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난항 예고한 공영홈쇼핑

머니투데이 전병윤 기자 2015.09.04 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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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난항 예고한 공영홈쇼핑


"브랜드명은 최대한 쉽고 중소기업 제품이란 분위기를 풍기지 않아야 합니다."

공영홈쇼핑 개국을 앞두고 브랜드 아이덴티티(BI)를 고민하던 정부 당국자는 브랜드 콘셉트를 묻자 이렇게 대답했다.

그의 말은 수긍이 갔다. 중소·벤처기업의 혁신 제품을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정책매장과 공영홈쇼핑의 명칭을 하나로 통일해 브랜드 파워를 구축, 민간 유통채널의 대항마로 키우겠다는 전략이 깔려 있다.



그러기 위해선 브랜드에 굳이 '중소기업' '농수산품'을 연상하게 하는 단어를 넣을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개념을 토대로 외부 전문기관에 의뢰해 '아임쇼핑'으로 낙점한 것이다.

그런데 최근 공영홈쇼핑은 난데없이 브랜드 교체를 검토하고 나섰다. 공영홈쇼핑과 정책매장의 브랜드가 똑같아 혼동을 일으킨다는 이유다. 수천만원의 예산까지 들여 용역 작업에 착수했다.



개국한지 불과 1개월 남짓한 시점에서 브랜드 교체를 검토한다는 건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

일각에선 공영홈쇼핑의 2대주주인 농협경제지주가 브랜드에 '농식품' 이미지를 반영하려고 입김을 넣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통합 브랜드를 '아임쇼핑'으로 확정하는 과정에서 농협의 반발이 있었다는 얘기가 흘러나온 바 있다.

이렇게 되면 공영홈쇼핑을 축으로 정책매장과 온라인 판매 채널 등을 하나의 브랜드로 단일화해 중소기업을 위한 통합 유통플랫폼을 구축하려던 정부의 구상도 근본부터 흔들릴 수밖에 없다.


한편으로는 공영홈쇼핑은 공적 목적으로 출범했기 때문에 주주들은 수익을 사실상 포기한 반대급부로 내부 주도권에 관심을 둘 가능성이 크다. 이번 일도 일종의 기 싸움으로 읽히는 이유다.

가뜩이나 공영홈쇼핑 출범을 앞두고 과거 유사한 홈쇼핑업체의 실패사례들이 거론되며 부정적 여론에 시달렸다. 연착륙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는 상황에서 벌써부터 난항을 예고하는 신호를 준 건 아닌지 걱정이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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