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日, 저성과자 해고 도입… '사회안전망'이 전제

머니투데이 지영호 기자 2015.08.13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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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노동개혁, 미래와의 상생③ : 일반해고(4)]해외 다양한 일반해고 방식은

 박근혜 대통령이 6일 청와대 춘추관 브리핑룸에서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2015.8.6/뉴스1  박근혜 대통령이 6일 청와대 춘추관 브리핑룸에서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2015.8.6/뉴스1


지난 6일 박근혜 대통령이 고용과 성장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기 위해 앞세운 것은 기업의 노동자에 대한 일반해고 완화였다. 그 근거로 독일의 노동개혁을 성공사례로 손꼽았다. 고용유연성을 높여 청년실업 문제를 해결한 외국 사례를 차용하자는 것이다.

이들 국가는 우리보다 단단한 사회안전망을 구축한 국가들이 대부분이어서 단순한 대입은 부작용을 낳을수 있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獨, 일반해고 법제화…해고 뒤 조건 낮춰 재계약 방식도

일반해고는 기업이 경영상 이유로 불가피하게 근로자를 해고하는 '정리해고'의 상대 개념이다. 즉 회사의 경영상태와 무관하게 근로자 개인의 성과 등을 통해 결정하는 해고 유형이다.



일반해고는 개인의 사정에 따라 회사를 그만두게 되는 '통상해고'와 회사가 근로자의 귀책사유를 묻는 '징계해고'로 구분된다.

일반해고의 대표적인 사례로 보는 저성과자 해고와 관련된 외국의 직접적인 입법사례는 찾기 어렵다. 대부분 판례에 따라 저성과자 해고 요건이 축적돼 있다는 게 학계의 판단이다. 독일과 일본 정도가 법에 그 근거를 두고 있을 뿐이다.

김희성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의 '해고법제의 개선방향'에 따르면 해고에 대한 법의 태도에 따라 국가별 일반해고 유형은 크게 세가지로 나뉜다.


해고자유의 원칙을 유지하는 나라(미국), 해고자유의 원칙을 수정, 해고시 정당한 이유를 요구하도록 실정법에 규정한 나라(유럽국가), 해고자유원칙을 실정법에서 유지하되, 해고를 남용하는 경우 판례에 따라 규제하는 나라(일본) 등이다. 우리나라는 현재 유럽국가의 경우처럼 해고자유원칙을 수정, 실정법에 따라 해고에 정당한 이유를 요구하는 국가로 분류된다.

독일의 해고제한법(Kundigungsschutzgesetz)은 대표적인 일반해고 관련 법안이다. 해고제한법에는 사용자가 계속고용을 기대할 수 없는 근로자의 사유 없이는 근로자를 해고하지 못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해고제한을 강화하는 내용으로 읽히지만 안으로 들여다보면 '재계약'이라는 해고완화 책도 담겨있다. 독일해고제한법상 변경해고제도는 저성과자인 해고근로자와의 종전 계약을 종료하고 근로조건을 낮춰 새로운 근로계약을 맺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그래픽=이승현 디자이너그래픽=이승현 디자이너
◇'근로 조건은 노동자가 결정, 해고는 쉽게'


직접적 해고방식은 아니지만 필요에 따라 해고요건을 달리하는 사례도 있다. 네덜란드 페이즈 시스템(phase system)의 경우 고용기간이 길어질수록 고용보호 수준을 점진적으로 상승시키는 방식이다. 예컨대 입사 직후부터 3개월동안 기업은 해고를 자유롭게 할 수 있다면 6개월까지는 해고 통보 사유를 근로자에게 제시해야 하고, 이후 1년까지는 사전 1개월 전 해고 통지를 의무화하는 식이다. 근속이 길어질수록 정규직에 가까운 대우를 받게 된다.



노동계약법으로 저성과자의 해고 요건을 명시하고 있는 일본의 경우 한정 정사원제도로 유연한 해고를 허용하고 있다. 근로자가 근로시간이나 근로장소를 선택할 수 있는 대신에 사업장이 폐쇄되면 해고를 손쉽게 할 수 있는 방식이다. 일례로 패스트푸드점에서 원하는 지점과 시간에 일할 수 있지만 해당 지점이 문을 닫게되면 해고될 수 있는 식이다.

스페인의 준정규직 제도도 예외적 요건을 둬서 해고를 허용하는 사례로 거론된다. 정규직처럼 고용기한이 보장되지만 생산방식의 변경이나 경영상황에 따라 해고요건이 다양하다. 1985년 비정규직 규제 완화로 비정규직이 크게 늘어면서 사회 문제가 커지자 이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기 부담스러워진 스페인 정부는 97년부터 이 제도를 도입했다.

변양규 한국경제연구원(KERI) 연구위원은 "정규직 전체의 고용안정성을 훼손하지 않고, 일부 근로자의 고용조정만 용이하게 만드는 방식"이라며 "다양한 고용계약 형태가 탄생할수록 기존 정규직의 고용보호가 완화될 가능성이 커진다"고 주장했다.



◇실업급여 유럽과 격차사회안전망 구축부터

'일반해고' 개념이 도입된 국가들은 대부분 우리보다 고용안정성이 높고 단단한 사회안전망을 구축한 국가들이다.

한국노총에 따르면 실직을 하면 최대 240일간 하루 최대 4만3000원의 실업급여를 받는 우리와 달리 임금의 90%를 독일과 네덜란드는 3년간, 덴마크는 2년간 보장받는다. 스웨덴은 1년간 100%를 해직근로자에게 지급하고 있다. 또 한국 노동자의 평균 근속연수는 5.1년으로 OECD 회원국 중 가장 짧고 임시직 비율은 23.8%로 두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임희정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해고를 유연화하는 좋은 사례는 선진국에 집중돼있다"며 "기본적으로 사회안전 인프라를 전제로 해야만 적절한 논의가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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