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유행하는 트렌드로 창업하면 어떨까?

머니투데이 한재선 퓨처플레이 CTO(최고기술경영자) 2015.08.0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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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창업 전쟁터에서 승리을 위해 노력하는 주인공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전달합니다.

/캐리커처=임종철 디자이너/캐리커처=임종철 디자이너


스타트업 창업을 결심할 때 가장 큰 고민은 아마 사업 아이템일 것이다. 기발한 아이템이 탁 떠오르면 좋겠지만, 대부분은 어디서 한 번 쯤 들어봤을 만한 아이템을 생각한다.

많은 스타트업들이 투자를 받기 위해 퓨처플레이를 찾아와서 본인들의 아이템이 얼마나 독창적이고 시의적절한지 열변을 토하고 있다.



하지만 이미 비슷한 아이템으로 찾아온 수많은 스타트업을 지켜본 필자의 입장에선 매우 안타까운 심정이 앞선다. 특히 최근 뜨고 있는 아이템일 경우 더욱 그렇다. 웨어러블, IoT(사물인터넷), O2O(온·오프라인 연결 서비스), 핀테크(금융+IT), 빅데이터 등의 분야가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하지만 이를 쫓아 사업을 하는 게 과연 정답일까.

어떤 트렌드가 연일 언론에 키워드로 등장하고 관련 서적이 출판되며 세미나, 콘퍼런스가 범람하기 시작하면 그 트렌드는 더 이상 새로울 것이 없는 일상적인 주제가 되어 버린다. 관련 스타트업이 대량으로 생겨나는 것도 바로 이 즈음이다.



여기에 몇 가지 위험이 있다. 경쟁이 치열해지고 아이템의 신규성 측면에서 매력이 떨어진다.

가장 심각한 위험은 이때 대부분 M&A(인수·합병)가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이다. 구글의 네스트 인수, 삼성전자의 스마트씽즈 인수, 네스트의 드롭캠 인수 등 모두 IoT에 대한 관심이 최고조였던 지난해에 이뤄졌다. 일반적으로 M&A를 통한 엑시트(자금회수)가 최소 2~3년이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지금 IoT 분야에서 창업한다는 생각은 조금 늦은 감이 없지 않다.

트렌드를 재료로 사업 아이템을 잡으려 할 때 현명하게 판단해야 한다. 트렌드를 쫓아가지 않고 선도하려면 그 본질을 꿰뚫어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시대 흐름에 따라 어떻게 변화할지 파악하고 향후 몇 년 후에 꼭 필요할 수 있는 아이템을 찾는 것이다.


필자는 2007년 넥스알이라는 스타트업을 창업했다. 그 당시 가장 유행했던 트렌드는 참여·공유·개방을 철학으로 하는 웹 2.0이었다. 다양한 웹 2.0 서비스들이 등장했고 구글과 아마존이 본격적으로 주목 받기 시작한 때였다.

하지만 웹 2.0 서비스 자체보다 이 서비스를 가능케 하는 기반 기술에 주목했다. 그 핵심은 이제 막 등장하기 시작한 분산 서버 플랫폼이 자리하고 있음을 감지했다. 그리고 국내 포털이나 서비스 회사들도 조만간 분산 서버 플랫폼이 필요할 것이라고 예측해 아이템을 선정했다. 이것이 최근 기술 트렌드를 이끌고 있는 빅데이터 플랫폼, 클라우드 플랫폼이다. 빅데이터나 클라우드라는 트렌드가 나오기도 전인 2007년에 이런 사업을 시작할 수 있었던 것은 웹 2.0 트렌드의 기술적인 본질을 파악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하지만 트렌드를 예측하기란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트렌드에 주목하되 차별화된 아이템을 선정하고자 한다면 트렌드의 허점을 파악하고 이를 해결하는 사업을 시작하라고 권하고 싶다. 트렌드라는 것은 이제 시작된 흐름이기 때문에 완벽하지 않다. 오히려 허점 투성이다.

예컨대 빅데이터 분야의 허점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지금까지 범용적인 솔루션이나 분석 중심이다 보니 각 산업별로 특화된 수요를 만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특정 산업 분야만을 위한 버티컬(vertical·수직적) 빅데이터 서비스나 솔루션이 주목 받을 수 있다. 모바일 게임 데이터 분석에 초점을 맞춘 파이브락스가 대표적인 성공 사례다.

둘째, 데이터 분석가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지만 단기간에 늘어나지 않는다. 분석가를 아웃소싱 해주거나 분석 과제를 크라우드소싱 방식으로 해결하거나 혹은 현업 담당자가 직접 쉽게 분석을 할 수 있는 도구를 제공하는 등의 아이템이 유망할 수 있다.

셋째, 현재 데이터 분석은 사후 분석이 주를 이루고 있다. 점점 더 미래를 예측하거나 고객을 예측하는 분석이 주목 받을 것이다. 가격·고객 구매 여부·유동 인구 예측 등 경쟁력 있는 예측 분석 기술이 유망한 아이템이 될 수 있다.

트렌드가 사업 아이템을 찾는 유일한 방법은 아니지만 좋은 재료가 될 수 있다. 재료의 특성을 잘 파악하고 용도에 맞게 쓰는지에 따라 음식 맛이 달라지듯 트렌드 역시 표면적인 이해가 아니라 본질을 파악하려는 노력, 취약점을 찾으려는 노력이 좋은 사업 아이템을 선정할 수 있는 지름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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