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중국 女의사" 40대 노총각의 맞선, 끝내…

머니투데이 김민중 기자 2015.08.3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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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강기영 디자이너/그래픽=강기영 디자이너


#서울 잠실에 사는 회사원 이모씨(41)는 결혼이 급했다. 유명 결혼정보업체에 등록해 부단히 맞선을 봤다. 하지만 노총각 딱지는 쉽게 떼기 어려웠다.

그러던 중 한 국제결혼 브로커가 "중국인 여자는 어떠냐"며 이씨에게 접근했다. 외국인이라는 말에 이씨는 머뭇거렸지만 "상대가 어리고 부잣집 딸인데다 의사"라는 얘기에 관심이 생겼다. 결국 이씨는 브로커 손에 이끌려 한 국제결혼중개업체를 방문했다.



지난 1월 중개업체 대표는 중국인 A씨(27·여)를 한국으로 데려와 이씨와의 만남을 주선했다. 중개업체 대표는 A씨를 두고 "부자에 의사"라며 브로커와 같은 프로필을 읊었다. 이씨는 A씨의 미모에 흡족해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찜찜한 기분을 떨칠 수 없었다. A씨 손의 문신 때문이었다. 이씨는 'A씨가 의사라는 분명한 증거를 보여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중개업체 대표는 이씨의 요구를 거부한 채 혼인신고를 독촉했다. '서두르지 않으면 다른 한국 남성이 재원(才媛)을 낚아채 갈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조급해진 이씨는 A씨를 다른 이에게 빼앗기기 싫었다. 지긋지긋한 독신 생활도 정리하고 싶었다. 끝내 이씨는 '의사가 문신을 할 수도 있지'라고 의심을 애써 지우며 4일 만에 A씨와 혼인신고를 했다.



이씨가 '뭔가 잘못됐다'고 느낀 건 지난 5월 말 중국의 A씨 집을 방문했을 때였다. 브로커와 중개업체 대표는 몇 번이나 '부잣집 딸'이라고 강조했지만, 처가는 허름하기 짝이 없었다. 집 안에도 A씨가 의사라는 걸 증명해 줄 의학 서적이나 자격증 등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불현듯 A씨 손의 문신이 유달리 선명하게 보였다.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결혼중개업의관리에관한법률 위반 혐의로 국제결혼중개업체 대표 김모씨(53) 등 4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30일 밝혔다.

피의자들은 지난 1월22일 이씨에게 중국인 안마사 A씨를 '중국에서 의대를 졸업한 의사'라고 속여 소개한 혐의다. 또 이들은 맞선 전에 이씨에게 A씨에 대한 신상정보(범죄경력서, 건강진단서 등)를 제공하지 않은 혐의도 받고 있다.


경찰조사 결과 A씨는 중국으로 돌아간 상태로, 이씨는 중개비용 1100만원을 포함해 총 1500만원 가량을 날린 것으로 드러났다. 또 이씨는 현재 A씨와 혼인 상태인 탓에 혼인 취소 소송을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경찰은 김씨 일당 외에도 비슷한 혐의로 국제결혼중개업체 71곳을 적발해 업체 대표 등 107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피의자들은 2013년 3월 중순부터 올해 6월 말까지 외국인 여성과 결혼하려는 한국인 남성들을 상대로 외국인 여성의 신상정보를 제공하지 않고 맞선을 주선하거나 허위·과장 광고를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외국인 여성들에게 이민비자 신청 시 "(업체 소개가 아니라) 지인 소개로 결혼하게 됐다"고 거짓말을 하게 한 혐의다.

경찰 관계자는 "수도권과 광역시들을 대상으로 수사한 결과 이 같은 실적을 거뒀다"며 "해당 국제결혼중개업체들에 대해 형사 입건과 더불어 행정처분을 의뢰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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