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하반기만 해도 작년에 비해 경제 상황이 더 좋을 것도 없지만 롯데는 작년보다 더 많은 인원을 채용한다. 그리고 예전부터 취준생들 사이에서 롯데는 은근히 스펙을 따진다는 의혹이 있던 기업이었지만, 영어 시험을 없앤다든가 서류기재사항을 대폭 줄이는 등의 스펙초월 기조를 유지하는 것을 보면 최근에는 그 어느 기업보다 열린채용에 앞장서는 모습이다.
/그래픽=김지영 디자이너
▶2번 문항 : 인사담당자는 당신의 성장과정이 궁금한 것이 아니다. 성장과정에서 얻게 된 당신의 능력이나 깨달음, 업그레이드 된 요소들에 관심이 있는 것이지 시시콜콜한 개인의 대·소사를 알고 싶은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이 점을 이해하지 않고 ‘성장과정’과 ‘구체적으로 기술’하라는 말 때문에 개인의 일생을 파노라마처럼 늘어놓곤 하는데, 이런 사실의 열거로는 원하는 자소서를 제출하지 못한다. 그리고 800자 안에 쓰지도 못한다. 과거에 있었던 일 중에 한 순간만을 잡아내어 쓰더라도 집중해야 할 것은 '그래서 그 과정을 통해 당신은 어떤 사람이 되었나?’하는 점이다.
▶3번 문항 : 학업 외에 열정을 쏟았던 경험이 반드시 학구적이거나 ‘럭셔리’해야 할 필요는 없다. 다만 열정을 쏟아 실천했던 경험만큼은 확실해야 한다. 지금은 티몬 대표로 유명한 신현성씨 같은 경우 처음 맥킨지컨설팅에 입사할 때, 죽어가는 교내 합창 동아리를 살린 경험을 어필해 입사에 성공했다고 한다. 사회활동이라는 말에 무엇을 써야 할지 헷갈리는 사람도 많은데, 중요한 것은 ‘사회활동’ 보다는 ‘관심과 열정’이라는 말이다. 웬만한 경험들은 사회활동이라 할 수 있으니, 관심과 열정이 확실하게 드러나는 활동을 택할 필요가 있다. 단 회사에서 불편하게 생각하는 사회경험은 ‘군대’다. 가급적 군대이야기는 쓰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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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번 문항 : 희망직무가 분명해야 한다. 소비재 기업의 특성상 인문계생들의 지원이 많은 편인데, 사실 인문계는 이공계에 비해서 직무에 대한 특화가 덜 되어 있는 편이다. 이공계 같은 경우 자신의 전공을 언급하는 것만으로도 어느 정도 직무에 대한 준비가 돼있다는 인상을 줄 수 있는 반면, 인문계생들은 전공과 무관한 직무를 선택하는 경우도 상당히 많으므로 이 문항이 꽤 어려울 수 있다.
직무를 위한 명확한 활동이 없다고 생각하더라도 실제로 없다고 쓸 수는 없으니까, 자신이 해왔던 활동에 직무적인 의미를 부여해야 할 것이다. 학교 교과 중에서도 수강 과목이 직무와 맞는 게 있으면 '이런 직무에 관심이 있어 수강하게 되었다'고 하면 된다. 준비과정에 마땅한 게 없으면 이 부분은 짧게 언급하고, 희망직무에 대한 본인의 강점과 약점을 좀 길게 쓰는 방법도 있다.
▶5번 문항 : ‘10년 후 당신의 모습’이 일반적인 질문인데 비해 롯데의 질문은 ‘10년 동안의 회사생활 시나리오’라는 데 주의해야 한다. 시나리오는 결과만 있는 것이 아니라 중간과정까지 생각해야 하기 때문이다. 10년 후의 결과뿐만 아니라 그것을 이룩하기 위해 1년 후, 5년 후에 무엇을 할지까지 어느 정도 계획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식의 ‘시나리오’를 가지는 이유도 중요하다. 이 때 왜 10년 후의 결과를 그렇게 잡았는지에 대한 이유도 있어야 하겠고, 그 과정이 왜 그런지도 있어야 할 것이다. 자신의 비전을 유통기업, 내수기업, 서비스 기업, 소비재 기업이라고 할 수 있는 롯데의 특징을 잘 생각해서 꽤 높은 싱크로율이 나오도록 잡아야 할 것이다.
▶총정리 : 롯데가 자소서 중심의 열린 채용 기조를 택한 데에 비해서 자소서 문항 자체는 닫힌 채용 시대의 자소서 문항과 비슷하게 나오고 있다. 그룹 내외적으로 정신없는 일이 많이 발생하다보니 이전까지의 자소서 문항을 뜯어고쳐가며 여러 혁신을 추구하기에는 이러저러한 사정이 다 안 맞았을 것이다. 그리고 다소 보수적인 것으로 알려진 기업문화도 자소서 문항의 전면적인 변화를 막는 또 하나의 요인이었을 가능성도 많다.
취준생 입장에서보자면 스펙 초월로 자소서 문항이 강화되고 디테일해져서 한 항목 한 항목 채우기가 힘겨워진 다른 기업의 자소서에 비해서, 롯데의 자소서는 스펙 초월 기조를 표방한 것이 비하면 조금 일반적인 문항이기 때문에 손쉽게 접근할 여지가 있다. 그리고 사실 이 정도 항목이면 열심히 준비한 취준생은 어느 정도 미리 작성해 놓았을 문항들이기도 하다. 그러니 디테일한 자소서에 약점을 보이는 취준생에게는 조금 유리할 수도 있는 자소서 항목들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