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이 집중 제기한 '국정원 임 과장 미스터리'

머니투데이 최경민 기자 2015.07.30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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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사망 발견 정황, 자살 이유, 감찰 여부 모두 의혹 남아

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원내대표와 안철수 국민정보지키기위원장이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정원 해킹사태 해결을 위한 토론 및 백신프로그램 발표회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2015.7.30/뉴스1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원내대표와 안철수 국민정보지키기위원장이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정원 해킹사태 해결을 위한 토론 및 백신프로그램 발표회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2015.7.30/뉴스1


여·야가 국정원 불법해킹 의혹의 진상규명을 두고 입장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여당과 국정원은 이번주들어 시작된 국회 정보위원회 현안보고 등을 통해 "믿어달라"고 했지만 야당은 자료제출 부실 등의 이유로 국정조사와 특검까지 거론하고 있는 상황이다.

30일 야당은 정책조정회의와 '국정원 해킹 사태해결을 위한 발표회'를 통해 아직까지 풀리지 않는 의혹들을 쏟아냈다. 특히 지난 18일 목숨을 끊은 임모 과장에 관한 의혹제기가 많았다. 아직까지 국정원과 검찰이 명확하게 답하지 못한 내용들이다.



◇임모 과장 사망 당일의 미스터리= 임 과장은 이탈리아 해킹팀의 프로그램을 직접 구매하고 운용하다 지난 18일 마티즈 자동차 안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유서에 "대테러, 대북공작활동에 오해를 일으킨 지원했던 자료를 삭제했다"고 밝힌 채였다.

신경민 의원이 "해킹과 파일삭제라는 두 가지 의혹을 푸는 연결고리"라고 할 정도로 임 과장의 자살은 의혹조사의 열쇠로 간주되고 있다. 하지만 야당 의원들은 임 과장의 자살 정황에 수상한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이날 정청래 의원은 정책조정회의에서 임 과장과 관련한 의혹 7가지를 제시했다. 이를 정리해보면 우선 마티즈 차량은 오전 11시30분에 119소방대가 발견했다. 오전 11시28분 마티즈가 지나갔다는 현장 진술을 확보한 지 2분만에 발견한 셈이다. 정 의원에 따르면 마티즈가 발견된 지점은 현장 진술을 받은 지점에서 성인 걸음으로만 2~3분쯤 걸린다.

차량이 발견됐음에도 119소방대의 무전에서 단 한 차례도 관련 내용이 나오지 않았다. 대신 119소방대는 오전 11시33분에 '거미줄을 치겠다'는 무전을 보낸다. 다수가 들을 수 있는 무전이 아니라 핸드폰으로 통화하겠다는 뜻이다. 그리고 이후 3~4차례 더 '거미줄'을 친다. 마티즈의 발견과 시신의 발견 과정이 투명하지 않다는 설명이다.

정 의원은 "특히 시신이 발견됐다는 보고도 최초 마티즈 발견시점 보다 27분 후에 이뤄졌다"며 "마티즈가 (시신을 찾기에는 엄청 나게 넓은) 항공모함이 아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임 과장은 왜 죽었나? 내부 감찰도 받았나?= 임 과장은 4급직원이다. 국정원 내규상 4급 이하는 자료 삭제 권한이 없음에도 51개 파일을 모두 삭제했다. 특히 100% 복구가 가능한 컴퓨터의 딜리트(Delete)키를 이용해 삭제했다.

국정원은 윗선의 지시없이 임 과장이 파일을 모두 삭제했다고 해명했다. 삭제된 파일도 31개는 실험용, 10개는 대북용, 나머지 10개는 해킹하려다 실패한 것이라고 밝혔다. 해킹에 관한 모든 것도 임 과장이 주도하고 책임졌다고 설명했다.



야당은 이에 대해 두 가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첫째 아무런 문제도 없는 자료를 왜 삭제하고 자살했는지 여부가 불분명하고, 둘째 컴퓨터 전문가가 100% 복구 가능한 방법으로 삭제한 다음 자살한 것에 의구심이 든다는 것이다.

국민정보지키기위원장인 안철수 의원은 발표회에서 "사망한 직원에 대해 처음에는 단순기술자라고 해명했지만 어느새 총책임자라고 한다"며 "새누리당 이철우 의원에 따르면 국정원이 문을 닫아야 할 정도의 일을 맡았다는데 4급직원 혼자 이같은 업무를 전담했다는 것은 해외 정보기관의 웃음을 살만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국정원의 지속적인 부인에도 불구하고 임 과장에 대한 내부감찰이 이뤄졌다는 폭로도 이어지고 있다. 신경민 의원은 "감찰실에서만 위치추적을 할 수 있다. 임 과장의 위치추적은 휴대폰의 MBM이라는 소프트웨어를 통해서 했다"며 "임 과장이 국정원의 감찰을 받아왔다는 간접적인 증거"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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