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당 아래 분당' 지각변동…이젠 '동판교'

머니투데이 진경진 기자 2015.09.05 0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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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후]백현동 84㎡ 아파트가 8억원대 시세 형성…서울 강남권과 비슷

@머니투데이 김지영 디자이너@머니투데이 김지영 디자이너


“경기 분당신도시 8개동 아파트의 평균 매매가가 3.3㎡당 1000만원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주상복합이 몰려 있는 정자동이 3.3㎡당 평균 매매가가 1896만원으로 가장 높았다. 분당신도시는 수도권 5개 신도시(분당·일산·평촌·산본·중동) 중 3.3㎡당 평균 매매가가 평균 1661만원으로 5개 신도시 가운데 단연 높았다.

동별로는 정자동(1896만원)에 이어 △수내동(1767만원) △이매동(1757만원) △서현동(1719만원) 순이다. 정자동 아파트값이 가장 높은 이유는 2003년 이후 ‘파크뷰’ ‘두산위브제니스’ ‘아이파크분당’ 등 주상복합아파트값이 평당 2000만원을 넘으면서 인근 지역 아파트값을 이끌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파크뷰 71·63·78평형 등 대형 평형은 현재 3.3㎡당 3000만원을 넘어섰다.”(2006년 3월 기사 본문 중)




‘분당신도시’ 하면 당연히 ‘정자동’으로 통한 때가 있었다. 정자동의 고가 주상복합아파트는 고급 주거단지의 대표로 여겼다. 인근에 조성된 카페거리의 테라스를 따라 걷다보면 지금도 이국적인 느낌을 물씬 느낄 수 있다.

“천당 아래 분당”이란 우스갯소리는 그만큼 쾌적하고 부족함 없어 보이던 정자동을 두고 나온 소리였다. 부자동네, 고급스러움의 대명사격인 서울의 청담동을 본떠 분당의 청담동 일명 ‘청자동’으로 불리기까지 했다.



정자동 P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예전엔 이 일대가 신축 주상복합아파트에 고급스러운 카페골목까지 강남사모님 부러울 것 없는 부자동네였다”며 “경찰서는 물론 각종 상업시설까지 다 있고 분당은 곧 정자동이었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최근 분당에서 지각변동이 일고 있다. 강남권으로의 접근성은 물론이고 혁신학교 조성, 판교테크노밸리 개발, 상업시설 등 정자동을 뛰어넘는 곳이 생겼기 때문이다. 바로 백현·삼평동 등 동판교다. 여기에 최근 수도권 최대규모인 현대백화점까지 입점하면서 이 일대 입지가 나날이 달라지고 있다.

5일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이달 기준 백현동 아파트의 평균 매매가는 3.3㎡당 2515만원으로 1년 전(2350만원)보다 7% 오르며 분당 내 아파트 가운데 매매가가 가장 비싸다.


삼평동은 3.3㎡당 평균 매매가도 지난해 2188만원에서 지난달 2313만원으로 오르며 두 지역 모두 3.3㎡당 2000만원을 넘었다. 서울 서초구에서도 방배동의 3.3㎡당 매매가는 2168만원이고 서초동은 2336만원 수준이다.

대로변을 사이에 두고 현대백화점과 마주하는 백현마을 5단지 74.76㎡는 지난해 8월 기준 6억4500만~7억1000만원에서 올 8월 7억3000만~7억8500만원으로 크게 올랐다.

최저가를 기록한 2013년 9월(5억9500만~6억4000만원)과 비교하면 최대 2억원 가까이 오른 셈이다. 이 아파트 84.7㎡도 같은 기간 6억8500만~7억7500만원에서 7억5000만~8억6500만원까지 올랐다. 2013년 9월엔 6억2500만~7억2500만원이었다.

6단지도 비슷하다. 74.76㎡의 3.3㎡당 평균 매매가는 지난해 8월 6억6000만~7억1500만원 수준이었는데 지난달에는 7억3000만~7억8500만원, 84.98㎡는 같은 기간 6억8500만~7억9000만원에서 7억6500만~8억7000만원까지 올랐다.

일대에서 가장 비싼 ‘푸르지오 그랑블’은 139㎡가 지난달 12억9000만~14억5000만원 수준에서 시세를 형성했다. 반면 정자동 내 최고가로 꼽히는 ‘파크뷰’ 같은 면적은 9억9000만~10억9500만원, ‘동양정자 파라곤’ 140㎡는 8억4500만~8억9000만원에 시세가 형성됐다.

정자동은 백현·삼평동과의 매매가 차이도 크다. 정자동의 3.3㎡당 매매가는 1634만원으로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한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그린벨트로 묶여 있던 판교 일대를 테크노밸리로 개발하면서 취락지구에 불과하던 백현동이나 삼평동 쪽이 많이 뜨고 있다”며 “최근엔 정자동 카페거리처럼 백현동 일대에 카페거리를 조성하면서 일부러 찾는 사람도 늘고 있고 현대백화점 입점 등 호재로 일대 아파트 가격이 많이 올랐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알파돔시티’ 개발과 ‘제2판교테크노밸리’ 조성 등 개발호재까지 더해지면서 아파트 매매가 상승세는 꺾일 줄 모른다. ‘알파돔시티’ 프로젝트는 주거·업무·판매시설과 호텔 등 복합단지로 개발하는 사업이다. 연면적만 약 120만㎡로 서울 삼성동 코엑스의 2배로 조성된다.

2017년 ‘제2판교테크노밸리’가 조성되면 총 750여개 벤처기업과 연구소·기업지원시설이 들어서 4만여명이 근무할 예정이다. 기존 판교테크노밸리까지 더하면 입주기업은 1600여곳, 상주근무 인원은 10만명에 달한다.

백현동 P공인중개소 대표는 “여러 가지 호재가 겹치면서 아파트값이 계속 오르는데 최근엔 84㎡가 8억원 넘을 정도로 서울 강남과 비교해도 적지 않은 금액”이라며 “인근에서 근무하는 직원들도 집을 구하기 힘들어 한다”고 말했다. H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인근에 현대백화점이 생기고 판교역까지 있으니 주변 아파트 인기가 계속 올라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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