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中열병식' 참석, 北인민군 참여가 '최종 변수'

머니투데이 이상배, 오세중 기자 2015.08.21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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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 北인민군 中열병식 참여 여부 확인 후 최종 결정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14년 11월10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한국과 중국간 협정서명식에 앞서 웃으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청와대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14년 11월10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한국과 중국간 협정서명식에 앞서 웃으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청와대


박근혜 대통령이 다음달 3일 중국 '항일(抗日)전쟁·반(反) 파시스트 전쟁 승리 70주년'(전승절) 기념행사에 참석키로 확정하고 열병식 참관도 전향적으로 검토 중인 가운데 북한 조선인민군이 열병식에 참여할 지 여부가 결정의 최종 변수로 지목된다.

어떤 경우에도 군 통수권자가 적군의 행진을 지켜보며 경례나 박수를 보낼 수는 없다는 점에서다.



21일 관련부처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북한이 중국 전승절 열병식에 인민군을 참여시킬 지 여부를 확인한 뒤 열병식 참관 여부를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한 외교 소식통은 "중국 전승절 기념행사에 가면서 '메인 이벤트'인 열병식에 참석하지 않는 것은 외교적 결례"라며 "그럼에도 열병식 참석 여부를 아직 확정하지 않는 것은 북한 인민군이 열병식에 참여할 일말의 가능성에 대비하기 위함"이라고 말했다.



중국 전승절 열병식에는 중국 인민해방군 뿐 아니라 주변 우방국의 군대도 참가한다. 이미 러시아와 몽골이 자국 군대를 열병식에 참여시키기로 했다.

변수는 북한이다. 중국은 '혈맹'인 북한에도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전승절 행사 참석과 인민군의 열병식 참여를 요청했지만 북한 측은 아직 확답을 주지 않은 상태다. 만약 북한이 인민군의 열병식 불참을 통보한다면 박 대통령은 열병식 참석을 확정지을 수 있게 된다.

현재로선 김 제1위원장이 전승절 행사에 참석할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점에서 인민군이 열병식에 참여할 가능성도 낮은 것도 평가된다. 아직 정보당국에는 김 제1위원장의 중국 방문과 관련한 북중 간의 어떤 움직임도 포착되지 않고 있다.


주철기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20일 김 제1위원장의 중국 전승절 행사 참석 여부와 관련, "북한 인사의 움직임은 아직 파악된 게 없다"고 말했다. 북한의 2013년 2월 제3차 핵실험과 이후 대표적 '친중'(親中) 인사인 장성택 처형 등으로 악화된 북중 관계가 아직까지 회복되지 않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동안 외교가에서는 박 대통령이 기념행사에는 참석하되 열병식은 참관하지 않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됐었다. 한국전쟁 당시 우리 군에 총부리를 겨눴던 중국 인민해방군의 행진을 군 통수권자가 지켜보며 박수를 치는 것이 국민정서상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점에서다. 중국의 군사적 급부상과 동북아 영향력 확대를 우려하는 미국도 박 대통령의 열병식 참관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이다.



그러나 최근 정부 내에서 열병식 참관을 전향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급부상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중 간 눈치보기식의 기계적 '균형외교'가 아닌 자신감을 바탕으로 한 주도적인 '창조외교'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다. 열병식 참관에 부정적인 미국은 '중국을 대북 지렛대로 활용할 수 있다'는 논리로 설득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 13일 과천 중앙공무원교육원에서 열린 '국정과제세미나'에서 "무슨 일이 외교적으로 생겼다 하면 '아이고 또 우리나라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지겠네' 이렇게 생각하면 그 자체가 우리나라 국격에도 맞지 않고 패배 의식"이라며 "우리도 역량을 가지고 창조적으로 잘 해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미 국무부 존 커비 대변인은 전날 박 대통령의 중국 전승절 기념행사 참석 계획이 발표된 뒤 정례브리핑에서 "행사 참여 문제는 각국의 주권적 결정사항"이라며 "우리는 한국 정부의 결정을 존중한다"고 밝혔다.



다음달 3일 오전 베이징 톈안먼 광장에서 열릴 중국 전승절 열병식은 '군사굴기'(軍事堀起·군사적으로 우뚝 일어섬)에 나선 중국이 자신들의 군사적 역량을 전세계에 과시하기 위해 마련한 행사다.

열병식에서는 1만여 인민해방군과 우방국 군대, 중국의 각종 첨단무기들이 퍼레이드를 펼친다. 중국이 야심차게 개발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둥펑31B'와 '둥펑41'을 비롯해 신형 전략폭격기 '훙6'와 '젠10', 전투기 '젠11B', 최신 헬기 '즈11', 최신 장갑차 '99A' 등이 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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