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원' 대우차판매 송도 땅값 '반의반' 토막 난 사연은?

머니투데이 김사무엘 기자 2015.10.03 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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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파산 후 92만㎡ 부지 경매행 4번 유찰 1조→2516억으로 속락… "덩치 크고 용도 묶여 사업성 제한"

@김지영 디자이너@김지영 디자이너


지난달 30일 오후 인천지하철 동막역에서 내려 30여분 걸어가니 약 3m 높이의 패널로 둘러싸인 공터가 나타났다. 수십 년간 방치된 탓인지 담벼락 주위는 수풀이 무성하고 안쪽 공터에는 각종 고철과 폐차량이 가득했다. 도로 하나 건너 고층빌딩이 즐비한 송도국제업무지구의 모습과 대조적이었다.

이곳은 지난해 말 감정가 1조481억원에 경매에 나온 옛 대우자동차판매 부지다. 인천 연수구 옥련동·동춘동 일대(92만6951㎡)에 위치한 이 부지는 지난해 12월 첫 경매에서 유찰된 뒤 지난 3월과 5월 연달아 매각에 실패했고 지난달 21일 네 번째 경매마저 유찰됐다.



유찰될 때마다 최저매각가격은 30% 낮아져 네 번째 유찰된 뒤에는 2516억원까지 떨어졌다. 1조원대 땅가격이 반의 반토막이 난 것.

이 부지는 주상복합아파트와 상업시설, 송도유원지 테마파크 등으로 조성될 계획이었지만 소유주인 대우자동차판매가 지난해 7월 법원으로부터 파산선고를 받으면서 경매시장에 나왔다.



당초 한독 소유였던 이 부지는 1996년 대우그룹 계열사인 우리자동차판매(대우자동차판매의 전신)가 한독을 인수하면서 대우그룹에 넘어갔다. 1998년 대우그룹은 이곳으로 본사이전을 위해 인천시로부터 상업용지로 용도변경을 승인받고 초고층타워, 테마파크 등을 건설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했지만 그룹이 해체되면서 무산됐다.

이후 대우자동차판매는 테마파크 조성사업을 재개하기 위해 2007년 미국 영화제작사 파라마운트와 '파라마운트 무비파크 코리아'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다음해 도시계획시설(유원지) 실시계획인가가 나면서 사업은 탄력을 받는 듯했다. 계획대로면 이 부지에는 주상복합아파트 등 3900가구의 공동주택과 공원, 학교, 호텔, 테마파크 등이 들어서야 했다.

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부동산경기 침체가 겹치면서 사업은 첫 삽도 뜨지 못한 채 지지부진해졌고 대우자동차판매의 파산으로 결국 또 다시 좌초됐다.


인천 연수구 동춘동 대우자동차판매(주) 부지에 약 3m 높이의 판넬이 둘러쳐있다. 이 부지에는 '파라마운트 무비파크 코리아'가 들어설 예정이었다./ 사진=김사무엘 기자인천 연수구 동춘동 대우자동차판매(주) 부지에 약 3m 높이의 판넬이 둘러쳐있다. 이 부지에는 '파라마운트 무비파크 코리아'가 들어설 예정이었다./ 사진=김사무엘 기자
대우자동차판매 부지는 대로변에 위치한 데다 송도국제업무지구와 가깝고 인근 개발호재(동춘1구역 도시개발지구)까지 부각되면서 높은 낙찰가 형성이 기대됐지만 시장의 반응은 냉담했다. 1조원 넘는 25필지를 모두 인수해야 하는 것도 부담이지만 유원지 개발 등으로 용도가 묶여 있어 사업성이 높지 않다는 게 업계의 판단이다.

사업 완료 후 부지면적의 약 4분의1인 25만㎡를 도로, 공원, 녹지, 학교 등으로 기부채납해야 한다. 게다가 부지 일부는 매립지여서 연약지반 보강, 폐기물 처리 등 추가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도 부담요인이다.

대우송도개발 파산관재인 관계자는 "이 부지는 도시개발과 테마파크사업 부지를 동시에 준공해야 하는 요건이 있어 초기비용이 많이 들고 테마파크의 경우 투자금 회수기간이 오래 걸려 시행사 측에선 부담스러운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경매 진행과 별도로 매각주관사 삼정(KPMG)회계법인은 지난 7월 부동산개발업체 대원플러스와 수의계약을 했다. 대원플러스에 따르면 계약금액은 3150억원. 다음달 2일 진행되는 경매에서 이 금액을 넘어서는 낙찰가가 나오지 않으면 대우자동차판매 부지는 대원플러스가 가져간다.

대원플러스는 이미 인천시에 5870억원을 투자하는 '디스커버리 어드벤처 테마파크' 조성사업 계획을 제출했다. 대원플러스 관계자는 "1조원 부지를 3000억원대에 계약한다고 했을 때 특혜의혹이 제기됐지만 4차례 유찰되면서 그런 시비는 없어졌다"며 "롯데월드나 에버랜드와는 다른 인천시만의 독창적인 테마파크로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인천시 관계자는 "인천시민을 위한 테마파크 조성이 본 목적인 만큼 새 사업자가 용도변경을 요청하더라도 반영할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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