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 구하기' 나선 측근 의원들…공천 전쟁 '막전막후'

머니투데이 김태은 기자 2015.10.02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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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김무성 최측근 의원들 결집…당내 세 결집 등 본격 임전 태세 다져

 여야 대표가 합의한 '안심번호 국민공천제'를 놓고 여당 내 후폭풍이 거센 가운데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원유철 원내대표가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고개를 돌린 채 생각에 잠겨 있다. 새누리당은 이 자리에서 내년 20대 총선의 선거구 획정 및 국민공천제(오픈프라이머리) 등 공천 룰과 관련한 의견을 수렴한다. 2015.9.30/뉴스1  여야 대표가 합의한 '안심번호 국민공천제'를 놓고 여당 내 후폭풍이 거센 가운데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원유철 원내대표가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고개를 돌린 채 생각에 잠겨 있다. 새누리당은 이 자리에서 내년 20대 총선의 선거구 획정 및 국민공천제(오픈프라이머리) 등 공천 룰과 관련한 의견을 수렴한다. 2015.9.30/뉴스1


9월28일 김무성 대표가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와 전격 회동해 안심번호를 활용한 국민공천제 논의에 의견접근을 이루자 30일 의원총회를 앞둔 친박계의 공세가 시작됐다. 안심번호 기술에 대한 문제점을 들고 나왔지만 결국 김 대표가 오픈프라이머리 포기를 선언하라는 항복요구였다.

다음날인 29일 새누리당 의원들의 핸드폰으로 장문의 메시지가 날아들었다. 당 대표 비서실장인 김학용 새누리당 의원이 "국민공천제는 박 대통령의 공약과 일맥상통한다"며 친박들의 주장이 자가당착임을 논박한 내용이었다.



김학용 의원은 아시아의원포럼 참석 차 베트남으로 출국해 국회에서는 자리를 비운 상태였다. 안심번호를 겨냥, 거센 공세를 퍼붓는 친박계 움직임에 김 의원은 비행기로 4시간 반 거리의 해외에서 시시각각 상황을 체크해 대응에 나섰다. 김 대표와도 수시로 연락을 주고받으며 대책을 논의했다. 30일 의총 직전 김 대표가 의총장으로 이동하면서 누군가와 통화를 장면이 목격됐는데 김 의원과의 통화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 의원은 청와대 관계자가 안심번호 국민공천제 문제점을 지적하자 역시 핸드폰 문자메시지를 통해 청와대 지적의 오류를 조목조목 재반박했다.



비서실장이 자리를 비운 공백은 김성태 새누리당 의원이 메웠다. 김성태 의원은 의총 당일 아침 라디오 인터뷰에서 "새누리당 공천방식을 대통령의 뜻에 의해 결정해야 하느냐"며 선전포고를 했다. 그동안 내년 총선과 관련해 아무도 입 밖으로 내지 못했던 대통령을 언급한 강수를 둔 것이다.

새누리당 의원들에 따르면 김 의원은 안심번호 국민공천제를 공격하고 나선 친박계의 움직임이 '김 대표 흔들기' 수준을 넘을 수 있다는 우려를 했다고 한다. 이에 선공에 나서 친박 측 예봉을 꺾으려 한 것. 김 의원은 의총 말미에도 원유철·조원진 원내지도부를 향해 당내 분란을 조장하는 당사자라며 "김 대표에게 사과하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김성태·김학용 의원은 김 대표가 지난해 7월 당 대표 취임 당시 "나의 오른팔·왼팔'이라 칭했던 대표적 측근 의원이다.


전면에 나서진 않았지만 박민식·서용교 등 부산 지역 의원들도 당내외 여론 동향이나 대응 전략에 대해 김 대표를 측근 지원하고 있다.

당내 계파색을 초월해 의원들과 두루 친분이 있는 박민식 의원은 의원들의 세를 규합하고 의총 등에서 의원들을 설득할 대응논리에 대한 아이디어를 제안하는 등 숨은 책사 역할을 했다. 지난 대선 박 대통령이 국민공천을 법제화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음을 상기시키고 국민공천제가 대통령의 공약 실천 사항이라는 점을 어필하도록 했다.

서용교 의원은 안심번호를 기반한 전화 여론조사가 오픈프라이머리를 대신할 최상의 대안이란 점을 당 안팎과 청와대 측에 설명했다.

김 대표 계파라고는 할 수 없지만 권은희 새누리당 의원은 20년 전 KT에서 안심번호 기술을 개발하고 지난 6월 이를 활용한 여론조사 관련 개정안을 발의한 당사자로서 적극 발언에 나섰다. 대구 지역구 의원인 권 의원은 대구지역 '청와대 물갈이설' 대상자 중 한 명으로 지목되며 곤경에 처한 상태다.

그러나 친박계나 청와대의 공격에 움츠러들지 않고 안심번호가 시대의 발전에 발맞춰 필요한 기술이라는 점을 피력했다. 김 대표도 권 의원의 이 같은 입장표명에 고마워했다고 한다.

의총이 마무리된 뒤에도 안심번호 국민공천제를 미리 청와대와 상의했는지를 두고 김 대표와 현기환 청와대 정무수석 간 진실공방이 벌어지고 당내 공천관련 특별기구에서 전략공천을 포함해 논의할 지 논란이 벌어지면서 지난 1일 서울 여의도 모처에서 김 대표가 최측근 의원들을 불러모았다.

김성태 의원과 함께 김 대표의 '입'으로 자리잡은 김영우 새누리당 수석대변인이 참석했고 이날 귀국한 김학용 실장과 박민식 의원이 합류해 향후 대응책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의원들은 공천권을 권력에 휘둘리지 않도록 하겠다는 명분이 분명하다는 점을 다시금 당내에 알릴 필요가 있다며 청와대든 친박계든 전략공천을 노리는 공세에 끝까지 맞서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 대표는 이들을 만나기 직전 현기환 정무수석과 전화통화를 통해 안심번호 관련 확전을 자제하자는 이야기를 나눈 참이었다. 김 대표는 당내 동향을 우려하는 의원들의 의견을 묵묵히 들은 뒤 마지막 발언에 나섰다.

그는 "무슨 일이 있어도(내 목이 달아나도) 전략공천은 안한다"고 이들을 안심시키고 국민공천제 관철 의지를 피력했다는 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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