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300]'여유만만' 정개특위? 시간은 '획정위'에게 유리

머니투데이 박용규 기자 2015.08.17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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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 획정위 자체 획정 선언…현행법상 문제없어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새누리당 정문헌, 새정치민주연합 김태년 여야 간사가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가진 여야 간사 회동에서 반갑게 악수를 나누고 있다. 여야 간사는 이 자리에서 권역별 비례대표제와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제) 등 선거제도를 놓고 접점을 모색한다. 2015.8.12/뉴스1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새누리당 정문헌, 새정치민주연합 김태년 여야 간사가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가진 여야 간사 회동에서 반갑게 악수를 나누고 있다. 여야 간사는 이 자리에서 권역별 비례대표제와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제) 등 선거제도를 놓고 접점을 모색한다. 2015.8.12/뉴스1


국회가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선거구를 만들수 있는 골든타임이 점점 흘러가고 있다. 선거구 획정위원회가 국회 논의와 상관없이 선거구 획정을 시작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작 지역구 의원 숫자와 선거구획정 기준을 제시해야 하는 국회는 여유만만이다.

선거구 획정위는 지난 13일 국회에서 브리핑을 갖고 정개특위 결론을 더 기다리지 않고 선거구 획정을 시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법정 기한인 10월 13일까지 두달 밖에 남지 않아 우선 자체기준을 정하고 획정을 시작하겠다는 것이다.



현행법령에 선거구 획정 기준은 단 한 조항에 불과하다. 공직선거법 제25조1항에 따르면 선거구는 광역시도 단위 안에서 정해져야 하며 자치시군구는 분할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다만 인구기준을 맞추기 위해 예외적으로 지역구 분할을 허용한다는 단서가 붙어 있을 뿐이다.

선거구 획정의 기준이 되는 국회의원 지역구 의석수도 공직선거법에 없다. 공직선거법에는 의원 총수를 299인으로 하되 지역구와 비례대표로 구성한다고만 돼 있다. 논란이 되고 있는 인구기준도 현행법령에는 없다.



이렇듯 공직선거법에 선거구 획정 관련 세부사항이 분명하지 않았던 것은 그간 선거구 획정을 국회가 사실상 결정해 왔기 때문이다. 선거구 획정위 안은 '참고'였을 뿐 최종적으로 국회가 '선거구역 표'를 만들어 공직선거법에 붙여서 처리하는 방식을 취해왔던 것이다.

이런 상황에 국회는 선거구 획정 세부기준 마련에 '여유만만'이다. 지난 11일 정개특위 양당 간사간 회동에서 야당 김태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일정이 촉박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 "아직 두달이남지 않았나"라면서 "10월 13일 최종안 마련에 문제없이 하겠다"고만 답변했다.

또 지난 13일 선거구 획정위가 자체 획정을 시작하겠다고 국회에서 기자회견까지 했지만 여야는 논평한번 내지 않고 묵묵부답이다. 국회에서 볼때 선거구 획정위가 '월권'을 행사한 것으로 보일수도 있는 상황이지만 국회 스스로 획정위가 요청한 획정기준 마감을 지키지 못한 상황에 획정위의 '강공'에 입장을 내놓기가 궁색한 것도 사실이다.


이런 무반응에는 획정위가 무엇을 하던 국회가 결국 선거구 획정 기준을 정하게 되면 그것을 따라야 한다는 국회의 인식이 저변에 깔려 있다는 분석도 있다. 여러가지 시뮬레이션안을 검토하고 여야간 이해득실을 충분히 따져 본후 그 결과를 통해 선거구 획정위에게 통보하면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행법령상 선거구 획정안에 대한 세부기준이 없는 만큼 획정위의 권한은 더욱 크다. 고려해야 할 변수가 그만큼 적어 선거구 획정이 쉬워지는 것이다. 현행법령에는 인구기준만 지키면 될 뿐이다.

국회는 선거구 획정위가 '그어 놓은 선'에 불만을 가지더라도 뚜렷한 대책이 없다. 국회는 선거구 획정위의 획정안에 단 한차례의 거부권 외에는 획정안은 번복할 수 없다. 획정위가 한차례 수정한 최종안에는 본회의 수정안 표결마저 법에서 금지해 사실상 획정위가 정한 지역구안을 그대로 수용해야 하는 상황이다.

획정위는 국회에서 제시하는 기준이 없으면 현행법령에 따라서, 국회가 새로운 기준을 준다면 새 기준에 맞춰서, 10월13일까지 획정안을 내놓을 것이다. 여야가 '윈윈(win-win)'하는 선거구를 만들려면 그 만큼 서둘러 선거구 획정 기준을 내놔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선거구 획정위가 지난 13일 밝힌 것처럼 "국회는 획정위의 획정결과를 겸허하게 수용"하는 상황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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