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가는 수협개혁? 중앙회장 권한강화 '끼워넣기'논란

머니투데이 박다해 기자 2015.08.31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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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 김우남 의원 '수협법 개정안'…중앙회장 연임허용·직무권한 확대 조항 포함

거꾸로 가는 수협개혁? 중앙회장 권한강화 '끼워넣기'논란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위원장인 김우남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최근 수산물 판매·가공·유통을 담당하는 수협의 경제사업과 신용사업인 수협은행을 분리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수산업협동조합법(수협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에 수협 중앙회장의 권한을 강화하는 조항이 담겨있어 9월 열리는 정기국회에서 논의될 수협 신경분리(신용사업과 경제사업 분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앞서 해양수산부도 지난 5월29일 수협 신경분리 내용을 담은 수협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한 바 있다. 해수부는 9월 중으로 국회에 해당 법안을 제출, 연내 개정안을 통과시킨다는 목표다.

두 개정안은 공통적으로 수협 중앙회에서 신용사업을 분리, 수협은행을 별도 법인으로 독립시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그러나 김 의원의 개정안엔 수협 중앙회장의 연임을 허용하고 중앙회에 자회사 지도감독권을 부여하는 등 중앙회장의 권한을 강화하는 내용이 추가됐다.



국회 관계자에 따르면 해수부는 김 의원에게도 신경분리 방안을 담은 개정안을 발의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적으로 정부의 법안발의 절차가 의원의 발의절차보다 복잡해 국회 제출까지 시간이 소요될 수 있는 점을 감안, 법안 심사가 늦어지지 않도록 하기위한 것이란 설명이다.

이 과정에서 김 의원은 해당 개정안에 대해 수협 측 의견을 물었고 중앙회장의 권한을 확대하는 수협 측 의견이 그대로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의원의 개정안에 추가로 포함된 내용은 △중앙회장의 연임제한 완화 △중앙회장 직무권한 변경 △수협은행장 후보추천위원회 구성 변경 △자회사 지도감독권 부여 등이다.


현재 수협 중앙회장의 임기는 4년이다. 연임은 불가능하지만 중임은 가능토록 하고 있어 징검다리로 회장직을 맡을 수 있다. 김 의원의 개정안은 이 연임 불가 조항을 삭제했다. 대신 연이어 선출되는 경우에 한해 중임 횟수를 1회로 한정했다.

중앙회의 각 사업 부문을 담당하는 '사업전담대표이사'를 회장이 통제할 수 있는 권한도 부여됐다. 현재 이사의 임기는 회장과 동일하게 4년으로 규정돼있으나 개정안은 이를 2년으로 줄였다. 중앙회장에게 사실상 이사의 인사권이 부여된 셈이다.



또 회장이 중앙회를 대표하는 동시에 중앙회 전체 업무를 총괄할 수 있도록 명시했다. 현행 법은 이사가 대표하는 업무를 회장의 업무범위에서 제외하고 있다.

김우남 의원의 개정안은 수협은행장 후보 추천위원회 구성에 있어서도 중앙회장의 권한을 늘렸다. 현행 수협법은 신용사업대표이사 추천위원회 구성을 정부 추천 인사 4명과 중앙회장 추천인사 1명으로 두고 있다. 이 때 정부인사에는 해수부 추천 2명, 기획재정부 추천 1명, 금융위원회 추천 1명이 포함된다. 해수부가 입법예고한 개정안은 이를 수협은행 정관에 위임토록했다.

반면 김 의원의 개정안은 정부인사를 해수부, 기재부, 금융위가 각각 1명씩 추천, 총 3명이 참여하도록 했다. 대신 중앙회장이 추천하는 인사를 4명으로 뒀다. 무려 3명이 늘어난데다 정부인사보다도 많은 수다. 김 의원의 개정안대로라면 수협은행장 추천권도 사실상 중앙회장의 권한이 된다.



개정안은 또 중앙회에 자회사를 지도·감독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했다. 중앙회는 지도감독 결과에 따라 해당 자회사에 대해 경영개선 등 필요한 조치를 요구할 수 있다.

이같은 조항이 포함된 것을 두고 수협개혁에 역행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수협 정상화를 위해 신용사업을 분리하면서 전문경영인 체제를 강화해야하는데 이처럼 중앙회장의 권한을 강화할 경우 오히려 협동조합 경영의 저해요인이 된다는 것.

복수의 국회 관계자들은 "이명박 정부 때 협동조합 회장의 제왕적인 권력이 사회적인 문제가 되면서 임기와 권한을 축소하고 전문경영체제를 도입하는 등의 정책을 펼쳤는데 이번 개정안대로라면 수협은 거꾸로 가게 된다"며 "신경분리 개정안을 빌미로 결국 중앙회장의 권한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실제로 2009년 농협법 개정을 통해 농협 중앙회장의 연임 및 중임 규정이 삭제됐다. 현재 농협은 중앙회장을 비상임으로 하되 전문경영인으로 구성된 상임이사 체제를 두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수협 신경분리는 수협은행에도 강화된 은행재무건전성 기준인 '바젤III'를 적용하기 위해 진행된다. 국내은행은 2013년 12월부터 '바젤III'를 도입하고 있다. 그러나 협동조합 체제인 수협중앙회 신용산업에는 이를 적용할 수 없어 2016년 11월까지 적용기간을 유예했다. 이는 수협 구조개편 준비기간을 감안한 것이다.

해수부는 '동일업종 동일규제' 원칙으로 가야하기 때문에 수협은행을 신설한다는 입장이다. 연내 해당 개정안이 통과돼야 적용 시한 전에 구조개편 사업을 마무리 지을 수 있어 이번 정기국회에서 해당 개정안 논의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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