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구 획정]의석수 줄어들라…호남 '폭풍전야'

머니투데이 김성휘 기자 2015.08.12 0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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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런치리포트][선거구 어떻게 바뀌나⑥-광주, 전남·북]

20대 총선 호남 선거구 획정대상: 인구 상한초과와 하한미달지역/그래픽=이승현 디자이너20대 총선 호남 선거구 획정대상: 인구 상한초과와 하한미달지역/그래픽=이승현 디자이너


호남은 내년 총선 선거구 획정에 전국 어느 지역보다 예민하게 촉각을 세우고 있다. 인구가 늘어 선거구를 쪼개야 하는 '행복한 고민'은 광주·전주 등 일부 지역에 그치는 반면 전남북 상당수 선거구가 인구감소로 통폐합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11일 국회와 정치권에 따르면 선거구별 인구차가 2대 1을 넘어선 안 된다는 헌법재판소 결정 적용시 광주와 전남북 지역구 의석 축소가 불가피하다. 현재 11석인 전북은 9~10석으로, 광주와 전남을 합해 19석은 18석 이하로 줄 수 있다. 선거구 획정위의 칼끝이 다시 한 번 선거구를 쪼개고 붙이면 사이좋은 이웃 의원들이 공천이라는 외나무다리에서 정치생명을 걸고 만나야 한다.



광주

광주는 북구을(임내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인구가 상한선 27만8760명보다 많다. 동구는 10만명을 조금 넘어 인구하한 13만9380명에 못미친다. 동구의 왼쪽이 남구, 북쪽이 북구갑이다. 남구와 북구가 긴장하는 이유다.



광주의 의석을 8석 유지한다는 전제에선 남·동구를 합한 뒤 갑을로 쪼개는 방식이 가능하다. 남동구 갑을의 평균 인구 수는 약 16만명이 된다. 하지만 남구에선 독립선거구로 남길 바라는 기류다. 우선 북구을에서 북구갑(강기정)으로 일부 동을 떼어주고, 북구갑에서 동구로 일부 동을 떼어 동구와 북구갑을 모두 현행 유지할 수도 있다. 이른바 경계조정이다.

보다 '과감한' 방안으론 북구와 동구를 합쳐 북동구 갑을(평균 27만명)로 나누는 것도 있다. 단 북구의 인구가 계속 늘면 고려하기 어렵다. 광주의 국회의원 감소(8→7명)에 대한 강한 반발도 예상된다.

전남북
전남에선 고흥·보성(김승남)과 장흥·강진·영암(황주홍)이 각각 인구미달로 통합이 거론된다. 양 지역을 합하면 행정구역상 5개 군이나 되지만 인구는 25만으로 상한선 아래다. 현역의원 맞대결이 불가피해 양쪽 모두 꺼리는 방식이다.


호남 유일 새누리당 의원을 배출한 순천곡성(이정현)은 순천시 인구만 상한선에 가까운 27만7000여명이어서 곡성(3만명)과 분리될 가능성이 있다. 이 때 곡성은 광양·구례(우윤근)와 합치거나 담양과 '재결합'할 수도 있다. 18대 국회엔 담양·곡성·구례가 한 선거구였다.

인구수 불합치 선거구가 아니라 해서 마음을 놓을 수 없다. 지금의 담양·함평·영광·장성은 순천과 분리될 경우 곡성의 거취, 인구가 모자란 신안무안(이윤석)의 운명 등에 따라 지금보다 위축될 수도 커질 수도 있다. 이른바 '멀쩡한' 선거구를 건드리면 재획정 범위가 지나치게 넓어지는 게 부담이지만 현재 선거구 역시 총선마다 조정을 거듭한 결과다. 영원한 것은 없는 셈이다.

[선거구 획정]의석수 줄어들라…호남 '폭풍전야'
전주시를 제외한 전북지역은 말그대로 고차방정식을 풀어내야 한다.

정읍(유성엽)과 고창·부안(김춘진)이 각각 인구미달로 통합될 수 있다. 정읍·고창·부안을 단순통합하면 23만명으로 인구문제는 없어진다. 단 현역의원간 공천경쟁을 벌여야 한다.

고창부안을 나눠 고창은 정읍에, 부안은 김제에 각각 붙이는 방안도 거론된다. 하지만 인구 불합치 선거구가 아닌 김제·완주(최규성)를 건드려야 하는 도미노 효과가 생긴다.

진안·무주·장수·임실(박민수)과 남원·순창(강동원)도 각각 인구하한에 못미친다. 지역에선 임실이 분리돼 남원·순창과 합치는 이른바 '임순남' 방식 등 여러 시나리오가 거론된다.

한편 전남의 여수시갑(인구미달)은 여수시을과, 전북 전주시 덕진구(인구초과)는 완산구와 각각 몇개 읍·면·동 선거구를 바꾸는 경계조정으로 해결할 수 있을 전망이다.

어떤 경우든 선거구 통폐합은 공천경쟁을 격화시켜 지역정가를 격랑에 밀어넣는다. 이들 지역에 출마를 준비해온 정치신인들도 적지않다.

의원별 출신지가 각각 부안(김춘진) 정읍(유성엽) 김제(최규성)라는 점이 변수가 될지 봐야 한다. 지역으로 갈수록 정당과 후보의 출신지, 학교가 표심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예컨대 가 지역 출신 후보가 가·나 통합선거구 출마를 준비해 왔는데 인근 다 지역과 합쳐 가·나·다 선거구가 된다면 선거전략을 새로 짜야 한다.

촉각 세운 지역 "先 의석수 결정, 後 선거구 획정"

단 이 같은 전망은 의원정수 300석과, 지금의 지역구·비례대표 비율 4.5대 1(246석대 54석)을 유지한다는 게 전제다. 지역별 의석수 조정 숫자에 따라 선거구 통폐합이 최소화될 수도, 반대로 선거구 인수합병(M&A)이 예상보다 크게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

총 의석을 300석으로 고정한다 해도 지역구 의석은 몇 개로 할지, 이 과정에서 농어촌 대표성 보정을 위해 도시와 농촌, 수도권과 비수도권에 각각 어떤 기준을 적용하는지에 따라 희비가 엇갈릴 수 있다. 호남엔 이미 2~4개 시군을 합한 도농복합 선거구가 많아 농촌 대표성 보정에 기대를 거는 시각도 있다.

김승남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전남 고흥보성)은 "헌재 판결에 따라 지역구 의석은 유지할지 줄일지, 지역구를 줄일 경우라도 농어촌 주민의 대표성은 어떻게 보장할지 '원칙'이 정해져야 비로소 지역구 조정 논의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당 장병완 의원(광주 남구)은 "헌재가 너무 인구만 가지고 2:1 결정을 내린 측면이 있다"며 "너무 넓은 지역을 합치면 생활권 문제, 대표성 문제가 생긴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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