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 모두를 만족시킨다는 것은 정말 힘든 일이다. 매번 이같은 과정이 반복되다 보면 '결정장애'가 생길 수도 있겠다 싶어 절로 웃음이 나온다. 헌데 이런 고민의 결과는 대동소이한 것 같다. 경험상 막판까지 몰리면 비용 대비 가장 무난한 것을 고르게 되니 말이다.
눈에 띄는 것은 당초 취지에도 불구하고 이 법이 사회 통념상 과도하게 규제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예상외로 크다는 점이다. 특히 농민들 사이에선 농산물 시장 개방 이후 위축된 농촌경제가 '김영란법'으로 다시 한 번 타격을 입게 됐다며 답답함을 토로하는 이들이 많다.
농민들 입장에서 보면 정말 마른 하늘에 날벼락 같은 얘기일 것이다. 세계 각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로 이미 국내 시장까지 열어준 마당에 '김영란법'으로 농산물 거래까지 감소하게 됐으니 말이다. 법이 정한 비용과 현실 사이에 놓여진 괴리는 너무 깊고, 크다.
농축산물 가격을 보면 이들의 입장이 이해된다. 시장에 가 보면 제일 많이 거래되는 과일 가격대가 5만~8만원 선이다. 또 올해 설 명절을 기준으로 한우 선물세트는 전체 90% 이상이 10만원 이상 이었다. 이 대로라면 형사처벌을 감수하고 이같은 선물을 받을 수 있는 '간 큰' 공무원은 나타나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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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란법'으로 인한 구체적인 피해 전망치도 나온다. 농협에 따르면, 지난 2012∼2014년 평균 한우 명절특수 매출 증가분은 총 8308억원 수준이다. 김영란법 시행 후 매출 50% 감소를 가정할 때 4155억원, 30% 감소 땐 2493억원의 매출 감소가 발생할 전망이다.
수산물도 사정은 비슷하다. 국내 수산물 연간 소비액 6조7000억원 중 22%(1조5000억원) 가량이 설과 추석에 팔린다고 한다. 특히 굴비는 명절에만 전체 물량 39%가 거래된다. 수협은 매출 50%가 줄어들 경우, 7300억원 규모의 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때문에 김영란법 시행령에서 농축산물을 품목별로 예외한도 액수를 정하거나 처벌대상에서 제외하는 등 수요 감소를 최소화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다. 법의 취지는 살리되 애꿎은 피해자가 생기는 건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농협 품목별전국협의회 회장단과 한국수산산업총연합회가 '김영란법' 적용 대상에서 농축산물과 수산물을 제외해달라고 요청하는 건의문을 각각 권익위에 보냈다고 한다. 이들의 절절한 호소가 '소수의견'으로 치부되지 않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