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서류평가에 직무적합성 평가라는 이름이 붙은 만큼, 일반적인 문항이지만 최대한 직무적인 준비와 성과 그리고 직무라는 방향성을 확고히 한 상태에서 기술해야 한다. 여러 가지 장점을 어필하기보다는 직무적인 준비를 해왔던 과정을 여러 문항으로 나누어 쓴다고 생각하고 직무라는 스토리 라인을 따라 문항들의 답변을 배치해야 할 것이다.
/그래픽=김지영 디자이너
▶1번 문항 : 삼성에 지원한 이유와 그 안에서의 비전을 기술하라는 질문이다. 중요한 것은 지원한 이유와 비전이 따로 놀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우연히 알게 된 기업문화가 좋아서 삼성에 지원하게 됐다’는 식의 계기에 입각한 지원동기는 안 쓰느니만 못하다. 삼성에 지원한 동기는 자신이 생각하는 비전을 이룩해 줄 수 있는 인프라와 문화가 갖춰져 있기 때문이어야 한다.
▶2번 문항 : 성장과정을 기술하라는 식의 호구조사 질문은 최근 대기업들의 자소서에는 웬만하면 나오지 않는 추억의 문항이다. 삼성이 복고를 제대로 구현했다. 이 성장과정 문항에서 가장 많이 빠지는 함정은 실제로 성장과정을 나열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다. 이 문항은 개인의 성장과정에 관심이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런 성장과정을 거쳐서 지금 현재 어떤 사람이 되어 있는가가 관건이다. 그러니까 성장과정 중에서 어떤 것을 나열할 것인가 먼저 생각하지 말고, 자신이 가진 어떤 면을 강조할 것인가 먼저 생각하고 그것을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성장과정의 한 장면을 찾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다.
그런데 굳이 자신에게 영향을 끼친 사건이나 인물을 쓰라고 하는 것은 하나의 계기에 대한 질문으로 볼 수 있다. 자신의 성격이 변했거나 꿈이 바뀌었거나 생각의 틀을 깨주었던 사건이나 인물들에 대한 것인데, 역시 그로 인한 변화가 지금 직무에 맞춘 바람직한 변화여야 할 것이다. 작품 속 가상인물이라는 말은 책이나 영화 같은 것을 보고 얻은 생각의 변화도 포함하는 것이라, 상당히 다양한 성장과정의 장면을 허용한 문항이라고 볼 수 있다. 그만큼 이 변화 포인트를 통해서 성장한 자신은 직무적으로 보다 더 적합해지고 비전에 보다 더 가까운 모습이 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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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번 문항 : 이 문항은 어떤 사회 이슈를 선택하느냐보다는 자신이 선택한 사회적 이슈에 어떤 의미를 붙이느냐가 훨씬 중요하다. 그러니 소재가 될 사회 이슈에 대해 너무 고민할 필요는 없다. 다만 정치적인 이슈나 회사 자체에 대한 이슈는 피하도록 하자. 정치적 성향이 드러나는 발언은 어느 쪽이 됐든 위험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선택한 사회이슈에 대한 지원자의 눈이다. 사회 이슈에 대해 논리적으로 자기 생각을 전개할 수 있으면 된다. 합리적인 생각, 논리적인 주장의 전개 등이 훨씬 중요한 사항이다. 그런데 이런 분석은 너무 보편적이고 추상적이다. 조금 더 확실한 합격의 법칙을 알아보자.
사실 어떤 이슈에 대해 논리적인 생각을 전개하는 것은 삼성을 지원자들이라면 어느 정도 다 가능할 것이다. 여기서 차별화 포인트는 그런 사회 이슈가 자신의 비전이나 회사에서의 적용에 어떤 식으로 쓰일 것인가 하는 점이다. 예를 들어 ‘앞으로 달러강세가 전개될 것이다’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런 기조가 앞으로 회사에 어떤 식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자신의 추론력을 보여주는 것이 훨씬 강렬한 자소서의 포인트가 된다는 말이다. 말하자면 그 이슈가 중요한 이유는 자신의 직무와 그 미래에 중요한 변화점을 던지기 때문에 중요해야 하는 것이다.
만약 삼성전자 지원자라면 지금 개발되는 IoT 기술을 이슈로 정해 그것이 자신의 직무와 업무를 어떤 식으로 바꿀 것인지에 대한 통찰력을 드러내면 그것이 바로 직무 적합에 대한 판단 근거가 될 수 있다. 그래서 어쩌면 이 세 번째 질문이 에세이 항목 중에서는 가장 중요한 질문이라고 할 수 있다. 대놓고 직무적인 생각과 통찰력을 나타낼 수 있는 대답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좋은 질문을 일반적인 이슈와 신문에서 ‘복사해서 붙이기’한 추론으로 때우게 된다면 ‘나는 삼성에 입사하고 싶지는 않아요’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 그러니 자신이 지원하는 계열사와 그 안에서의 구체적인 직무를 생각해서 이슈를 정하고, 그 미래의 모습을 추론하여 이슈에 대한 선정 이유와 자신의 생각을 기술하도록 해야 한다. 이슈를 직무에 적용해야 한다는 것을 잊지 말자.
▶총정리 : 일반적 문항을 던져주고 직무적합도를 따진다는 모순적인 상황에 대처하기 위한 지원자의 자세는 일반적 문항에 대해 일반적 대답을 하지 않고 직무에 특화된 대답을 하는 것이다. 지원동기나 비전, 꿈, 성장배경 등 이 모든 것들이 직무적인 지향을 드러내야 한다. 이슈에 대한 추론은 반드시 자신의 힘과 생각으로 쓰도록 하자. 신문에서 읽은 이야기들은 누군가 또 다른 사람이 쓰기 마련이다. 다른 사람의 생각을 빌려와서는 면접까지 이어지는 이슈에 대한 이야기의 뒷수습을 할 수 없다. 반드시 자신의 생각으로 이 부분을 채워야 한다. 이번 삼성의 에세이에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평범한 질문에 무난한 대답으로 답하고픈 욕구에 넘어가지 않는 것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