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해고, 기업에 칼자루?…'손가락 경영'도 힘들어져

머니투데이 이현수 기자 2015.08.13 14:27
글자크기

[the300][노동개혁, 미래와의 상생③ : 일반해고(2)] 일반해고란

정부의 노동유연화 기조 전면에 임금피크제가 있다면, 그 뒷면에는 화약고인 '일반해고'가 도사리고 있다. 일반해고는 '경영상 이유'가 아닌 '개인의 성과'를 이유로 해고를 가능케하는 제도다.

노동계는 정부가 도입하려는 일반해고가 기업에게 칼자루를 쥐어주는 것이라고 반발한다. 반면 기업은 노무관리가 더 까다로워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는다. 더 이상 '손가락 경영'이 용인되지 않는 '기준'이 만들어지는 게 부담스러운 것. 고용노동부는 8~9월 중 '일반해고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겠다고 했으나 노동계 반발로 논의를 뒤로 미뤘다.



일반해고, 기업에 칼자루?…'손가락 경영'도 힘들어져


◇일반해고 밑그림
일반해고는 엄밀히 말해 법적개념이 아니다. 근로기준법은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 휴직, 정직, 전직, 감봉, 그 밖의 징벌을 하지 못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근로기준법이 말하는 '정당한 이유'의 기준을 마련하겠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정부의 밑그림은 지난 2일 한국노동연구원이 발표한 '직무능력사회 정착을 위한 공정한 인사평가에 기초한 합리적 인사관리' 자료에 들어있다. 요약하자면 △근로자 인사조치는 공정한 인사평가에 기반해야 하며 △근로자가 직무부진 개선기회를 얻고도 개선을 하지 못할 경우 해고는 정당하다는 것이다.



연구원은 일반해고와 관련한 법원의 기존 판례를 제시하면서 "직무능력주의가 우리 사회에 뿌리내리기 위해선 각 기업마다 공정한 인사평가에 의한 인사관리제도가 마련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양날의 칼.."우리사회 실정에 맞게 신중해야"
일반해고는 '성과가 현저히 떨어지는 고연봉자'에 대한 해고 기준을 제시한다는 면에서 대중의 공감을 얻는다. 그러나 이런 차원을 넘어 '기업이 자의적으로 성과기준을 마련할 경우' 오히려 부당해고, 일상적 해고가 일어날 수 있다는 점에서 일반근로자들의 우려를 사고 있다. KT 직원들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민영화 이후 인건비 감축을 고심하던 KT는 2010년 인사평가 등급별 연봉인상률을 적용하는 고과연봉제를 도입했다. 그리고 명예퇴직 거부자, 114외주화 당시 전출거부자 등 기존에 '부진인력' 리스트에 올렸던 이들에게 의도적으로 낮은 인사고과를 줬다. 해당 직원들이 부당하다며 낸 소송에서 대법원은 이들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반대 사례도 존재한다. 근무시간 중 음란동영상을 본 일로 해고돼 화제가 된 인쇄업체 직원의 일이다. 최근 서울고등법원은 회사에서 수년간 음란동영상 800여개를 내려 받아 본 근로자에 대한 해고가 적법하다는 판결을 내렸다. 해당 직원은 음란물을 편하게 보기위해 수시로 직원휴게실 조명을 꺼놓아 문제가 됐다.

전문가들은 '고용유동성'이 확보되지 않은 우리사회에서 일반해고를 도입하려면 신중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직급과 임금이 성과중심으로 결정되는 분위기에서 해고만 성과와 떨어뜨려 보긴 어렵다"면서도 "다만 미국과 같이 고용유동성, 직장이동성이 확보되지 않은 우리나라에서 해고는 사실상 사망선고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이어 "일반해고는 양날의 칼"이라며 "노동계 우려도 있는 반면, 일반해고 기준이 도입될 경우 기업이 지금까지 해고자를 대상으로 해왔던 무차별적 '퇴출작전'은 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