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軍 수뇌부 '지뢰도발사건'대응, '유감'

머니투데이 서동욱 기자 2015.08.11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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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세]軍 수뇌부 '지뢰도발사건'대응, '유감'


"단호하지만 확전이 되지 않도록 하라"

2010년 11월 23일 북한의 연평도 무력 도발사건. 당시 이명박 대통령이 "확전 안되게 관리를 잘하라고 지시했다"는 첫 청와대 발표가 나왔다. 뒤이어 "만전을 기하라는 뜻"이라고 했다가 저녁에야 "단호한 응징"만으로 정리됐다.

이 같은 정부의 초기 대응방식을 놓고 정치권에서 논란이 일었다. 포격사건 다음날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당시 한나라당 유승민 의원은 이 대통령의 '확전방지' 발언을 문제 삼았다.



유 의원은 "이것은 전부 다 싸우지 말라는 것"이라며 "군 통수권자가 처음에 확전되는 것을 두려워하니 `2∼3배 사격' 교전수칙이 있고 전투기까지 떴는데도 우리가 저쪽을 못 때렸다"고 비판했다.

'단호하게, 확전이 안되게 하라'는 군 통수권자의 발언은 정치적 수사(修辭)일 뿐이다. 확전이 됐을 경우 '내 책임은 없다'는 것이고 단호한 대응을 못했을 경우에는 책임을 묻겠다는 비겁한(?) '명령'인 것이다.



지난 4일 파주 DMZ(비무장지대)에서 발생한 지뢰폭발사고와 관련, 한민구 국방장관은 1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정협의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적극적으로 DMZ 주도권을 장악하기 위한 작전을 실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뒤이어 열린 국방부 브리핑에서는 한 장관이 언급한 'DMZ 작전'의 실체에 대해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국방부 대변인은 "'DMZ 주도권 작전'이라는 것은 지금도 하고 있는 것"이라며 " 북한군이 군사분계선을 넘어 다가오지 못하도록 주도권을 잡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사실상 특별할 게 없다는 것인데 국방부 대변인의 말이 기사화 되자마자 이번엔 군 고위관계자가 "DMZ 작전을 '저지'에서 '격멸'의 개념으로 바꾸고 작전시간과 장소를 불규칙하게 한다는 내용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수색·정찰 선두조에 있는 병사는 지뢰방호용 덧신을 착용하고 지뢰 탐지기를 휴대도록 지침도 변경한다고 했다. 결국 한 장관이 말한 DMZ 작전이라는 것은 DMZ 내에서 대응개념을 일부 바꾸고 병사들에게 보호 장구를 착용토록 하겠다는 것이 전부다.

이번 지뢰사건에 대한 군 당국의 대응 과정을 보면 5년 전 대통령의 발언이 오버랩 된다. 군 수뇌부가 '혹독한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고 공언하면서 궁색한 작전개념(?)을 쥐어 짜내는 모습이 여론을 지나치게 의식한 '정치적 수사'로 보인다는 얘기다.



아이들 싸움에서도 말로만 하는 겁주기는 금방 밑천이 드러난다. 북한은 체제위기 등 고비 때마다 핵무기사용, 선제타격 등 협박성 발언을 일삼지만 되풀이될 수록 공포 효과는 반감되는 게 사실이다.

연평도 포격사건을 이번 지뢰사건과 직접 비교할 수는 없다. 하지만 군 수뇌부가 확성기 방송이나 보호장구 착용을 '혹독한 대응'이라고 공개 발언하는 것은 '단호하되 확전되지 않도록 하라'는 이상한 명령과 크게 다를 바 없다.

허언은 침묵만 못하다. 여론과 정치권을 지나치게 의식하면 조직의 효율성은 떨어지게 마련이다. 때로는 '단호하되 조용히 대응하는 방법'이 더욱 효과적일 수 있다는 사실을 군 명령권자들이 고민해 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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