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구 획정]"이번엔 늘려줘유"…최소 1석 이상 기대

머니투데이 김태은 기자 2015.08.12 05:55
글자크기

[the300-런치리포트][선거구 어떻게 바뀌나⑤- 대전·충청]

그래픽=이승현 디자이너그래픽=이승현 디자이너


대전·충청 지역은 충청권에 불리한 선거구 조정 필요성을 제기해 선거구 획정 재편의 방아쇠를 당긴 지역이다. 지난 2013년 말 충청권 의원 25명이 국회의원 선거구 간의 인구차이를 최대 3배까지 허용한 현행 법률에 대해 헌법소원을 제기, 헌법불합치 판결을 받은 것이 계기가 됐다.

따라서 선거구 재획정으로 가장 큰 수혜를 누릴 것으로 꼽히기도 한다. 대전·충청 지역 정치권도 충청권 지역 선거구 증설에 사활을 거는 모습이다. 선거구 획정 기준이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적어도 1석 이상은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대전 유성구, 분구 확실시?…"선거구 무조건 늘린다"

대전은 올 상반기 기준 인구수가 33만명을 넘어선 유성구의 분구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있다. 대전 유성구는 지난 1989년 인구 8만여명에서 해마다 1만명씩 순인구가 늘어난 셈이다. 총 11개 동으로 이뤄져있으며 대덕연구개발특구가 조성돼 연구소와 국립대학교, 정부기관, 공기업 등이 고루 들어서있어 분구에 큰 어려움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이상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현역 국회의원으로 내년 총선에 도전할 가능성이 크다. 새누리당에서는 비례대표인 민병주 의원이 일찌감치 출마를 준비해 왔다. 분구에 대한 기대감이 큰 만큼 이 지역에 연고를 두고 있는 여야 정치권 인사들이 기회를 노리고 있다.

정용기 새누리당 대전시당위원장은 "대전 지역은 기존 방식이든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제안한 방식이든 선거구 수가 늘어나게 돼 있다"며 "어떤 방식으로 정해지더라도 반드시 선거구를 늘려야 한다는 것이 지역 정치권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충남 지역에서는 천안과 아산이 인구 상한선 초과로 선거구 증설이 필요한 상황이다. 대전 유성구처럼 상한선 초과 지역을 단순히 두 개 선거구로 나누면 두 개의 선거구가 추가로 늘어나게 되는 것이다.


천안은 천안갑과 천안을 두 개 선거구로 이뤄져있다. 이 중 천안갑은 26만326명으로 인구 상한선을 가까스로 지키고 있는데 비해 천안을이 34만2613명으로 분구 대상이다. 지난 19대 총선에서도 천안을은 분구 대상이었으나 일부 행정동을 상대적으로 인구수가 적은 천안갑에 붙이는 방식으로 선거구 증설을 막은 바 있다.

 12일 오후 대전 서구 시청 중회의실에서 열린 ‘국회의원 선거구 증설 6자 협의회 2차 회의’에 참석한 권선택 대전시장이 발언하고 있다. 이날 권선택 대전시장과 이영규(새누리당) 대전시당위원장 등 관정 대표와 육동일(충남대)·정연정(배재대)·최호택(배재대) 교수 등 전문가 3인이 머리를 맞대고 충청권 국회의원 선거구의 합리적인 방향을 논의했다. 2015.5.12/뉴스1  12일 오후 대전 서구 시청 중회의실에서 열린 ‘국회의원 선거구 증설 6자 협의회 2차 회의’에 참석한 권선택 대전시장이 발언하고 있다. 이날 권선택 대전시장과 이영규(새누리당) 대전시당위원장 등 관정 대표와 육동일(충남대)·정연정(배재대)·최호택(배재대) 교수 등 전문가 3인이 머리를 맞대고 충청권 국회의원 선거구의 합리적인 방향을 논의했다. 2015.5.12/뉴스1
◇선거구 증설 1개? 2개?…"어떻게 늘리는 지가 문제"

그러나 선거구 증설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고려할 때 두 개를 한꺼번에 늘릴 수 있겠느냐는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비(非) 충청 지역 뿐 아니라 같은 충청권 내에서도 입장이 엇갈린다.

일각에서는 시군구 기초자치단체의 일부분할을 허용하는 방향으로 선거법이 개정될 경우 천안과 아산의 일부지역을 묶어 별도의 선거구를 만드는 방안이 제기된다. 이 경우 충남지역에서 늘어나는 선거구는 2개가 아니라 1개에 그치게 된다.

대전·충청 지역 한 국회의원은 "천안과 아산 각각 한 개씩 두 개를 늘리는 것은 힘들지 않겠느냐"며 "천안과 아산 합쳐서 한 개를 늘려야 할 텐데 그렇게 되면 자치 시군구의 행정분할을 금지하는 선관위 권고를 무시하게 되는 것이라 어려운 문제"라고 지적했다.

아산 지역구의 이명수 새누리당 의원은 천안과 아산을 합쳐 한 개의 선거구만 늘리는 방식은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명수 의원은 "현재 법상으로 천안과 아산을 하나의 행정시로 합쳐 나누는 것 자체가 불가하다"면서 "분구를 하려면 천안과 아산 별도로 하나씩 늘리는 것이 맞다"고 강조했다.

천안·아산과 비슷한 고민에 빠진 곳은 충북 보은·옥천·영동과 그 연접 선거구다. 충북 보은·옥천·영동은 인구수 하한선에 미달해 주변 선거구 일부와 합구가 필요한 지역이다. 이에 따라 인접한 선거구 중 인구수가 23만명을 넘어선 증평·음성·진천·괴산 선거구에서 괴산군을 보은·옥천·영동 선거구로 붙이는 방안이 거론된다.

그러나 증평·음성·진천·괴산 지역구의 경대수 새누리당 의원 측이 이를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경대수 의원의 고향이 괴산인데다가 괴산군과 보은군이 지리적이나 문화적으로 하나의 지역으로 묶기 어렵다는 것이 이유다.

경 의원 측 관계자는 "지도상으로는 두 지역이 붙어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커다란 산이 있어서 완전히 다른 생활권의 지역"이라고 설명했다.

그래픽=이승현 디자이너그래픽=이승현 디자이너
◇이완구 재기·정진석 복귀…선거구 통폐합이 걸림돌

인구 하한선 미달인 지역 중 충남 부여·청양과 공주는 두 선거구를 합쳐도 상한선을 넘지 않아 부여·청양·공주 하나의 선거구로 통합하면 간단하다. 문제는 해당 선거구를 지역구로 갖고 있는 국회의원들이다.

부여·청양은 이완구 전 국무총리가 공주는 박수현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변인이 각각 지역구로 두고있다. 선거구가 하나로 합쳐지만 이들 중 한 사람은 지역구를 잃게 되고 의원직도 내놔야 한다.

여기에 공주에서 3선을 지낸 정진석 전 국회 사무총장이 최근 이 지역 당협위원장을 맡아 출마를 준비 중이다. 부여·청양·공주로 선거구가 조정되면 당내에서 이 전 총리와 정 전 사무총장이 경선에서 맡붙어야 한다는 뜻이다.

충청권 사정에 밝은 한 새누리당 관계자는 "선거구가 없어지는 사례가 가장 반발이 심하고 조정하기 힘들지 않겠느냐"며 "충청권이 선거구가 늘어날 잠재력이 가장 큰 곳이긴 하지만 이해관계가 각자 다르기 때문에 마냥 단결된 목소리만 나오긴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