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자 수 확 줄어든 LG전자 자소서, 디테일 놓치지 마라

머니투데이 이시한 전주대학교 객원교수 2015.09.17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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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하반기 공채 자소서 불패노트] ⑮LG전자

편집자주 2015년 하반기 대기업 공채가 시작됐다. 너도나도 스펙보다는 능력 중심의 인재채용 원칙을 내놓지만 정작 취업준비생들로서는 입사지원서에 자신의 능력을 증명할 길이 별로 없다. 그나마 남과 다른 자신만의 차별화 요소를 표현할 수 있는 것이 자기소개서이다. 자소서 문항의 출제의도를 정확히 파악하고 작성해나간다면 취업확률은 훨씬 높아질 것이다. 매주 [NCS불패노트]를 기고해온 이시한 강사와 함께 9월 한달간 자소서 문항이 공개되는 기업순으로 합격을 부르는 자소서 쓰기 코칭을 연재한다.

LG전자의 자소서는 무척 간단해졌다. 2년 전 LG전자의 자소서는 여섯 항목으로 다음과 같이 제시됐었다.
“Ⓘ 자신이 가진 열정에 대하여 (한글1300자), ② 본인이 이룬 가장 큰 성취에 대하여 (한글1300자), ③ 본인의 가장 큰 실패 경험에 대하여 (한글1300자), ④ 본인의 역량에 관하여 (지원 분야 관련 전문지식) (한글1300자), ⑤ 본인의 성격에 관하여 (약점/강점에 대하여) (한글1300자), ⑥ 본인의 10년 후 계획에 대하여 (한글1300자)”

아래의 올 하반기 자소서 항목과 비교해보면 거의 그대로다. ①과 ④ 항목이 현재의 1번 항목이 되었으며, ②와 ③ 항목이 현재의 2번 항목이 되었다. 그리고 ⑥번 항목은 그대로 3번 항목이 된다. 자세히 보니 본인의 성격을 쓰라는 ⑤번 빼놓고는 그대로 살아 있는 셈이다.



내용이 그대로다보니 앞서 언급했던 ‘간단해졌다’는 말은 얼핏 이해가 안가는 상황이다. 하지만 글자수를 보면 이 ‘간단해졌다’는 말은 대번에 수긍이 될 것이다. 예전 글자수는 다 합하면 1300자씩 6항목이니까 7800자에 달했다. 하지만 현재 올 하반기 자소서의 글자수는 최대 2000자고, 최소는 700자도 가능하다. 1/5~1/6으로 글자수가 팍 줄었다. 이것이 LG전자 자소서의 특징을 대변하는 가장 큰 외적 요소다.

/그래픽=유정수 디자이너/그래픽=유정수 디자이너


▶1번 항목 : ‘열정에 관하여’라는 자소서의 문항은 상당히 추상적이다. 질문이 추상적이면 답변 역시 추상적이 되기 십상인데, 그래서 이런 질문에 구체적으로 답하면 차별화 포인트가 된다. 자신의 열정이 드러날 만한 구체적인 사건을 발굴한다. 사실 어떤 일을 했을 때 의무감으로 했는지 열정을 가지고 했는지는 3자의 입장에서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만약 그 일에 대해 말하게 되면, 열정을 가지고 임한 일은 구체적인 사항까지 뚜렷이 진술할 수 있다. 구체성에 있어 세부적으로 말할 수 있는 일을 찾아야 한다. 그리고 당연히 그 열정은 곧 직무에 대한 관심으로 연결될 수 있는 연계성을 가져야 한다. 괄호까지 동원해서 직무 연관성을 찾아줄 것을 강조하고 있으니 이 부분은 반드시 지켜야 할 것이다.



또 하나 ‘역량에 대하여’ 역시 무척 애매하다. 경력자를 뽑는 것도 아닌데 직무역량이나 경험을 언급하라는 것을 어불성설이다. 대학교육이 직무를 직접으로 접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닌 만큼 사실 이 직무역량이라는 부분은 직무에 대한 지식이나 전공적합도 같이 다른 식으로 해석되어야 한다. 이공계생들은 자신의 전공과 연계되는 직무를 택하면 이런 부분은 학교 교육이나 프로젝트 수행, 소논문을 만들었던 작업 등을 언급하면서 어느 정도 해소가 될 것이다.

▶2번 항목 : ‘본인이 이룬 성취’를 쓰라는 항목에서 함정에 빠지기 쉬운데 자기 자랑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많은 지원자들이 자신이 여태까지 이룬 일 중에서 최고로 폼나는 것을 찾으려고 하는데, 사실 20여 년 간 학생으로 산 사람들이 이룬 성취라고 해봤자 사회인들이 보기에는 거기서 거기인 경우가 많다. 따라서 성취라고 해서 크고 잘난 결과물에 집중하지 말고 그 성취를 이뤄가는 과정에서 쏟은 노력이나 자신의 성장을 드러낼 수 있는 일을 찾아야 한다.

과정에 집중해서 생각하면 굳이 크고 멋드러진 성취에만 집착할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아버지가 물려줘서 1000억짜리 회사를 운영하는 사람과 자신의 힘으로 100억짜리 회사를 만든 사람 중에 누가 더 능력 있는 사람인가를 생각해보면 된다. 그리고 그 부분에서 관심 있는 것은 지금 자산이 얼마인가 보다 100억짜리 회사를 어떻게 만들었는가 하는 점일 것이다.


실패한 경험을 언급할 때는 본능적으로 자기보호를 하게 마련이다. 자신의 탓이 아니라 환경이나 다른 사람의 탓이라는 식으로 말이다. 하지만 사실 그 실패가 누구 탓이냐가 중요하지는 않다. 중요한 것은 실패를 통해서 무엇을 배웠느냐하는 것이다. 실패를 통해 배운 것은 ‘이렇게 하면 되겠다’거나 ‘이렇게 하면 안되겠다’거나인데 사실 둘 중에 무엇이라도 괜찮다. 실패의 과정을 통해서 배운 바를 정확하게만 언급하면 된다.

▶3번 항목 : 왜 20년이 아니라 10년일까? LG전자의 근속연수와 관계가 있는 것일까? 어쨌든 10년 후에 할 일과 20년 후에 할 일이 다를 것 같지는 않다. 직무적인 비전, 꿈, 그리고 그에 따른 구체적인 계획이다 보니, 실제로 10년 후의 계획을 짜기보다는 20년, 30년 후의 계획을 짜야 한다. 그리고 그 한 구간으로 10년을 생각해야 한다. 10년 후의 계획이 완성형이 되어서는 안되고 진행형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이 질문은 한 개인이 평생 걸려서 이룩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를 묻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아직 없다면 직무라는 방향성을 가지고 구체적으로 생각해서 미래상을 만든 다음에 이 항목을 채워야 할 것이다.

▶총정리 : 를 통해서 드러나는 개인의 특성, 그리고 을 통해 드러나는 지향점과 열정, 이런 것들을 종합하여 를 그려나간다는 것이 LG전자 자소서의 줄거리라고 할 수 있다. 주의할 것은 간략히 기술하라고 해서 이 부분에 대한 생각도 간략하게 이루어져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가능한 디테일하고 구체적으로 생각한 다음에, 그것을 간략하게 줄여 써야 한다. 그래야 진정성이 살아나면서 면접에서 이어지는 후속 질문에도 안전하게 답변할 수 있다. 100~500자의 자소서는 결국 면접의 시놉이라는 정체성을 대놓고 드러내는 글자수인 만큼 이 자소서에 기반한 면접 준비도 철저히 이루어져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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