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국내 방산업체에 외국인 사장…방사청 "법령위반 아냐"

머니투데이 박소연 기자 2015.10.0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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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미국인 사장' 군용 광학장비 생산업체 A사, 방산비리도 연루…백군기 "관련법 개정해야"

서울 용산구 방위사업청. /사진=뉴스1서울 용산구 방위사업청. /사진=뉴스1


정부가 지정·관리하고 각종 혜택을 부여받는 국내 방산업체 가운데 미국인이 대표로 있는 업체가 포함된 것으로 드러났다. 국가안보와 직결된 무기체계를 개발하고 국가기밀을 다루는 방산업체의 외국인 소유를 제한하도록 법률을 개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7일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백군기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방사청으로부터 제출받은 '방산업체 지정 현황'에 따르면 국내 방산업체로 지정된 96개 업체 중 A사의 대표 B씨의 국적이 유일하게 한국이 아닌 미국으로 나타났다.



A사는 군용 광학장비를 생산하는 업체로, 지난해까지 사업 수주액이 2200억원에 이르고 해외 수출액은 240만 달러에 이른다.

A사는 지난해 초 이 회사 출신 직원이 장비 설계도를 유출해 문제가 됐다. 올해에는 32억원 상당의 부적격 부품을 공급하며 시험검사 방법을 조작한 혐의로 사업본부장 등 3명이 구속기소되기도 했다.



B씨는 A사뿐 아니라 대표적인 방산비리 사업인 해상작전헬기 '와일드캣' 무기중개상인 미국기업 C업체의 한국지사 대표이사도 겸하고 있다.

방산업체는 1만개가 넘는 방위사업 관련업체 중 방위사업법 제35조에 따라 대통령령이 정하는 시설기준과 보안요건 등을 갖춘 업체에 한해 방위사업청장의 협의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승인을 거쳐 지정된다.

방산업체로 지정되면 법에 따라 보호육성(제37조), 자금융자(제38조), 보조금 교부(제39조), 기술 인력 처우(제40조), 방위산업 지원(제41조), 방산물자 등의 수출지원(제44조) 등의 혜택이 부여된다.


이와 관련 감사원은 지난 1월 방사청이 방산업체의 설비투자는 과도하게 보상해주고, 경쟁이 가능한 군수품도 독점적 납품이 가능한 방산물자 자격을 유지시켜주면서 지난 5년간 6400억원 이상의 예산을 낭비했다고 지적했다.

방사청은 법령 위반이 아니므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현행 방위사업법에는 외국인 방산업체 사장을 제재하는 조항이 없다.



방사청 관계자는 "방위산업보안업무 훈련에 의해 외국인이 방산업체에 고용되면 보안대책을 강구하게 돼있다. 임원도 마찬가지"라며 "외국인의 인적사항이나 고용 목적, 서면조사 결과를 사전에 작성하고 보안서약서도 쓰면 보안담당관이 검토하고 계속 관리한다. 사장이 직접적으로 기술개발(R&D) 등 업무를 하진 않지 않나"라고 밝혔다.

그러나 외국인투자 촉진법 시행령 제5조는 국가정보원법에 따라 국가기밀로 취급되는 계약 등의 내용이 공개될 우려가 있는 경우 외국인 투자가 제한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방산업체는 국가안보에 관련된 사업을 수행하기 때문에 일부 종사자들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41조 2항에 따라 쟁의행위도 금지될 정도다.

최근 또 다른 방산업체인 풍산그룹의 류진 회장의 장남이 미국국적을 취득한 사실이 알려지며 방산업체 지정을 취소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등 논란이 일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국내 방산업체 관계자는 "A사는 업계에서 꽤 인정받는 기업으로 대표가 미국 국적이란 건 업계에서 공공연한 사실"이라며 "특히 최근 방산비리 수사의 몸통 중 하나였던 C사와 한 회사로 알고 있다. 법 위반은 아닐지 몰라도 문제의 소지가 없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백 의원은 "방산비리에 연루되고 보안사고까지 터진 업체의 사장을 외국인으로 둬도 되는지 의문"이라며 "주요 방산프로젝트에 참여한 연구원들은 서약을 받아 해외출국도 금지시키는데 방산업체 사장이 미국이란 점이 문제가 없는지 살피고 관련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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