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적죄 처형' 독립투사 최능진, 재심서 사후 64년 만에 무죄

뉴스1 제공 2015.08.27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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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고인의 인격적 불명예·과거사 바로잡는데 도움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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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 © News1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 © News1


이승만 정권으로부터 '공산당 부역자'로 몰려 사형을 선고받고 처형당한 독립운동가 고(故) 최능진 선생이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는 최 선생이 처형당한 후 64년 만이다.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8부(부장판사 최창영)는 27일 최 선생에 대한 재심에서 국방경비법 위반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고의로 적을 숨겨주고 보호하거나 적과 통신 등 연락을 해 정보를 제공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오히려 6·25 당시 전쟁을 멈추도록 하는 운동을 주도하고 국제연합에 민족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제의했다"고 판단했다.

이어 "피고인은 당시 체포돼 풀려났다가 서울을 되찾을 때까지 숨어서 생활하는 등 운동이 좌절되기도 했다"며 "적을 도와줄 의사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또 "피고인은 도산 안창호 선생이 이끄는 흥사단에 가입에 활동하다가 귀국해 후학 양성을 위해 노력했다"며 "해방 이후 친일파 숙청을 요구하는 등 그 생애와 활동, 경력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최 부장판사는 판결 선고 후 "우리 사법체계가 성숙되지 못한 6·25라는 혼란기에서 그릇된 공권력 행사로 허망하게 생명을 빼앗긴 부분에 대해 안타까운 마음"이라며 "뒤늦게 나마 공적으로 선언하는 재심판결이 고인의 인격적 불명예와 불행한 과거사를 바로잡는데 도움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최 선생의 아들 최만립(81)씨는 "(법원 판결로) 선친의 한을 풀었고 명예회복을 했다"며 "사법 정의가 이뤄졌다고 생각해 상당히 고맙게 생각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앞서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는 지난 2009년 최 선생에 대해 "이승만에게 맞선 것을 이유로 헌법에 설치 근거도 없고, 법관의 자격도 없으며 재판 관할권도 없는 군법회의에서 사실관계가 잘못된 판결로 총살됐다"고 결론을 내린 뒤 국가에는 사과를, 법원에는 재심 수용을 권고했다.

이북 지역 출신의 우익계열 독립운동가였던 최 선생은 해방 뒤 월남해 경무부 수사국장 자리에 올랐지만 친일경찰 청산을 주장하다 파면됐다. 또 1948년에는 내란음모 혐의로 기소돼 징역 5년을 선고받기도 했다.

최 선생은 6·25 전쟁 발발 이후 피난하지 않고 서울에서 정전·평화운동을 벌였지만 서울이 수복된 후 이승만 정권으로부터 "공산당에 부역했다"는 죄명을 뒤집어쓰고 군법회의에서 사형이 결정돼 1951년 2월 총살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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