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격은?" "노 코멘트" 몸사린 김학민 국립오페라단 예술감독

머니투데이 김유진 기자 2015.10.01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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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클릭]취임 3개월, 첫 공식석상 오른 김학민 예술감독…뜬구름 잡는 포부만 앞세워

김학민 국립오페라단 예술감독김학민 국립오페라단 예술감독


국립오페라단 예술감독직은 숨기며 일하는 자리인가. 아니면 구렁이 담 넘어가듯 대충 해결하자는 불소통의 자리인가.

지난 2월 우여곡절 끝에 자진사퇴한 한예진 감독에 이어 지난 7월 자리에 앉은 김학민 신임 예술감독(53)이 1일 처음으로 공식 석상에 섰다. 20여 명의 기자가 예술의전당에서 그의 운영 포부와 방향을 듣기 위해 귀를 기울였지만 '포용하는, 국민의, 국립 오페라단을 만들겠다'는 뻔한 답변만이 돌아왔다.

이날 자리는 '신임 예술감독 비전 발표 및 '진주조개잡이' 기자간담회'라는 제목으로 열렸다. 김 예술감독의 국립오페라단 운영 포부와 구체적인 계획에 대한 질문이 쏟아졌다. 그러나 그는 "오늘은 '진주조개잡이' 발표를 위해 모인 자리"라며 "다음에 자리를 마련하겠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비전은 과거의 문제를 되짚어 반면교사로 삼는 것에서, 그리고 불미스럽거나 원활하지 못한 일에 대한 구체적 개선을 통해 제시되는 포부임에도 그의 일방적인 설명은 교과서 같은 원칙론에 사로잡힌 모습으로 쉽게 비쳐졌다.

껄끄러운 질문 자체를 막고 자신이 하고 싶은 말만 전하는 모양새는 지나치게 몸을 사린다는 인상까지 안겨줬다. 김 예술감독은 "세 가지로 요약하겠다"며 자신이 만들고자 하는 국립오페라단의 모습을 나누어 설명했지만 전부 뜬구름 잡는 것처럼 추상적이었다. 모든 이들의 바람을 포용하고, 모든 국민이 소외되지 않고, 국립오페라인 만큼 국제적으로 도약할 수 있는 오페라단을 만들겠다는 내용이 전부였다.



그 어느 단락도 이의를 제기하기 어려울 만큼 당연하고 그럴듯한 미사여구였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평범하거나 진부하고, 주의만 있고 실행은 없는 뜬구름 철학의 대표적 사례였다.

‘모든 입장을 포용하는 오페라단’이나 ‘국민의 오페라’, ‘국립 오페라다운 오페라’ 등 3가지 주요 키워드를 열심히 듣기위해 기자단이 그 자리에 달려갔을까.

한예진 전 예술감독에 대한 자격 논란으로 불거진 ‘국립오페라단 예술감독직’ 사태는 최소한의 검증된 자격과 능력이 이 자리의 중요한 요건이라는 사실을 확인해준 사례다.


다시 말하면, 이는 자격과 능력에 대한 질문을 여과없이 받아들여 충분히 답변해야하는 통과의례의 과정일 수 있다는 뜻으로 수용될 수 있다.

그럼에도 신임 예술감독은 ‘경험부족 논란’ 질문에는 “답변 안 하겠습니다”라는 말만 남기고 대중의 궁금증을 증폭시켰다. 김 예술감독은 "이 자리는 '진주조개잡이'를 소개하는 간담회라서 의미가 퇴색할 것 같아 내 얘기를 하는 것을 자제하고 있다"며 "인내해주신다면 추후 따로 자리를 마련해 지난 3개월을 설명하고 국립오페라단의 이름으로 보답하겠다"고 말했다.

첫 공식석상에서 건넨 그의 답변은 설명도 해명도 아니었다. 국립오페라단은 또 그렇게 보호막 하나 추가하고 소통을 피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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