에도 핵심카드로 아버지의 복심을 꺼내 들었다.

그러나 신 회장 역시 신 총괄회장의 지지를 얻고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신 회장은 지난달 17일 국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신 총괄회장에게 호텔롯데 상장 계획을 보고하고 100% 승인을 받았다"고 말했다. 신 총괄회장의 실제 의중이 어디에 있는지, 그리고 향후 어느 쪽에 힘을 실어줄지가 이번 승부에서 중요한 열쇠가 될 전망이다.



◇경영권 분쟁, 호텔롯데 상장에 차질 빚어지나=신 회장은 '1차 난' 승리 직후 체제 공고화를 위해 롯데그룹 지배구조 및 기업문화 개선 작업에 착수했다. 그는 "연말까지 순환출자 80%를 없애겠다"며 "이를 위해 핵심 계열사인 호텔롯데를 내년 상반기까지 상장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그러나 신 전 부회장이 호텔롯데를 상대로 이사 해임에 관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하는 등 신 회장을 압박하고 나서면서 상장 계획에 차질이 빚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형제간 경영권 다툼으로 여론이 악화 되면 서울 시내 면세점 특허 확보 경쟁에서 불리해 질 수 있다. 또 호텔롯데에서 차지하는 기업가치 비중이 절대적인 롯데면세점 부진이 호텔롯데 상장 계획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신 전 부회장이 일본 롯데 경영권 회복이라는 1차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신 회장의 당면 과제인 호텔롯데 상장 이슈를 공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신 전 부회장 측 김수창 변호사는 "제기한 소송에서 이기면 향후 (롯데그룹 계열사) 이사회 등에서 포괄적으로 유리해질 것"이라며 "소송 승리 이후 국면이 어떻게 변할지 한번 지켜보라"고 장담했다.

◇"롯데는 글로벌 기업" 정체성 논란 재점화=신 전 부회장은 이날 작심한 듯 신 회장을 향해 맹공을 퍼부었다. "경영능력이 없다", "인륜에 크게 어긋났다"며 신 회장의 중국 사업 실패를 집요하게 제기하고, 롯데그룹 대주주로서 '경영감시권'을 발동하겠다고 주장했다.

재발한 형제 간 경영권 다툼을 지켜보는 여론은 다시금 싸늘해졌다. 김기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집안싸움에 멀쩡한 기업이 골병드는 재벌체제의 문제"라며 "롯데만의 문제가 아니어서 국가적으로 걱정"이라고 말했다.

롯데의 정체성 논란도 다시 불붙을 조짐이다. 신 전 부회장은 "그동안 일본 롯데가 한국 롯데를 성장시켜왔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롯데가 한국기업이냐"는 기자 질문에 "글로벌 기업"이라고 응답했다. 신 전 부회장은 "한국어가 서툴다"며 양해를 구하고 기자회견문은 부인 조은주씨가, 질의에 대한 응답은 동석한 변호사에게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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