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남북접촉' 실시간 보고···靑 이틀째 비상근무

머니투데이 이상배 기자 2015.08.23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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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 靑 외교안보라인, 북측 제안 분석 및 협상전략 논의

박근혜 대통령/ 사진=청와대박근혜 대통령/ 사진=청와대


북한의 포격 도발 이후 최고조에 이른 군사적 긴장을 타개하기 위한 '남북 2+2 고위급 접촉'이 23일 오후 3시 재개될 예정인 가운데 청와대는 이틀째 비상근무 체제를 유지하며 남북 접촉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번 접촉의 수석대표인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접촉 재개를 위해 이미 회담 장소인 판문점으로 출발한 상태다.



국가안보실과 외교안보수석실 등 외교안보라인은 전날 오후 6시30분부터 23일 새벽 4시15분까지 약 10시간 동안 이어진 남북 접촉 관련 대응을 위해 사실상 철야 근무를 했다. 정회 결정 후 귀가했던 일부 직원도 이날 오전 중 청와대로 복귀해 북한 측의 제안을 분석하고 협상 전략을 논의하는 등 대응 태세를 유지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청와대 관저에 머무르면서 남북 접촉과 관련한 사항들을 실시간으로 보고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박 대통령이 이날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소집을 지시하고 직접 주재했다는 보도가 나왔으나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새벽 4시55분쯤 춘추관에서 브리핑을 통해 "남북은 (고위급 접촉을) 오늘 (오전) 4시15분 정회했으며 쌍방 입장을 검토한 뒤 오늘 오후 3시 접촉을 재개해 상호 입장을 조율해 나가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민 대변인은 "남북은 8월22일 오후 6시30분부터 23일 새벽 4시15분까지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남북 고위당국자 접촉을 진행했다"며 "쌍방은 최근 조성된 사태의 해결 방안과 앞으로의 남북 관계 발전 방안에 대해 폭넓게 협의했다"고 밝혔다.

남북이 이날 새벽까지 최종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것은 양쪽 또는 어느 한쪽의 최고의사결정권자가 재가를 미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이번 접촉에서 우리 측은 최근 서부전선에서의 북측의 '목함지뢰' 매설과 포격 등 군사 도발에 대한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북측은 대북 확성기 사용 등 비무장지대(DMZ) 일대 심리전 중단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북측이 목함지뢰 매설과 선제 포격은 자신들의 소행이 아니라고 주장해 왔다는 점에 비춰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 등의 요구가 쟁점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2013년 북한의 개성공단 폐쇄 이후 공단 재가동 관련 회담에서도 재발방지 약속 문제가 막판까지 주요 쟁점으로 남았다.



또 남북 고위급 접촉에서 최근의 군사 도발 외에도 다른 남북 간 의제에 대해 폭넓게 협의 중이라는 점에서 박 대통령이 그동안 요구해온 DMZ 세계생태평화공원 조성과 이산가족 생사확인 등도 회담 테이블에 올랐을 가능성이 높다.

박 대통령은 취임 이후 줄곧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드레스덴 선언(한반도 평화통일 구상) △통일대박론 △동북아 평화협력구상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등 화해와 협력에 기반한 남북관계 구상을 내세워왔다.

북측은 2010년 천안함 폭침 사건 이후 정부가 발효한 5.24 조치의 해제와 연례적인 한·미 연합군사훈련인 을지프리덤가디언연습(UFG)의 중단을 요구했을 공산이 크다. 이 가운데 UFG 중단의 경우 수용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이 사안에 대해서는 합의에 도달하기 쉽지 않을 전망이다.



한편 김 실장과 홍용표 통일부 장관, 북한 측 황병서 조선인민군 총정치국장과 김양건 노동당 대남담당 비서는 22일 오후 6시쯤부터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2+2 고위급 접촉'을 가졌다.

이번 접촉은 북한의 접촉 제안에 이은 우리 측의 수정 제안에 따라 이뤄졌다. 북한은 21일 오후 4시쯤 김 당비서 명의의 통지문을 통해 김 실장과 김 당비서와의 접촉을 제의해 왔다. 이에 우리 측은 같은 날 6시쯤 김 실장 명의로 김 당비서가 아닌 황 총정치국장과의 접촉을 원한다는 수정 통지문을 보냈다.

이 같은 우리 측 수정 제안에 대해 북측은 22일 오전 9시쯤 황 총정치국장과 김 당비서가 나오기로 했다며 김 실장과 홍 장관이 접촉에 나올 것을 요청했다. 이 같은 제안을 우리 측이 받아들이면서 이날 회담이 성사됐다.



북한은 지난 20일 경기도 연천 지역으로 포격을 가한 직후인 20일 오후 5시쯤 북한군 총참모부 명의 전통문을 통해 "48시간 이내(22일 오후 5시 전)에 대북 심리전 방송을 중지하지 않을 경우 군사적 행동을 개시하겠다"고 위협한 바 있다.

김 실장과 황 총정치국장의 만남은 지난해 10월4일 인천 아시안게임 폐막식 참석을 위해 황 총정치국장과 김 당비서 등이 인천을 전격 방문한 이후 약 10개월 만이다. 그러나 당시 회동은 인천 시내의 한 식당에서 오찬을 겸한 것으로 공식적인 회담은 아니었다. 남북 간 장관급 이상 고위급 회담은 2007년 11월 남북 국방장관 회담 이후 8년 만에 처음이다.

남북 고위급 접촉에도 불구하고 군은 경계태세를 최고 수준으로 유지하며 북한의 추가 도발에 대비하고 있다. 합동참모본부는 한미연합사령부와 협의를 거쳐 대북 정보감시태세인 '워치콘'(Watch Condition)을 '2'로 2단계 격상해 북한군의 동향을 정밀 감시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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