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나가는 편의점의 고민…커져야 산다

머니투데이 엄성원 기자 2015.08.30 14:47
글자크기

세븐일레븐, 업계 첫 매장대형화 프로젝트 도입… 일본 편의점 평균 면적 한국의 2.5배

치열해지는 경쟁 속에 편의점이 진화하고 있다. 매장 크기는 커지고 가격은 할인점 수준을 지향한다.

3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편의점 세븐일레븐은 지난 4월부터 '광개토' 프로젝트를 가동, 매장 대형화에 시동을 걸었다. 광개토 프로젝트는 매장 공간을 효율화해 점포당 매출을 높이기 위한 취지로, 신규 출점을 통한 양적 성장보다 기존 점포의 매출 경쟁력을 높이는 질적 성장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세븐일레븐은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신규 출점의 경우, 80㎡ 등 매장 크기가 일정 수준에 미달할 경우, 출점을 하지 않기로 했다. 이미 영업 중인 기존 점포라도 매장 면적이 66㎡ 이하일 경우, 인근 매장 임대나 유휴공간 효율화 등을 통해 개별 점포당 영업면적을 2배 안팎으로 늘리기로 했다. 국내 편의점 업계에서 매장 영업면적과 관련한 출점 기준을 도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세븐일레븐이 영업면적 확대를 전사적 프로젝트로 정한 것은 '시장 포화'가 멀지 않았다는 판단 때문이다. 대한상공회의소 유통백서에 따르면 2007년부터 2012년까지 매년 두자릿수 이상의 고성장세를 이어가던 국내 편의점 매출액은 2013년을 기점으로 차츰 둔화되고 있다. 2013년 편의점 매출액은 전년 대비 7.3% 증가하는 데 그쳤고 지난해에는 신장률이 3.1%로 다시 반감됐다. 올해 역시 매출 신장세가 4%대에 머물 것으로 예상된다.

잘나가는 편의점의 고민…커져야 산다


성장세 둔화는 시장상황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지난해 말 기준 국내 편의점 수는 2만6000개로, 인구 2000명당 1개꼴이다. 이는 편의점의 천국으로 불리는 일본과 엇비슷한 수준이다. 세븐일레븐 관계자는 "점포 수를 보면 출점을 통한 양적 성장의 한계가 임박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며 "이제는 점포당 매출을 끌어올리는 질적 성장으로 전략을 수정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세븐일레븐은 기존 진열대의 폭과 높이, 위치, 개수 등을 점포 환경에 맞도록 최적화하는 동시에 기존 매장과 인접한 다른 공간을 추가로 임차하거나 방치된 공간을 활용, 영업면적을 최대화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다른 매장에 없는 차별화된 상품을 진열하고 고객이 점포에 머무는 시간을 늘리기 위해서는 공간 효율성이 우선돼야 한다는 판단이다.

일본 편의점의 평균 점포 면적은 130㎡로 국내 평균의 2.5배 수준이다. 평균 매출은 4배 이상 차이가 난다. 세븐일레븐 관계자는 "매출이 꼭 면적에 비례한다고는 할 수 없지만 공간 효율화를 통해 상품 구색을 확대하고 고객 편의를 도모하는 것이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광개토 프로젝트는 소기의 성과를 일궈내고 있다. 세븐일레븐은 70개 점포에 프로젝트를 시범 적용, 점포 면적을 평균 40% 늘렸고 늘어난 공간에는 새로운 상품을 추가하거나 고객을 위한 시식공간을 마련했고 그 결과 점포당 매출은 이전에 비해 평균 28.3% 증가했다. 세븐일레븐은 광개토 프로젝트를 통해 연말까지 약 900점포의 공간 효율성을 개선할 계획이다.


편의점업계 관계자는 "카페형 편의점, 패스트푸드점형 편의점 등 3~4년전에도 하이브리드 형태의 대형 매장이 등장했지만 기대만큼 주목을 받지 못했다"며 "공간 효율화와 함께 상품 구성의 충실도를 높여야만 매장 대형화가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