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비·김장보너스, '통상임금'일까?…범위 놓고 여야 대립

머니투데이 김세관 기자 2015.08.19 0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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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노동개혁, 미래와의 상생⑤ :국회 입법 과제(2)]통상임금 쟁점은

휴가비·김장보너스, '통상임금'일까?…범위 놓고 여야 대립


'어떠한 임금이 통상임금에 속하는지 여부는 그 임금이 소정근로의 대가로 근로자에게 지급되는 금품으로서 정기적·일률적·고정적으로 지급되는 것인지를 기준으로 그 객관적인 성질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

지난 2013년 12월18일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통상임금에 대해 선고한 판결 내용이다. 법조계에서는 그 동안 지루하게 이어졌던 통상임금 범위 논란에 해당 판결이 어느 정도 가이드라인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통상임금의 특성 중 '고정성' 개념을 구체화 한 것에 큰 의미를 부여했다.



업적이나 성과, 재직 여부 등 추가적인 조건과 관계없이 사전에 이미 확정돼 (고정적으로) 근로자에게 지급돼야 통상임금에 해당된다는 뜻이다.

이를 근거로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1월 생일축하금, 하계 휴가비, 김장 보너스 등 재직자들에게만 지급되는 금액은 '고정성'이 없다고 판단해 통상임금에서 제외하는 '통상임금 노사지침'을 발표했다.



그러나 이를 받아들일 수 없었던 노동계는 즉각 반발했다. 사안에 따라 '고정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온 관행을 무시한 정부의 일방적인 지침이라고 주장했다.

노동계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에도 통상임금의 '고정성'을 둘러싼 소송을 지속적으로 이어 나가고 있다. 법원도 정부의 '지침'에 의하면 '고정성'이 결여된 상여금이지만 통상임금으로 인정하는 판결을 심심찮게 내놓고 있다.

'통상임금'의 '가이드라인'이 될 것으로 예상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각자 유리한 해석으로 혼란만 더 가중시킨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나올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정치권을 중심으로 통상임금의 정의와 범위를 입법화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韓 임금협상 문화가 '통상임금' 갈등 유발…법률 명시 의견 제기



통상임금은 소정근로의 대가로 고정성·일률성·정기성 등의 요건을 가진 실질적인 임금을 의미한다. 사용자와 노동자 측 모두에 통상임금이 중요한 이유는 연장·야간·휴일 등에 대한 가산수당, 해고예고수당, 출산휴가수당 등을 산출하는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통상임금이 낮으면 사측에 유리하고, 통상임금이 높으면 근로자에게 유리할 수밖에 없다. 통상임금이 노사 간 쟁점이 된 이유는 우리나라의 독특한 임금체계 문화에 기인하고 있다.

기본급은 그대로 두고 교통비나 식비, 상여금, 휴가비 등 각종 수당을 늘려 임금을 올리는 방식의 임금인상 협상 문화가 바로 그것. 독특한 임금 문화는 통상임금의 범위 논란을 불러왔고 각종 소송을 양산한 기폭제 역할을 했다.



아울러 통상임금의 정의를 법령이 아닌 시행령에서만 규정하고 있는 점도 관련한 혼선을 불러온 역할을 했다.

근로기준법 시행령 제6조에 '통상임금이란 근로자에게 정기적이고 일률적으로 소정근로 또는 총 근로에 대해 지급하기로 정한 시간급 금액, 일급 금액, 주급 금액, 월급 금액 또는 도급 금액을 말한다'고 명시된 것이 전부이다.

정치권을 중심으로 더 이상의 혼란과 소모적 논쟁을 불식하기 위해서라도 통상임금을 법률에 명시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실제로 노사정위원회는 지난해 '통상임금'의 개념 법제화와 기본급 외의 각종 수당 중 어떤 것을 통상임금에 포함시킬 지를 두고 다양한 의견을 주고받았다.

현재 노사정위가 '일반해고 가이드라인 마련', '임금피크제 시행을 위한 취업규칙 변경 완화' 등의 문제로 결렬된 상태지만 통상임금과 관련해서는 '현장에서의 갈등·혼란 해소를 위해 2013년 12월18일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을 토대로 정의와 제외금품의 기준을 입법화한다'는 취지에 노사정이 큰 이견을 달지 않았다.

◇'통상임금' 범위 두고 정치권 이견…노사정위 합의 따라 내용 달라질 듯



우선 국회가 입법화 과정에 돌입하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여야 모두 '통상임금'의 정의와 범위를 법률로 정하는 것에 이견이 없는 상황이다. 관련 법안도 다수 제출돼 소관 상임위원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 올라 있다.

문제는 '통상임금'을 어디까지 인정하느냐 여부를 두고 여야의 의견이 다르다는 점이다. 여당은 '통상임금'에서 제외할 수 있는 급여의 범위를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하는 방안(권성동 새누리당 의원 발의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입법화 하려하고 있다.

'통상임금' 제외 범위를 대통령령으로 정하게 되면 고용노동부가 발표해 논란을 불러일으킨 '통상임금 노사지침'이 그대로 대통령령에 담길 가능성이 높다. 휴가비, 김장 보너스 등은 통상임금에서 제외될 것으로 관측된다.



반대로 야당은 '통상임금'의 정의를 규정하는 개념에서 다소 차이를 보이지만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지급하는 모든 지급액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하는 방안(홍영표 새정치민주연합·심상정 정의당 의원 발의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공통적으로 제안하고 있다.

여당이 정부와 사용자측을 대변하는 입장에 서고, 야당이 근로자 측의 의견을 반영한 법안을 발의했다는 점에서 노사정위 논란의 대리전 양상을 나타내고 있다.

국회 환노위 관계자는 "'통상임금'과 관련해서는 노사정이 입법화에 큰 이견이 없고 법안도 다수 발의돼 있어 9월 정기국회에서 논의가 될 가능성이 높다"며 "한국노총이 노사정위원회에에 복귀한다면 여야의 주장보다는 그 곳에서의 합의 사항에 따라 법 개정 내용이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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