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가족이었다"…유산소송, 면세점 앙금 묻고 한자리에

머니투데이 송지유 기자 2015.08.18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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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이맹희 CJ 명예회장 빈소에 병석에 있는 이건희 회장 뺀 범삼성가 조문 화제

(왼쪽)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부인 홍라희 리움미술관 관장과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이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연건동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이맹희 CJ그룹 명예회장의 빈소를 나서고 있다. (오른쪽)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같은 날 빈소에서 사촌형이자 이 명예회장의 차남인 이재환  재산커뮤니케이션즈 대표를 위로하고 있다./사진=뉴스1(왼쪽)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부인 홍라희 리움미술관 관장과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이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연건동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이맹희 CJ그룹 명예회장의 빈소를 나서고 있다. (오른쪽)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같은 날 빈소에서 사촌형이자 이 명예회장의 차남인 이재환 재산커뮤니케이션즈 대표를 위로하고 있다./사진=뉴스1


17일 서울대병원에 마련한 고(故) 이맹희 CJ그룹 명예회장 빈소에는 범삼성가 인사들이 잇따라 모습을 드러냈다. 공식 조문은 18일 시작했지만 이 명예회장 가족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하루 전날 밤 속속 빈소를 찾았다.

수십 년간 가족을 등지고 해외를 떠돌며 야인으로 지냈던 이 명예회장과 생전엔 자주 왕래하지 않았던 가족들이지만 고인을 보내는 자리에선 비통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이 명예회장의 유산분할청구 소송으로 야기됐던 형제간 골 깊은 갈등도, 서울 시내면세점 사업권을 놓고 사촌간 치열했던 경쟁도 이 자리에선 모두 묻어둔 채 가족이라는 울타리 속에서 고인을 애도했다.

◇'유산 소송·면세점 경쟁' 앙금 묻고…빈소 집결=삼성그룹 오너 일가에선 병석에 누워있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을 대신해 부인 홍라희 여사와 아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빈소를 찾았다. 3년 전 4조원대 유산 분할 소송으로 삼성과 CJ 사이가 틀어지면서 삼성그룹 오너 일가의 조문 여부는 세간의 관심꺼리였다.



이맹희·건희 형제는 한 때 서로에게 상처가 되는 말을 주고받을 정도로 관계가 좋지 않았다. 하지만 형은 이미 고인이 됐고, 동생은 병석에 있는 만큼 더 이상 감정의 골이 깊어지기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해 홍라희 여사와 이재용 부회장이 법원에 이재현 CJ그룹 회장 탄원서를 제출하는 등 가족들 사이에선 이미 화해무드가 조성되고 있다는 관측도 있다.

신세계그룹에선 오너 일가가 총출동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가장 먼저 장례식장을 찾았고, 좀처럼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과 남편 정재은 명예회장, 정유경 부사장 등도 한걸음에 달려왔다.

이명희 회장과 홍라희 여사는 30분 가까이 회동하다 함께 빈소를 떠났다. 지난달 서울 시내면세점 사업권을 놓고 전쟁을 방불케 하는 입찰 경쟁을 벌였던 사촌 사이인 이부진 사장과 정용진 부회장도 빈소에서 대면했을 가능성이 크다.


(왼쪽)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부인인 홍라희 리움미술관 관장과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17일 서울대병원에 마련된 고 이맹희 명예회장 빈소에 들어서고 있다. (오른쪽) 고 이 명예회장 빈소에 들어서는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사진=뉴스1(왼쪽)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부인인 홍라희 리움미술관 관장과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17일 서울대병원에 마련된 고 이맹희 명예회장 빈소에 들어서고 있다. (오른쪽) 고 이 명예회장 빈소에 들어서는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사진=뉴스1
◇한마음으로 추도…영결식 참석 여부도 관심=고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 장녀인 이인희 한솔그룹 고문은 휠체어를 타고 동생의 빈소를 방문했다. 차녀인 이숙희씨, 3녀인 이순희씨도 오빠의 장례식장을 찾았다. 고 이창희 새한미디어 회장의 부인인 이영자 새한 회장과 이재관 새한 부회장도 모습을 드러냈다.

이들 범 삼성가 인사들이 20일 서울 중구 필동 CJ그룹 인재원에서 열리는 영결식에 참석할 지 여부도 관심이다. 재계는 법정 소송으로 삼성과 CJ의 사이가 최악이던 상황에서도 홍 여사와 이 사장 등이 CJ그룹이 마련한 고 이병철 회장 제사에 참석했던 만큼 이 명예회장 영결식에도 참석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범 삼성가의 화해가 이뤄졌다기보다 장례식장에 참석하지 않을 경우 쏟아질 비난여론을 의식해 서둘러 조문했다는 견해도 있다. 이와 관련, CJ그룹이 이날까지 이 명예회장의 장지를 공개하지 않는 것은 경기 용인 호암미술관 인근 삼성일가 선영에 묘지를 만드는 문제를 놓고 삼성그룹과의 입장 차이가 있기 때문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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