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해 9월 올해치 예산을 발표하면서 내건 슬로건이다. 세월호 참사 영향으로 나온 문구다. 침체된 경기를 회복시키자는 게 주요 골자였다. '안전'예산은 2조2000억원이나 늘었다. 경제활성화를 위해 정부가 다른 예산도 대폭 늘렸다. 지출 예산 기준으로 총 375조4000억원에 달했다. 전년대비 20조2000억원(5.7% 증가)이 증가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높은 증가율이었다.
이는 곧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대 규모의 적자 예산편성으로 이어졌다. 관리재정수지(정부의 순 재정상황) 예산이 33조4000억원 적자로 잡힌 것. 쓸 돈은 많은데 세수가 부족해 일어난 현상이다. 정부 관계자는 "누적된 세수결손과 확장적 재정운용 등으로 재정수지가 악화됐다"고 평가했다.
예산당국의 진짜 고민은 이제부터다. 최근 3개월 동안 예산안 작업을 하면서 각 부처로부터 받은 내년도 예산·기금의 총 지출 요구 규모는 390조9000억원으로, 올해 대비 15조5000억원(4.1%) 늘었다. 최근 10년간 예산안 편성때마다 6~7% 수준의 요구 증가율을 보였는데, 4.1%는 최근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 정부의 재정 사업 원점 재검토와 성과평가 강화, 재정사업 수 총량관리 등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통상 경상성장률(명목성장률+물가상승률)이 1% 하락하면 세수는 2조원 가량 줄어든다. 올해 3%대 성장을 한다고 해도, 물가가 0%대인 탓에 경상성장률은 3~4%대에 머문다. 올해 6%대 경상성장률을 예측하고 잡은 세수예상치인 탓에 세수는 6조원 가량 줄어들 수 있다는 얘기다. 결국 나갈 돈은 늘어나는데, 들어올 돈이 부족한 게 현실이다. 경기가 더 악화될 경우 세수 부족문제는 더 심각해질 수 있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 관계자는 "경상성장률이 떨어진다는 건 세수확보에 그만큼 어려움이 생긴다는 걸 의미한다"며 "성장률이 세수확보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고 지적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미국의 금리인상을 비롯해 중국발 위기 등 글로벌 이슈들도 산적하다. 환율 등 대외여건 변동에 취약한 우리 기업들의 수출 실적이 지금보다 더 떨어질 경우 성장동력마저 잃게 돼 국내 경기는 더 침체될 수 있다. 정부가 35조~40조원 규모의 적자예산(총 지출 기준 390조~395조원)을 편성하면서 경기 위축을 막으려는 이유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한 관계자는 "올해 상반기 수출 감소는 중국 쇼크와 국제유가 하락에 따라 나타난 것으로 분석할 수 있다"며 "중국 경제성장률이 하락하고, 국제유가가 계속 떨어진다면 우리 수출 실적도 계속 악화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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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이번주 결산 국회가 끝나자마자 당정협의를 통해 예산편성 작업에 본격 돌입한다. 적자예산을 감수하고서라도 확장적으로 예산을 편성, 대내·외 악조건에 대응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침체된 민간 부문에 활력을 불어넣고, 일자리 창출 등을 통해 내수경기를 부양할 계획으로 전해졌다. 또 올해 역점을 두고 있는 4대 부문(노동, 공공, 금융, 교육) 개혁을 적극 추진, 가시적인 성과를 바탕으로 경제활성화를 이룬다는 생각이다.
이와 더불어 재정개혁도 강화할 방침이다. 제로베이스 예산 방식과 보조금 일몰제를 엄격히 적용할 방침이다. 유사·중복, 부정수급 등 재정낭비 사례를 근절하고 재정에 대한 국민 신뢰를 쌓는 등 재정건전성 회복 기반을 마련할 계획이다. 기재부 고위 관계자는 "국민들이 가장 필요한 부문에 예산을 즉시 투입해 생활에 어려움이 없도록 하는게 정부의 예산안 편성 첫번째 지침이다"며 "엉뚱한 곳으로 돈이 새지않고, 복지와 일자리 등 국민들 피부에 와닿는 곳에 투입될 수 있도록 예산을 편성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