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1월 23일 북한의 연평도 무력 도발사건. 당시 이명박 대통령이 "확전 안되게 관리를 잘하라고 지시했다"는 첫 청와대 발표가 나왔다. 뒤이어 "만전을 기하라는 뜻"이라고 했다가 저녁에야 "단호한 응징"만으로 정리됐다.
이 같은 정부의 초기 대응방식을 놓고 정치권에서 논란이 일었다. 포격사건 다음날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당시 한나라당 유승민 의원은 이 대통령의 '확전방지' 발언을 문제 삼았다.
'단호하게, 확전이 안되게 하라'는 군 통수권자의 발언은 정치적 수사(修辭)일 뿐이다. 확전이 됐을 경우 '내 책임은 없다'는 것이고 단호한 대응을 못했을 경우에는 책임을 묻겠다는 비겁한(?) '명령'인 것이다.
뒤이어 열린 국방부 브리핑에서는 한 장관이 언급한 'DMZ 작전'의 실체에 대해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국방부 대변인은 "'DMZ 주도권 작전'이라는 것은 지금도 하고 있는 것"이라며 " 북한군이 군사분계선을 넘어 다가오지 못하도록 주도권을 잡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사실상 특별할 게 없다는 것인데 국방부 대변인의 말이 기사화 되자마자 이번엔 군 고위관계자가 "DMZ 작전을 '저지'에서 '격멸'의 개념으로 바꾸고 작전시간과 장소를 불규칙하게 한다는 내용이라고 밝혔다.
이 시각 인기 뉴스
이 관계자는 수색·정찰 선두조에 있는 병사는 지뢰방호용 덧신을 착용하고 지뢰 탐지기를 휴대도록 지침도 변경한다고 했다. 결국 한 장관이 말한 DMZ 작전이라는 것은 DMZ 내에서 대응개념을 일부 바꾸고 병사들에게 보호 장구를 착용토록 하겠다는 것이 전부다.
이번 지뢰사건에 대한 군 당국의 대응 과정을 보면 5년 전 대통령의 발언이 오버랩 된다. 군 수뇌부가 '혹독한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고 공언하면서 궁색한 작전개념(?)을 쥐어 짜내는 모습이 여론을 지나치게 의식한 '정치적 수사'로 보인다는 얘기다.
아이들 싸움에서도 말로만 하는 겁주기는 금방 밑천이 드러난다. 북한은 체제위기 등 고비 때마다 핵무기사용, 선제타격 등 협박성 발언을 일삼지만 되풀이될 수록 공포 효과는 반감되는 게 사실이다.
연평도 포격사건을 이번 지뢰사건과 직접 비교할 수는 없다. 하지만 군 수뇌부가 확성기 방송이나 보호장구 착용을 '혹독한 대응'이라고 공개 발언하는 것은 '단호하되 확전되지 않도록 하라'는 이상한 명령과 크게 다를 바 없다.
허언은 침묵만 못하다. 여론과 정치권을 지나치게 의식하면 조직의 효율성은 떨어지게 마련이다. 때로는 '단호하되 조용히 대응하는 방법'이 더욱 효과적일 수 있다는 사실을 군 명령권자들이 고민해 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