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뇌하수체 채취 성장호르몬, 치매 전염시킨다

머니투데이 류준영 기자 2015.09.10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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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병원 의료행위 중 사람 간 전염 가능성 첫 확인

알츠하이머 치매가 전염될 수 있음을 시사하는 사례가 영국에서 발견돼 주목된다.

영국 국립신경·신경외과병원과 영국 런던대 임상의학과 공동 연구진은 중추신경계가 마비되는 치명적인 뇌질환인 크로츠펠트 야콥병(CJD)으로 사망한 환자 8명의 뇌조직을 부검한 결과 4명에게서 알츠하이머 치매의 주범으로 알려진 독성 뇌단백질(아밀로이드 베타 플라크)이 발견됐다고 10일(한국시각) 밝혔다.

환자들은 1958~1985년 사이 왜소증 치료를 위해 사망한 사람의 뇌하수체에서 채취한 성장호르몬 주사를 맞은 뒤 CJD에 걸려 사망했다.



연구팀은 이들의 사망원인 확인을 위해 시행한 부검 과정에서 치매 환자에게서 발견되는 '아밀로이드 베타 플라크'가 많이 쌓여 있다는 점을 찾아냈다.

치매는 대게 유전자 변이에 의해 유발된다. 하지만 8명의 환자들에게선 유전자 변이는 발견되지 않았다.



연구진은 시신의 뇌하수체에 있었던 아밀로이드 베타 플라크가 '씨앗'이 돼 성장호르몬 주사를 통해 환자에게 전달됐고, 몸속에서 베타아밀로이드 덩어리를 형성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연구팀은 "치매를 일으키는 독성 단백질은 CJD를 일으키는 변형 단백질인 프리온과 같은 경로로 수술도구나 의료과정을 통해 전염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 "치매의 '씨앗'은 잠복기가 최장 40년까지 갈 수 있어 환자는 이를 모르고 지냈을 가능성이 있다"며 "하지만 치매가 독감처럼 전염된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인 '네이처' 최신호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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