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강기영 디자이너
그러던 중 한 국제결혼 브로커가 "중국인 여자는 어떠냐"며 이씨에게 접근했다. 외국인이라는 말에 이씨는 머뭇거렸지만 "상대가 어리고 부잣집 딸인데다 의사"라는 얘기에 관심이 생겼다. 결국 이씨는 브로커 손에 이끌려 한 국제결혼중개업체를 방문했다.
하지만 중개업체 대표는 이씨의 요구를 거부한 채 혼인신고를 독촉했다. '서두르지 않으면 다른 한국 남성이 재원(才媛)을 낚아채 갈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조급해진 이씨는 A씨를 다른 이에게 빼앗기기 싫었다. 지긋지긋한 독신 생활도 정리하고 싶었다. 끝내 이씨는 '의사가 문신을 할 수도 있지'라고 의심을 애써 지우며 4일 만에 A씨와 혼인신고를 했다.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결혼중개업의관리에관한법률 위반 혐의로 국제결혼중개업체 대표 김모씨(53) 등 4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30일 밝혔다.
피의자들은 지난 1월22일 이씨에게 중국인 안마사 A씨를 '중국에서 의대를 졸업한 의사'라고 속여 소개한 혐의다. 또 이들은 맞선 전에 이씨에게 A씨에 대한 신상정보(범죄경력서, 건강진단서 등)를 제공하지 않은 혐의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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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조사 결과 A씨는 중국으로 돌아간 상태로, 이씨는 중개비용 1100만원을 포함해 총 1500만원 가량을 날린 것으로 드러났다. 또 이씨는 현재 A씨와 혼인 상태인 탓에 혼인 취소 소송을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경찰은 김씨 일당 외에도 비슷한 혐의로 국제결혼중개업체 71곳을 적발해 업체 대표 등 107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피의자들은 2013년 3월 중순부터 올해 6월 말까지 외국인 여성과 결혼하려는 한국인 남성들을 상대로 외국인 여성의 신상정보를 제공하지 않고 맞선을 주선하거나 허위·과장 광고를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외국인 여성들에게 이민비자 신청 시 "(업체 소개가 아니라) 지인 소개로 결혼하게 됐다"고 거짓말을 하게 한 혐의다.
경찰 관계자는 "수도권과 광역시들을 대상으로 수사한 결과 이 같은 실적을 거뒀다"며 "해당 국제결혼중개업체들에 대해 형사 입건과 더불어 행정처분을 의뢰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