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정반대 해석', 정보위 국정원 발표 어땠기에

머니투데이 박소연 기자 2015.07.28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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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국정원 자료제시했으나 현장검증 불가능…與 "의혹해소" 野 "근거부족"

국정원의 '내국인 해킹 의혹'에 대한 국회 차원의 진상조사가 본격 시작된 가운데 이병호 국가정보원장이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자리하고 있다. /사진=뉴스1국정원의 '내국인 해킹 의혹'에 대한 국회 차원의 진상조사가 본격 시작된 가운데 이병호 국가정보원장이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자리하고 있다. /사진=뉴스1


"제기된 의혹이 100% 소명됐다."(이철우 정보위 새누리당 간사)
"아무런 근거 없고 그냥 믿어달라는 거다."(김광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27일 국회 정보위가 '국정원 해킹의혹'에 대해 5시간 반이 넘는 현안보고를 진행했지만 여야는 전혀 다른 해석을 내놓아 혼란을 증폭시키고 있다. 국정원은 의혹에 대해 나름대로의 해명을 시도했지만, 보안을 위해 대상을 철저히 '익명화'함으로써 한계를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이날 비공개 회의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기에 여야 의견이 엇갈리는지, 국정원의 해명은 근거가 있는지 따져봤다.

◇국정원 "SKT 3회선 IP와 국정원 휴대전화 기록 일치"…여야 해석 엇갈려



이날 회의의 최대 쟁점은 이탈리아 '해킹팀' 유출자료 중 국정원이 해킹을 시도한 것으로 드러난 SKT 국내 IP 3개의 정체였다. 야당은 3개 회선을 '내국인 사찰'의 결정적 근거로 보고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국정원은 회의에서 "SKT 3개 회선은 국정원의 실험용 휴대전화이고 의혹이 제기된 나머지 2개 회선도 국정원 번호라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철우 새누리당 정보위 간사는 회의 도중 기자들을 만나 "저도 보고 놀랐다. SKT 3회선, 또 추가 2회선 얘기하는데 그걸 딱 보여주더라"며 "해킹된 IP와 대상이 된 스마트폰하고 접속시간이 정확히 일치한다. 이태리 시간하고 이거 시간하고. 소유주도 딱 나와있다. 원의 실험용이라고"라고 밝혔다.


그러나 김광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IP주소를 보고 곧바로 국정원 것인지 알 수 있는 건 아니니 저희쪽 전문가가 확인을 해야 한다"며 "그것이 국정원으로 등록돼 있는 핸드폰이란 걸 증명하든 SKT의 명확한 공문이나 가입 대상자가 있어야 하는데 010-xx..는 국정원 겁니다. 그것만 보여준 것"이라며 반박했다.

◇국정원 보안상 '익명' 발표…野 "로그파일 없이 검증 못해"

이러한 해석 차이는 국정원 특유의 '익명' 발표 방식 때문으로 보인다.

이날 참석한 여야 의원들에 따르면 국정원은 이날 PPT자료에 문제의 IP 3개와 접속 기록이 일치하는 휴대전화 번호('010-xxx..')를 각각 띄운 뒤 "이 번호는 국정원 명의의 번호"라고 발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즉 해킹시도된 SKT IP가 국정원 휴대전화 IP와 일치하기 때문에 국정원 내부 테스트용이며 국내 민간인 사찰용은 아니었다는 주장이다. 하나의 IP를 여러 휴대전화가 사용할 수 있지만, 국정원은 SKT 통신자료를 일부 공개하며 해당 휴대전화와 접속 시간까지 일치한다며 이중의 증명을 한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야당 의원들이 국정원의 발표를 수긍하지 못하는 건 '010-xxx...'라는 익명으로 제시된 번호가 정말 국정원 소유인지, 국정원이 제시한 통신 사용내역이 해당 휴대전화 기록과 일치하는지 눈으로만 보고는 바로 검증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아울러 국정원은 이날 RCS 프로그램의 책임자인 임모 과장이 숨지기 직전 삭제한 자료 51건에 대해서도 "대북·대테러용은 10개, 국내 실험용은 31개, 잘 안 된 게 10개"라고 소명했지만 야당 의원들은 검증이 어렵다는 이유에서 의심을 거두지 않고 있다.

김광진 의원은 "저희가 로그내용을 본 적이 없으니 정확히 알 수 없다. PPT 한 페이지에 죽 리스트를 하는 건데 '김광진' 이렇게 쓰는 게 아니라 그냥 'a' 이런 식으로, 뜻도 의미도 없는 보고다"라고 평가절하했다.

신경민 정보위 야당 간사는 28일 머니투데이 the300(더300)과의 통화에서 "임 과장이 삭제한 파일 중 국내실험용 31개 리스트를 보여줬는데 동그라미, 세모, 땡땡 그런 것"이라며 "SKT 3개 회선에 대해서는 저희도 자료를 봤는데 그 번호와 찍힌 시간이 일치하는지는 확인을 해야 할 사항이다. 국정원이 로그파일을 공개하면 단번에 해결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신경민 새정치민주연합 정보위 간사가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신경민 새정치민주연합 정보위 간사가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자료제시에도 논란 계속…'믿음' 근거 공방 계속될 듯

논란이 계속되자 정보위 소속 박민식 새누리당 의원은 28일 오전 원내대책회의에서 국정원이 전날 발표한 국정원 명의의 실험용 스마트폰 사용내역까지 제시하며 해당 스마트폰의 IP 사용 기록과 국내 SKT IP 사용 기록이 정확히 일치한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이날 머니투데이와의 통화에서 "어제 회의에서는 보여주지 않았는데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SKT로부터 국정원 위장 명의의 스마트폰 내역 자료를 직접 받아 공개한 것"이라며 "이래도 믿지 않으면 답이 없다. 믿고 싶지 않은 거다. 이건 정쟁의 대상이 아니라 사실관계를 인정하는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번 국정원 해킹의혹은 기술적으로 복잡한 사안인데다 RCS 프로그램의 4년치 로그자료 등 전권을 국정원 스스로가 쥐고 있는 만큼 정보위 의원뿐 아니라 보좌진 다수도 이날 국정원 발표에 대해 "정확히는 모르겠다"며 자신의 주장에 대한 정확한 근거를 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정보위 관계자들은 전문가 간담회 등을 통해 사안에 대한 실체적 진실이 명확히 밝혀지기 전까지는 '믿음'에 의한 여야 공방이 계속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새정치연합 국민정보지키기위원회 소속 정태명 성균관대 소프트웨어학과 교수는 "국정원의 해명은 일리가 있다. SKT에 맞는지 확인을 해봐야 하는 것"이라며 "삭제된 자료 중 51건은 문제가 되지 않는 건데 그렇다면 왜 지웠는지가 중요하다. 그리고 (해킹을 시도한) 휴대전화 소유자가 진짜 누구냐는 게 중요하다. 결국 신뢰의 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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