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 대형 카지노 만든다

머니투데이 주명호 기자 2015.09.14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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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 대형 카지노가 다음 달 문을 연다. 한중일 3국과 가까운 지리적 이점을 통해 러시아 극동지역 경제활성화를 노리겠다는 셈법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한 달 안에 '타이거 데 크리스탈(Tigre de Cristal)'이란 이름의 카지노 복합단지가 블라디보스토크에서 개장한다고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카지노는 759개의 슬롯머신과 수십 개의 룰렛테이블을 갖추고 있으며 이용객들을 위한 호텔도 있다.



타이거 데 크리스탈의 최대 투자자는 마카오 최대 카지노 재벌 허훙선(何鸿燊)의 아들 허여우롱(何猷龍)이다. 허여우롱의 투자회사인 서밋어센트의 에릭 랜디어 기업금융 및 전략부문 이사는 "5억달러(약 5917억원)를 선투자했으며 총 투자금액은 9억달러(약 1조651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밝혔다.

블라디보스토크를 중심으로 비행기 기준 반경 3시간 거리 안 인구수는 3억명이 넘는다. 유럽과는 멀리 떨어져 있어도 충분한 수요가 나온다는 판단이다. 한중일 3국, 특히 중국에 거는 기대가 크다. 타이거 데 크리스탈의 운영을 맡은 크레이그 발랜타인은 "이용자의 80%가 러시아 현지인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자금 기준으로 보면 80%가 중국인으로부터 나올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미 한국 여행사로부터 대규모 카지노 예약을 받은 상태라고도 덧붙였다.



하지만 FT는 러시아 정부가 극동지역 투자자들에 대해 지속적으로 혜택을 줄 것인지 여부에 따라 카지노의 성패가 갈릴 것이라고 진단했다. 외국인들의 사업승인 절차 간소화, 비자 면제, 세금 감면 등 활성화 조치가 이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중국 컨설팅업체 허쥔컨설팅 왕민푸 회장은 "러시아인들은 스스로 아시아보다 유럽인에 가깝다고 생각하며 러시아 정부 또한 (유럽과 가까운) 서부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달 초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동방경제포럼'에 참석해 아시아 기업들에게 극동지역 개발 계획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상트페테르부르그에서 열리는 연례 경제포럼 일정으로 인해 투자자들과의 만남은 이뤄지지 못했다. 투자자들이 원하는 바를 직접적으로 듣지 못했다는 의미다.

실제로 헤이룽장성(省)의 루하오 성장은 포럼에서 러시아의 과도한 세관 절차로 인해 인프라구조 프로젝트 완료가 지연되면서 중국 투자자들의 불만을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타이거 데 크리스탈 역시 사업 승인 실패와 건설 지연으로 이미 올해 두 차례나 개장이 연기됐다. 공항과 카지노를 잇는 새 도로도 원래는 올해 초 완공될 예정이었으나 일정이 미뤄지면서 다음 달 8일 이후 개통될 전망이다.


시진핑 정부가 들어서면서 강력히 추진되고 있는 중국 내 반부정·부패 캠페인도 러시아 카지노 사업에는 악재가 될 것으로 보인다. FT는 이로 인해 올해 상반기 마카오의 카지노를 이용하는 중국인수가 작년대비 3분의 1 이상 감소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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