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대표가 합의한 '안심번호 국민공천제'를 놓고 여당 내 후폭풍이 거센 가운데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원유철 원내대표가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고개를 돌린 채 생각에 잠겨 있다. 새누리당은 이 자리에서 내년 20대 총선의 선거구 획정 및 국민공천제(오픈프라이머리) 등 공천 룰과 관련한 의견을 수렴한다. 2015.9.30/뉴스1
다음날인 29일 새누리당 의원들의 핸드폰으로 장문의 메시지가 날아들었다. 당 대표 비서실장인 김학용 새누리당 의원이 "국민공천제는 박 대통령의 공약과 일맥상통한다"며 친박들의 주장이 자가당착임을 논박한 내용이었다.
김 의원은 청와대 관계자가 안심번호 국민공천제 문제점을 지적하자 역시 핸드폰 문자메시지를 통해 청와대 지적의 오류를 조목조목 재반박했다.
새누리당 의원들에 따르면 김 의원은 안심번호 국민공천제를 공격하고 나선 친박계의 움직임이 '김 대표 흔들기' 수준을 넘을 수 있다는 우려를 했다고 한다. 이에 선공에 나서 친박 측 예봉을 꺾으려 한 것. 김 의원은 의총 말미에도 원유철·조원진 원내지도부를 향해 당내 분란을 조장하는 당사자라며 "김 대표에게 사과하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김성태·김학용 의원은 김 대표가 지난해 7월 당 대표 취임 당시 "나의 오른팔·왼팔'이라 칭했던 대표적 측근 의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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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면에 나서진 않았지만 박민식·서용교 등 부산 지역 의원들도 당내외 여론 동향이나 대응 전략에 대해 김 대표를 측근 지원하고 있다.
당내 계파색을 초월해 의원들과 두루 친분이 있는 박민식 의원은 의원들의 세를 규합하고 의총 등에서 의원들을 설득할 대응논리에 대한 아이디어를 제안하는 등 숨은 책사 역할을 했다. 지난 대선 박 대통령이 국민공천을 법제화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음을 상기시키고 국민공천제가 대통령의 공약 실천 사항이라는 점을 어필하도록 했다.
서용교 의원은 안심번호를 기반한 전화 여론조사가 오픈프라이머리를 대신할 최상의 대안이란 점을 당 안팎과 청와대 측에 설명했다.
김 대표 계파라고는 할 수 없지만 권은희 새누리당 의원은 20년 전 KT에서 안심번호 기술을 개발하고 지난 6월 이를 활용한 여론조사 관련 개정안을 발의한 당사자로서 적극 발언에 나섰다. 대구 지역구 의원인 권 의원은 대구지역 '청와대 물갈이설' 대상자 중 한 명으로 지목되며 곤경에 처한 상태다.
그러나 친박계나 청와대의 공격에 움츠러들지 않고 안심번호가 시대의 발전에 발맞춰 필요한 기술이라는 점을 피력했다. 김 대표도 권 의원의 이 같은 입장표명에 고마워했다고 한다.
의총이 마무리된 뒤에도 안심번호 국민공천제를 미리 청와대와 상의했는지를 두고 김 대표와 현기환 청와대 정무수석 간 진실공방이 벌어지고 당내 공천관련 특별기구에서 전략공천을 포함해 논의할 지 논란이 벌어지면서 지난 1일 서울 여의도 모처에서 김 대표가 최측근 의원들을 불러모았다.
김성태 의원과 함께 김 대표의 '입'으로 자리잡은 김영우 새누리당 수석대변인이 참석했고 이날 귀국한 김학용 실장과 박민식 의원이 합류해 향후 대응책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의원들은 공천권을 권력에 휘둘리지 않도록 하겠다는 명분이 분명하다는 점을 다시금 당내에 알릴 필요가 있다며 청와대든 친박계든 전략공천을 노리는 공세에 끝까지 맞서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 대표는 이들을 만나기 직전 현기환 정무수석과 전화통화를 통해 안심번호 관련 확전을 자제하자는 이야기를 나눈 참이었다. 김 대표는 당내 동향을 우려하는 의원들의 의견을 묵묵히 들은 뒤 마지막 발언에 나섰다.
그는 "무슨 일이 있어도(내 목이 달아나도) 전략공천은 안한다"고 이들을 안심시키고 국민공천제 관철 의지를 피력했다는 후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