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건국의 역사를 스스로 축소하는 국가는 없다

머니투데이 박혜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2015.08.20 06:01
글자크기

[the300][기고]박혜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박혜자 새정치연합 의원박혜자 새정치연합 의원


8월 15일은 일제로부터 나라와 주권을 되찾은 광복절이자 대한민국 정부수립일이다. 역사적인 날로 국민과 함께 기쁨을 나누어야 하는 이날, 그동안 마냥 기뻐만 할 수 없었던 것은 “독립운동을 하면 3대가 망한다.”는 속설이 아직도 현실로 나타나는 대한민국의 슬픈 자화상 때문이다. 또한 친일과 항일의 역사가 제대로 정리되지 못한 채 애국선열의 희생과 업적이 잊혀져가는 현실에 대한 죄송스러움 때문이기도 하다.

박근혜 대통령은 올해 광복절 경축사에서 “오늘은 광복 70주년이자 건국 67주년을 맞는 역사적인 날”이라고 밝혔다. 순간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박 대통령도 2013년과 2014년엔 분명 ‘대한민국 정부수립’이라고 했는데, 왜 올해는 ‘건국’이란 표현을 썼을까. 혹시 1948년 8월 15일을 ‘건국절’로 제정하려는 일각의 시도에 힘을 실어 주려고 한 것은 아닌지 물어보고 싶었다.



1948년 9월 1일자로 발간된 대한민국 관보 1호에는 ‘대한민국 30년’이라고 명기하고 있고, 이 관보에 실린 제헌헌법 전문엔 “기미 3・1운동으로 대한민국을 건립하여 세계에 선포한 위대한 독립정신을 계승하여 이제 민주독립국가를 재건함에 있어서”라고 명시해 1919년 대한민국 건립(건국), 1948년 재건을 명확히 하고 있다.

또한 현행 헌법 전문에도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즉, 대한민국 헌법은 1919년에 대한민국이 건국되었음을 분명히 적시하고 있는 것이다.



이승만 정권을 비롯해 역대 정권에서도 공식적으로 1948년을 대한민국이 건국된 해라고 한 적이 없었다. 다만 이명박 정권 당시 1948년 8월 15일을 건국절로 추진하려다가 독립유공자와 유족들이 건국훈장 반납도 불사하며 국민과 함께 강력히 반대하자 스스로 철회한 적은 있었다. 하지만 이때도 대통령이 직접 나서지는 않았다.

박 대통령의 ‘건국 67주년’ 발언은 임시정부의 법통과 항일 독립운동의 역사, 대한민국 헌법과 정통성을 훼손한 것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헌법을 수호해야 할 일국의 대통령이 어떻게 전국민과 세계를 상대로 공개적으로 이런 부적절한 발언을 할 수 있단 말인가? 매우 우려스러운 일이며, 정말 독립을 위해 초개와 같이 목숨을 바친 수많은 애국지사들이 지하에서 통곡할 일이다.

사실 여권 일각과 뉴라이트 진영에서 ‘대한민국 정부수립’을 ‘대한민국 건국’으로 대치하려는 움직임은 이명박 정부에서부터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심지어 일부 인사는 1945년 8월 15일을 광복절이라고 불러서는 안 되고 1948년 8월 15일 광복절로 불러야 한다는 하고 있다. 아니 1945년 해방이 ‘독립’, ‘광복’이 아니면 무어란 말인가? 당시 우리 국민 모두 ‘대한 독립 만세’를 외치지 않았던가? 역사적 사실과 국민적 상식에 맞지 않는 억지 논리라 하지 않을 수 없다. 1948년 대한민국 정부수립의 의미를 부정하는 국민은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정부수립’이 ‘건국’이 될 수는 없다. 혼동되어서도 안 될 것이다.


언젠가 박 대통령은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단재 신채호 선생의 말씀을 인용해 역사왜곡을 일삼는 일본에 대해 일갈했는데, 그 명구를 스스로 되새겨보길 권한다.

세계 어느 나라도 자신들의 건국의 역사를 축소하는 나라는 없다. 축소한다고 해서 축소될 역사도 아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