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vs 진보'…美 억만장자의 정치성향은?

머니투데이 김재훈 사우스캐롤라이나 클래플린대학 경영학과 조교수 2015.09.11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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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주식 이야기]<24>창업자는 주로 진보, 상속자는 모두 보수

편집자주 미국 주식시장에서 일어나는 재밌는 이슈와 돈 버는 투자전략, 그리고 흥미로운 인물들을 소개합니다.

/그래픽=임종철 디자이너/그래픽=임종철 디자이너


2016년 미국 대선을 앞두고 민주·공화 양당의 대권후보들 간의 열띤 경쟁이 펼쳐지고 있다. 민주당의 경우 유력한 대선주자인 힐러리 클린틴 전 국무장관을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 맹추격하고 있고 공화당 대선 경선에서는 부동산 재벌인 도널드 트럼프가 1위를 질주하며 예사롭지 않은 행보를 보이고 있다.

보통 주식시장은 기업규제적인 민주당보다 기업친화적인 공화당을 선호한다는 속설이 있는데 역사적으로 볼 때 평균수익률을 보면 오히려 공화당 정부보다 민주당 정부하에서 주식시장이 더 좋은 성적을 올렸다.



물론 주식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요인들을 고려할 때 어느 특정 정당이 선거에 승리하면 주식시장이 좋은 성과를 올린다고 단순히 말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일반 주주의 입장에서는 주식시장이 활황인 것을 좋아하는데, 그렇다면 대주주인 미국의 억만장자들은 어떤 정치적 성향을 가지고 있을까?

미국에서는 공개적으로 자기가 지지하는 정당을 밝히기도 하고 또 기부를 통해서도 자신의 정치성향을 알리기 때문에 억만장자들의 정치적 성향을 파악하는 것이 불가능하지 않다. 이에 대한 궁금증은 작년 워싱턴 포스트에서 미국 선거자금 감시단체인 CRP(Center for Responsive Politics)의 OpenSecret 자료를 보도한 기사를 보면 어느 정도 풀린다.



미국 내에서 가장 부유한 25명의 억만장자들의 기부내역을 분석하면 이 중 13명은 공화당 지지자, 6명은 민주당 지지자, 그리고 나머지 6명은 양쪽 다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선 공화당을 지지하는 억만장자들은 △오라클 공동 창업자 래리 엘리슨, △Tea Party 운동과 보수적인 공화당 후보들에 대한 정치자금 지원으로 유명한 석유화학 에너지 다국적기업인 코크 인더스트리즈 상속인 찰스 코크, 데이비드 코크 형제, △라스베가스 샌즈 대표이사 회장 셀던 아델슨, △월마트 창업자 샘 월튼의 막내아들인 짐 월튼, 샘 월튼의 막내딸인 앨리스 월튼, 샘 월튼의 장남인 롭슨 월튼, △기업 사냥꾼으로 유명한 아이칸 투자회사 창업자 칼 아이칸, △M&M 초콜릿으로 유명한 마스 초콜릿의 상속인 포레스트 마스, 존 마스, 잭클린 마스, △나이키 공동 창업자 필 나이트, 그리고 △델 컴퓨터 창업자 마이클 델 등이다.

이 중 앨리스 월튼은 전통적으로 공화당 후보를 지지해왔지만 특이하게도 작년에는 2만5000달러를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대선출마 지지를 위한 Superpac (정치후원회)에 기부한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당을 지지하는 억만장자들의 목록에서도 친숙한 이름들을 찾아볼 수 있는데 우선 △노블리스 오블리주의 아이콘이라 불리우는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가 첫 번째로 꼽힌다. 그 다음이 그의 오랜 친구이자 △버크셔 해서웨이 최고경영자인 워런 버핏이고 그 뒤를 이어 △블룸버그의 창업자인 마이클 블룸버그, △아마존의 창업자이자 워싱턴 포스트의 소유주인 제프 베조스, △구글의 공동 창업자인 세르게이 브린, △소로스 펀드 매니지먼트 회장인 조지 소로스가 민주당을 지지하는 것으로 분류됐다.

최근 CNBC와의 인터뷰에서 워런 버핏은 힐러리 클린턴에 대한 지지를 재천명하면서 공화당 후보경선에서 도널드 트럼프가 1위를 달리고 있는 현상에 대해서 워싱턴 정가에 대한 일반인들의 염증에 기인한다고 해석하고 있다.

양당을 모두 지지하는 억만장자들에는 △월마트 창업자 샘 월튼의 둘째 며느리인 크리스티 월튼, △구글의 공동 창업자인 래리 페이지, △페이스북 창업자인 마크 주커버그, △전 마이크로소프트 CEO 스티브 발머, △러시아 출신 석유재벌 액세스 인더스트리즈의 창업자인 렌 블라파트니크, 그리고 △피델리티 인베스트먼트 개인투자부문 사장인 애비게일 존슨 등이 있다. 이 중에서 크리스티 월튼의 경우는 주로 공화당 계열을 지지해왔지만 조사 당시에는 민주당출신 뉴저지주 상원의원에게만 기부한 것으로 나타나 양당지지로 분류됐다.

한 가지 특이사항이 있는데 민주당 지지성향을 보이는 억만장자들은 모두 창업자라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워런 버핏은 창업자는 아니지만 버크셔 해서웨이를 인수해서 새로운 모습으로 지금까지 성장시켜왔다는 점에서 창업자에 준한다고 볼 수 있다.

이에 반해서 공화당 지지성향의 억만장자들은 창업자와 상속자가 섞여 있는데 13명중 8명이 상속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볼 때 기업을 창업한 사람들보다는 상속받아서 지키려는 입장에 있는 사람들이 더 보수적인 성향을 띠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다가오는 2016년 대선에서는 과연 어떤 후보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이 될지 그리고 당선결과가 어떤 식으로 주식시장에 영향을 미치게 될지 점점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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