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을 좋아하는 것과 화장품 마케팅은 다르다

머니투데이 이시한 전주대학교 객원교수 2015.09.18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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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하반기 공채 자소서 불패노트] 16. 아모레퍼시픽

편집자주 2015년 하반기 대기업 공채가 시작됐다. 너도나도 스펙보다는 능력 중심의 인재채용 원칙을 내놓지만 정작 취업준비생들로서는 입사지원서에 자신의 능력을 증명할 길이 별로 없다. 그나마 남과 다른 자신만의 차별화 요소를 표현할 수 있는 것이 자기소개서이다. 자소서 문항의 출제의도를 정확히 파악하고 작성해나간다면 취업확률은 훨씬 높아질 것이다. 매주 [NCS불패노트]를 기고해온 이시한 강사와 함께 9월 한달간 자소서 문항이 공개되는 기업순으로 합격을 부르는 자소서 쓰기 코칭을 연재한다.

성신여대 강의를 나가면서 알게된 사실인데, 여학생들에게 아모레퍼시픽은 어떤 대기업에도 지지 않는 인기를 자랑하는 회사라는 사실이다. 정말 많은 여학생들이 뷰티 기업에 대한 로망을 갖고 도전한다.

몇몇 지원자들은 평소에 쏟았던 화장품에 대한 관심이 곧 직무에 대한 열정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화장품을 좋아하는 것과 화장품 영업을 하는 것은 다른 것이라는 점을 잘 알아야 한다. 중요한 것은 직무고, 제품에 대한 관심은 부차적인 것이다. 자신이 가진 아모레퍼시픽에 대한 열망이 화장품에 대한 것인지 직무에 대한 것인지 잘 구분해 보고 지원하도록 하자.



/그래픽=김지영 디자이너/그래픽=김지영 디자이너


▶1번 문항 : 회사를 선택하는 기준에 지원자의 가치관이 적나라하게 드러날 수밖에 없다. 흔한 회사 자랑으로 점철된 지원동기 말고 가치에 기반한 지원동기를 듣고 싶다는 것이 1번 문항의 의도다. 왜냐하면 흔히들 회사 지원동기에 나열하는 ‘수출 얼마를 달성한 회사’ 같은 요소를 쓰게 되면, 결국 자신의 회사 선택기준은 그냥 돈만 많이 벌고 수출만 많이 하는 기업이 돼버리기 때문이다. 회사가 추구하는 가치가 자신의 가치와 맞아떨어져서 지원했다는 가치에 대한 싱크로율을 드러내야 할 게 바로 이 항목이다. 4번 문항이나, 아모레퍼시픽의 홈페이지를 보면 유난히 회사가 지향하고자 하는 가치에 자신감을 많이 드러내는 듯한 인상이다. 그러므로 지원자 역시 가치 중심으로 회사를 선택했고, 그 가치에 맞는 기업은 아모레퍼시픽이라는 식의 스토리가 필요한 문항이다.

▶2번 문항 : 대부분의 지원자가 가장 부족한 역량은 아마 개발하고 있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까 가장 부족한 것이다. 진짜로 이런 점을 찾아내게 되면 활동과 노력이라는 부분이 쓰기 힘들어지므로, 두 번째나 세 번째 정도의 부족한 역량을 찾아내는 것이 좋을 때도 있다. 이 항목에서 보고자 하는 것은 그런 부분이 개선되는 과정이나 포인트이기 때문이다. 이런 점을 보고 회사에서도 나쁜 점을 빨리빨리 고쳐나갈 수 있겠다는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을 것이다.



▶3번 문항 : 무턱대고 태도에 대한 강점(이를테면 성실, 끈기, 이해, 배려)을 쓰라는 것이 아니다. 직무를 수행함에 있어서 강점을 쓰라는 것으로, 자신이 생각하기에 직무에서 필요한 요소를 정확히 알고 있나 물어보는 간접적인 질문이 될 수 있다. 그러니까 ‘성실은 어떤 직무에도 강점이 되는 부분이니 상관없을 것이다’는 식의 태도적인 특징을 잡기보다는, 직무에 대한 이해를 충분히 하고 있다는 의미에서 직무에 필요한 능력적인 특징을 잡아서 장점으로 강조하는 것이 좋겠다. 경험중심으로 쓰는데 600자 정도면 거의 팩트를 나열하는 정도의 수준이다. 간결하게 자신의 할 말을 정리해야 하므로 형용사와 부사보다는 동사 위주로 써야 한다.

▶4번 문항 : 이른바 ‘복붙’, 복사해서 붙이기가 불가능한 항목이다. 다른 어떤 기업도 이런 문항을 내는 기업은 없다. 게다가 자소서 문항인데 조금은 철학적이기까지 하다. 세상을 변화시키는 아름다움에 대해서 찾기 위해 아모레퍼시픽 홈페이지에 들어가 일단 “내면과 외면이 조화를 이루는 진정한 美를 창조하여, 아름답고 건강하게 살고자 하는 인류의 영원한 꿈을 실현한다”라는 문구를 찾아 쓰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그런데 과연 이 문구를 보고 아모레퍼시픽에서 좋아할까를 생각해보자. ‘이 지원자는 우리 홈페이지를 잘 찾아왔군’하면서 가점을 줄 수 있을까?

엄청나게 많은 지원자들이 이 구절 혹은 홈페이지에 있는 다른 구절을 베껴쓰면서 아름다움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나열하기보다는 아모레퍼시픽의 생각을 나열할 것이다. 자기소개서에서는 자신을 드러내야 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검색창을 두드리는 것도 그만하고 잠깐 스스로 생각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자신이 생각하는 아름다움이 무엇인지, 그리고 화장품 회사에서 그런 것을 어떤 식으로 변화시킬 수 있을지 말이다. 그래야 회사에서 마련한 독특한 문항에 대해서 자신의 독특한 생각이 드러나는 유니크한 자소서를 작성할 수 있을 것이다.


▶5번 문항 : 결국 4번 문항과 연결될 수밖에 없다. 자신의 비전에 대한 명분이 되는 것이 바로 4번 문항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4번 문항이 어느 정도 추상적으로 흐르는 것이 가능한 문항이라면, 이 5번 문항은 추상적으로 흘러서는 안된다. 구체적으로 자신의 직무와 관계된 비전이 되어야 하기 때문에 정확하고도 세밀한 비전의 실천태가 나와야 한다. 그래야 회사 안에서 자신의 발전 로드맵도 나올 것이고, 5년 10년 단위로 성장 계획도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직무적인 비전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회사의 비전보다는 자신의 비전이고, 자신이 할 일에 대한 비전이기 때문에 직무적으로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를 제시해야 회사도 개인도 이득이라는 것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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