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치리포트]'판도라 상자' 의원정수

머니투데이 진상현 박용규 박소연 김태은 구경민 김성휘 , 그래픽=이승현디자이너 기자 2015.07.28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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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종합)

기득권 놓는다며 지역구 못줄인다?…정치권에 국민 분노

새정치민주연합 김상곤 혁신위원장과 혁신위원들이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권역별 비례대표제·석패율제와 지역구 조정문제 등을 담은 '5차 혁신안'을 발표하고 있다. 2015.7.26/뉴스1  새정치민주연합 김상곤 혁신위원장과 혁신위원들이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권역별 비례대표제·석패율제와 지역구 조정문제 등을 담은 '5차 혁신안'을 발표하고 있다. 2015.7.26/뉴스1


야권을 중심으로 현재 300명인 국회의원 정수 확대 주장이 본격적으로 제기되면서 여론의 거센 반발이 일고 있다.
국회의원 세비를 줄이더라도 의원 수를 늘려 국회가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게 정치권의 논리이지만, 의원들의 최대 기득권인 지역구는 절대 손댈 수 없다는 걸 전제로 벌어지고 있는 논의에 대해 국민들이 분노하고 있다.

27일 국회 등에 따르면 전날 새정치민주연합 혁신위원회가 제 5차 혁신안으로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지난 2월 제안한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당론으로 채택할 것을 요구하면서 국회의원 증원 필요성을 제기한 뒤 의원 정수 논쟁에 불이 붙고 있다.



김상곤 혁신위원장은 당론 채택을 요구하면서 "현행 지역구 의원수를 유지하면서 중앙선관위가 제안한 '(지역구 대 비례) 2대 1' 의석 비율을 적용하면 지역구 246명, 비례대표는 123명이 돼야 하므로 국회의원 정수는 369석이 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혁신위가 증원 필요성을 제기하자 야권을 중심으로 이에 동조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이종걸 새정치연합 원내대표는 전날 "핵심은 (지역주의로 지역별로 표의 등가성이 다르고 사표가 많은) '0.5 참정권시대'에서 '1.0 참정권시대'로 가자는 것"이라고 했고, 일찌감치 증원 주장을 해온 심상정 정의당 대표도 이날 라디오에 출연해 "더 많은 분들이 소신대로 커밍아웃에 나서길 바란다"며 의원 정수 확대 논쟁에 기름을 부었다.



이같은 야권의 주장에 대해 민심은 들끓고 있다. 관련 기사에 달린 인터넷 댓글 등은 비판 일색이다. "국회의원 늘리자니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다" "국민들은 쓸모없는 국X의원을 대폭 줄이자고 난리인데" "야당에 한표 주고 싶어도 줄 수가 없다" 등 증원 논란을 제기한 새정치연합을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목소리가 대부분이다.

새누리당은 야당을 공격하고 나섰다. 원유철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는 양이 중요한 게 아니라 질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새누리당 초선 의원들의 모임인 초정회도 성명을 내고 의원 수 증대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심상찮은 여론을 의식한 듯 새정치연합도 한발 빼는 모양새다. 전날 최고위에서 이 원내대표의 의원정수 확대 발언은 '개인적 견해'라고 선을 그었고, 문재인 대표도 이날 "권역별 정당명부 비례대표제는 반드시 의원 정수 확대하고 꼭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런치리포트]'판도라 상자' 의원정수
의원 정수 확대 주장이 여론의 '맹폭'을 받고 있는 것은 정치권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도외시한채 일방적으로 '논리'만을 내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증원 논쟁이 '지역구 고수'를 전제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국민들에 대한 설득력이 떨어지고 있다.

정수 논란에 불을 당긴 권역별 비례대표제의 경우에도 선관위는 의원 정수 300명을 유지하면서 지역구와 비례대표 비율을 2대 1로 가야한다고 제안했다. 이 경우 지역구 의원은 246명에서 200명으로 46명 줄어들고, 비례대표 의원은 56명에서 100명으로 34명이 늘어난다.
하지만 새정치연합 혁신위는 선관위가 제시하지도 않은 '지역구 의원 246명'을 전제로 한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거론했다. 지역구는 줄이기 어렵다는 것을 전제로 접근하다 보니 국회의원 정수 증대라는 결론에 도달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의원 정수 증대에 반대하고 있는 새누리당도 '지역구 지키기' 원칙은 다르지 않다.
새누리당은 20대 총선 선거구 조정 과정에서 늘어나는 지역구 만큼 비례대표수를 줄이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헌법재판소의 지역구별 인구 편차 '2대 1' 가이드라인을 충족시키면서 선거구를 획정할 경우 적게는 한자릿수, 많게는 20개 안팎의 지역구가 늘어날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늘어난 지역구 수 만큼 비례대표를 줄여서 정수를 맞추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국회 기능 활성화를 위해선 비례대표 의석수를 더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적지 않다. 지역 뿐 아니라 청년 등 세대별, 각종 직능별 민의를 제대로 대변하고 국회가 지역구에 매몰되지 않고 의정 활동을 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선 비례대표 의석 비율이 더 높아져야 한다는 논리다.

실제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34개국 중 지역구와 비례대표를 혼합하고 있는 6개국(뉴질랜드(41.6%), 헝가리(46.7%), 독일(50%), 멕시코(40%), 일본(37.5%), 한국(18%)) 중 우리나라가 비례대표 비율이 가장 낮다.

이런 현실에도 정치권이 지역구를 고정변수로 의원 정수를 논의하는 것은 국민들보다는 '자기 밥그릇'을 우선한다는 비판을 피하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의원 정수를 늘리지는 쪽에서 국회의원들이 받는 세비를 삭감해서 전체 예산을 맞추자는 주장을 하고 있지만 의원 수가 늘어난 이상 비용도 슬그머니 함께 올라가게 될 가능성이 높다. 1991년 ‘무보수 명예직’으로 출발한 지방의회 의원의 경우 2006년부터 연 3500만~6500만원의 의정비를 받고 있다. 최근에는 국회의원과 달리 겸직이 가능한 이들 시·도의원에게 유급 보좌관을 허용하는 법안이 소관 상임위를 통과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정의당 처럼 기존 선거제도로부터 피해를 보고 있다고 생각하는 소수 정당들의 의원정수 확대와 제도개편 요구를 하는 것은 이해가 가는 측면이 있다. 하지만 이 역시 국민들의 공감대나 정치 혁신없이 증원 주장이 제기돼선 실현되기도 어렵고 되더라도 '정치과잉'만 초래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300, 369, 390…의원정수, 여야 속내 '커밍아웃' 해보면

그래픽=이승현 디자이너그래픽=이승현 디자이너
국회의원 증원문제로 여의도 정가가 달궈지고 있다. 작년 헌법재판소의 선거구간 인구비례 조정 결정에서 촉발된 의원정수문제는 총선 10개월을 앞두고 선거구 획정과 연계돼 피할수 없는 상황이 됐다.
새누리당은 현원인 300명 유지를 고수하고 있지만 야당은 증원을 주장하고 있다. 전날(26일) 새정치민주연합 혁신위원회가 5차 혁신안에서 국회의원정수를 369명으로 증원하는 예로 들었고 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는 여기에 390명을 주장해 논란은 더욱 가중 돼 향후 국회 논의가 주목된다.

◇먼저 '패' 꺼낸 野…혁신위·이종걸 원내대표 "의원수 늘리자"
야당 혁신위는 전날 소선거구제-권역별비례대표제 도입을 전제로 국회의원 정원을 69명 늘리는 안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현행 지역구 총원인 246명을 유지하는 선에서 비례대표를 지역구의 50% 수준인 123명으로 늘려 의원 총원을 369명으로 하자는 것이다.

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여기에서 더 나아가 지역구에서 14명 정도를 증원해 지역구는 260명으로 하고 비례대표는 130명으로 해서 390명을 총원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야당의 이런 주장은 지난 2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정치관계법 개정의견에서 출발한다. 당시 선관위는 소선구제-권역별비례대표제 도입 의견을 제출하며 지역구와 비례대표를 2대1로 하는 것을 제안했다. 선관위는 의원 전체 정수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제안을 하지 않았지만, 현행 300명을 유지한다면, 지역구 246명 비례대표 54명은 지역구 200명 비례대표 100명으로 조정된다.

야당이 선거혁신을 내세워 증원을 요구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비례대표 확대를 통해 상대적으로 여당보다 의석수를 더 얻을 수 있다고 보는 계산이 깔려 있다. 이는 지난 19대 국회의원 선거 당시 비례대표 득표율을 살펴보면 더 분명해진다.

19대 국회의원 선거당시 정당명부식 비례대표 선거에서 새누리당은 42.8%의 득표율을 올렸고 민주통합당은 36.45%를 확보했다. 두 정당만의 비교로는 새누리당 특표율에서 6.35%를 앞서지만 군소정당을 합하면 상황이 달라진다. 당시 총선에서 범여당이었던 자유선진당은 3.23%를 득표했고 반대로 범 야당인 통합진보당은 10.30%를 확보했다. 즉 범 여권은 46.13%였고 범 야권은 46.75%로 야당의 득표율이 더 높다. 비례대표만으로 놓고 보면 근소한 차이지만 야당이 앞서는 것이었다.

그러나 지역구와 비례대표의 2대1의 비율은 향후 논란이 될 전망이다. 야당은 선관위 제을 수용했다고 밝혔지만 선관위는 2대1 비율의 산출근거와 적정성 여부에 대해서 뚜렷한 설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지난 2월 선관위 정치관계법 제안 당시 선관위 관계자는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의 통화에서 "지역구와 비례대표 비율은 시뮬레이션 결과가 아니라 선관위 의견"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정의당, "더 많은 커밍아웃 기대"…소수정당 위해 비례대표 늘려야

새정치민주연합이 의원 증원문제를 공식적으로 거론하자 원내 소수정당인 정의당은 쌍수를 들고 환영하고 나섰다. 소수정당으로 정의당은 의석수 증원, 특히 비례대표 증원에 정당의 명운이 걸린 상황이다.

정의당 심상정 대표는 27일 오전 YTN라디오 '신율의 출발새아침'에 출연해 "더 많은 분이 소신을 가지고 커밍아웃하길 바란다"며 환영 의사를 내놨다. 심 의원은 "투표 가치의 평등성을 구현하라는 헌재의 판정 취지를 살리려면 지금 지역구가 최소 14~24석까지 늘어야 한다"면서 "참신한 신진세력이 원천적으로 봉쇄되는 결과가 나오기 때문에 비례대표를 늘리자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재 정의당 소속 의원은 5명이다. 이중 지역구를 가지고 있는 의원은 심 대표 뿐이다. 공직선거법에 비례대표의원을 당선시키기 위해서는 지역구 5석이나 득표율 3%를 넘어야 한다. 앞서 19대 국회에서 통합진보당 출신으로 대거 국회에 진출했던 정의당의 경우 다가올 총선에서도 비례대표를 통한 원내진출에 많은 기대를 걸고 있다. 이런 상황에 야당의 비례대표 증원은 큰 희소식이다.

이런 정의당의 상황에 심 대표는 지난 4월에 의원정수 360명 증원(지역구 240명, 비례대표 120명)과 권역별비례대표제 도입하는 내용의 청원안을 소개하기도 했다.

현행 유지 與 "국민정서 증원 안돼"…오픈프라이머리에만 관심

여당의 주장은 현행 체제를 유지하자는 것이다. 소선거구제 하에서 지금과 같은 방식의 선거를 치르는 것이 휠씬 유리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동시에 여당은 헌재 결정으로 인한 지역구 증원은 비례대표를 축소를 통해 해결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여당이 현원 유지를 주장하며 내세우는 공식적인 이유는 '국민정서'다. 정치불신이 만연하고 의원정수를 줄여야 한다는 요구가 적잖은 상황에 증원은 국민적 지지를 받기 어렵다는 것이다.

원유철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에서 "국회는 양이 중요한 게 아니라 질이 중요하다"면서 "국회는 의원 정수를 늘리는 것보다도 국회가 국가 경쟁력을 높이는데 집중할 때"라고 증원문제에 선을 그었다.

여당의 이런 전략은 국민정서와 함께 선거전략적인 측면도 적잖다. 무리하게 선거제도 전반을 뒤흔들다 권역별 비례대표나 석패율제 등 여당에게 불리한 선거제도가 도입되는 것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여당도 헌재 결정은 존중한다는 입장이다. 여당 역시 지역구간 인구비례 2대1에 따르는 지역구 증원을 불가피한 상황으로 이해하고 있다. 여당의 핵심관계자는 선거구 조정을 통해 늘어나는 지역구는 10여석 내외로 보이며 지역구 증원만큼 비례대표를 축소해 현원 300명을 지키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선거구-의석수…'철옹성' 기득권, 바꿀수 있나

[런치리포트]'판도라 상자' 의원정수
새정치민주연합 혁신위원회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가 제안한 '권역별 비례대표제'의 당론 채택을 요구하는 등 내년 20대 총선을 앞두고 선거제도와 선거구 개편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도 내달 13일까지 선거구획정위원회에 선거구 획정 기준을 보내야 해 국회의원 정수, 권역별 비례대표 도입 여부 등 민감 이슈들을 서둘러 결정해야 한다.

27일 국회에 따르면 정개특위는 이날과 28일 양일간 공직선거법소위 회의를 열고 선거구 획정 기준 등에 대한 논의를 이어간다. 야당은 의원 정수와 선거구획정 기준을 동시 논의할 것을 주장하지만 여당은 획정 기준을 먼저 정하고 의원 정수·선거제도 개편등은 추후 논의하자는 입장이다.

정개특위는 이날까지 9차례 공직선거법소위원회를 열었지만 국회의원 정수에 대해서는 제대로 논의하지 못했다. 선거구 획정기준과 선거제도 등이 결정된 후 가장 마지막에 의원정수가 논의 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선거구 획정 기준, 與 "변화 최소화" 野 "변화 감수해야"
선거구 획정 기준도 여야간 견해차가 작지 않다. 여당은 기본적으로 문제없는 지역구는 인정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야당은 기초단체가 독립선거구를 만들만큼 인구수가 되면 독립시키자고 주장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헌법재판소가 제시한 지역구별 인구편차 기준 '2대 1'을 지키되 이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경우 자치구, 시·군의 행정 분할을 일부 허용해 선거구 조정을 최소화하자는 입장이다. 기존 지역구 변화를 최소화 하자는 취지다.

그러나 새정치연합은 선거구의 연쇄적 재편을 감수하더라도 인구 기준을 충족시키는 행정구역상의 자치구·시·군·구는 단일 지역구로 하는 것을 원칙으로 제시하고 있다. 인구 하한선을 미달하는 지역은 인근 지역과 묶자는 것이다.

야당의 주장대로 하면 인구 상한 기초단체에 붙어 있는 인구 하한 기초단체의 경우는 기존 선거구에서 떨어질수도 있다.

◇권역별 비례대표제, 與 "반대" 野 혁신위 "당론 채택"
제도 개편과 관련해선 중앙선관위가 지난 2월 제안한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 여부가 쟁점이 될 전망이다. 여당은 군소정당 난립우려로 반대하고 있고 야당은 특별한 입장을 내놓고 있지 않았다.

김상곤 새정치연합 혁신위원장은 전날 선관위가 제안한 권역별 비례대표제 선거제도를 8월 중 당론으로 채택해 달라고 당에 요구했다. 김 위원장은 "지역기반의 거대 양당 독과점체제가 해소되려면 각 정당이 자신이 얻은 득표율에 비례하는 만큼의 의석을 배분받을 수 있어야 한다"며 도입 필요성을 강조했다.

선관위가 제안한 권역별 비례대표제는 전국을 6개 권역(서울권, 경기·인천·강원권, 경남·부산·울산권, 대구·경북권, 충청권, 전라·제주권)으로 나누고 전체 의원 정수를 권역별 인구비례에 따라 나누되 지역구와 비례대표 비율은 2대 1 범위에서 정하도록 했다. 각 정당은 권역별로 얻은 득표율에 따라 의석을 배분받고 지역구 당선인을 제외한 나머지 인원을 비례대표 명부 순위에 따라 권역별 당선인을 결정할 수 있다.

새누리당은 이 제도가 기존의 선거 제도 틀을 완전히 바꾸는 것은 물론, 지역 등에 기반한 군소 정당의 난립을 부추기는 등 우리 대통령제와는 적합하지 않다는 논리로 반대하고 있다.

새정치연합은 이번 혁신위의 요구로 내부 토론이 급물살을 탈 것으로 예상된다. 워낙이 변화가 큰 사안이라 당론 채택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지만 정의당 등 다른 야당과의 연대 가능성을 감안하면 간단히 내칠수도 없는 입장이다.

◇의원 정수, 與 "지역구 늘면 비례 줄여 유지" 野 "정수 확대해야"
권역별 비례대표제는 의원 정수 논의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선관위가 이 제도를 제안하면서 지역구와 비례 의석수 비율을 2대 1로 할 것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선관위 제안에 따르면 현행 300명을 기준으로 지역구 200명 비례대표 100명이 된다. 전날 야당 혁신위가 발표한 안에 따르면 지역구를 현행 246명으로 유지하는 경우에는 369석이 된다. 이종걸 새정치연합 원내대표는 더 나아가 지역구 260명 비례대표 130명 등 총 390명으로 증원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기도 했다.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도입하지 않더라도 의원수 증원 문제는 논쟁이 불가피하다. 헌재가 제시한 지역구별 인구 편차 '2대 1'을 적용해 선거구를 획정하게 되면 현실적으로 작게는 한자릿수, 많게는 20개 가까이 지역구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정수를 유지하면서 무리해서라도 지역구를 현 246개를 맞추든지, 아니면 늘어나는 지역구 만큼 비례대표를 줄여야 해 해법이 쉽지않다.

의원 정수 확대에 부정적인 새누리당은 선거구 획정위의 안으로 늘어나는 지역구 만큼 비례대표 의석수를 줄여 정수를 유지하는 방식을, 새정치연합은 비례대표를 줄이지 않고 늘어나는 지역구 만큼 의원수를 늘리는 것으로 선호하는 편이다.

의원 정수 논란 기름부은 권역별 비례대표제 뭐길래

새정치민주연합 혁신위원회는 선거관리위원회가 제안한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적극 수용할 것을 제안했다. 권역별 비례대표제는 전국을 다수의 권역으로 나눠 각 권역마다 독자적인 정당명부를 작성, 해당 권역의 정당득표에 따라 의석을 배분하는 방식이다.

정당득표에 비례해 의석이 배분되므로 약세정당도 의석을 얻을 가능성이 있다. 새누리당은 호남에서, 민주통합당은 대구경북에서 비례대표를 낼 수 있어 지역주의의 벽을 허물 수 있는 선거제도로 여겨진다.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 자체가 국회의원 정수 확대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과 함께 국회의원 정수를 300석에서 369석으로 확대하는 혁신위안이 논란거리가 되자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27일 "의원 정수는 다양하게 응용할 수 있다"며 "현재 의원 정수를 지키면서 권역별 정당명부 비례대표제를 할 수

있다"고 선을 그었다.
권역별 비례대표제가 우리나라 정치 발전을 가로막는 주범인 지역주의를 완화할 수 있는 대안으로 꼽히면서도 국회의원 정수 확대란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비례대표 의석수 주장과 맞물리면서다.

새정치민주연합을 비롯해 야권에서는 비례대표 의석수 확대를 지속적으로 주장해왔다. 투표가치의 등가성을 최대한 보장하고 국회의 전문성 제고를 위해 비례대표가 늘어나야 할 필요가 있다는 이유다.

그래픽=이승현 디자이너그래픽=이승현 디자이너
국회의원 정수의 변화없이도 비례대표 수는 늘릴 수 있다. 지역구와 비례대표 비율을 2대1로 제시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제안을 따르면 총 300석 중 지역구 의원은 246석에서 200석으로, 비례대표 의원은 54석에서 100석으로 늘어난다.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도입, 운용할 때도 100석 정도 규모가 적당한 것으로 분석된다. 김종갑 국회 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권역별 비례대표제에서 비례의석의 규모는 100석과 120석이 적정규모로 제안되는데, 120석보다는 100석이 새누리당과 민주당이 상대지역에서 얻게 되는 비례의석의 격차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종갑 입법조사관의 분석에 따르면 19대 총선 결과로 시뮬레이션했을 때 100석일 경우 새누리당은 호남에서 1석, 민주당은 영남에서 7석이 배분되지만, 120석에서는 새누리당 1석, 민주당 9석이 된다. 대구경북에서는 100석일 경우 새누리당 7석, 민주당 2석이지만, 120석으로 하면 새누리당에 9석, 민주당에 2석이 돌아간다.

지역구 의석수가 줄어들어 기존 지역구 의원들의 반발이 예상되는 점은 석패율제가 일정 부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란 의견이 있다. 석패율제는 특정 순번에 지역구 후보자를 동시에 입후보 시키고 낙선자 중 최다 득표자를 비례대표로 당선시키는 제도다.

지역구 출마와 함께 권역별 비례대표제와 석패율제를 통해 국회 입성의 기회가 추가되므로 지역구 의원수 축소에 따른 기회 상실을 상쇄할 수 있다. 또한 국회의원들이 지역구 활동에 '올인'해야 할 필요성을 줄임으로써 정책과 입법 활동에 보다 비중을 둘 수 있는 효과도 기대된다.

그러나 비례대표 수 증가를 주장하는 측은 현재 의석수를 유지한 상태에서 비례의석 수를 늘리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현재 의원 정수를 유지하려면 선거구 재획정에 따라 늘어나는 지역구 대신 비례 의석을 줄이는 방향으로 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헌재 결정 이후 정치권 일각에서는 지역구 조정을 통해 늘어나는 의석만큼 비례대표 의석을 축소해서 300석을 유지하자는 퇴행적인 주장이 나오고 있다"라며 "비례대표 의석 비율을 더 낮추자는 것은 의원정수 확대에 대한 국민들의 반감 뒤에 숨어 현재의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국회의원 300명'…외국보다 적긴 한데

그래픽=이승현 디자이너.그래픽=이승현 디자이너.
여의도 정가의 '뜨거운 감자'인 국회의원 정수 확대 문제가 또다시 불거졌다.

새정치민주연합 혁신위원회가 지난 26일 5차 혁신안을 통해 의원 정수를 369명으로 늘리자고 제안한데 이어 이종걸 새정치연합 원내대표는 390명까지 확대해야 한다면서 혁신위 발언에 힘을 보탰다.

이에 새누리당은 국민 정서에 맞지 않는 반개혁적 발상이라며 의원 정수 확대에 반대했다. '제 밥그릇 챙기기'라는 비판여론까지 더해지면서 '정치 혐오증'이 심한 국민들을 자극할 '화약고'를 건드렸다는 분석이다.

여론 향배를 떠나 현재 우리나라의 국회의원 수는 외국과 비교해 합리적인 수준일까.

국제비교 결과 19대 국회 현재 300명인 의원정수는 10~20% 늘릴 여지가 있는 걸로 파악된다.

27일 국회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의원 숫자와, 의원 1인당 국민 숫자 모두 비슷한 규모의 국가들보다 적은 편에 속한다. 인구와 경제규모, OECD(경제개발협력기구) 가입여부 등 비교가 될 만한 나라를 추려보면 독일 하원 598명, 프랑스 하원 577명으로 우리나라보다 두배 가까이 많다.

의회정치 본산인 영국 하원은 650명에 이른다. 이탈리아는 상·하원을 합치면 1000명에 육박하는 945명에 달한다. 캐나다는 선출직인 하원만 338명이고 호주는 양원 합계 226명이다.

양원제 국가 가운데 상하원 모두 국민이 직접선출하는 나라면 양원 합계를, 영국처럼 상원이 명예직 또는 종신직이거나 간접선출·임명하는 곳이면 하원만 비교한 것이다.

상하원 모두 직선인 미국은 상원 100명·하원 435명 등 535명, 일본은 참의원(상원) 242명·중의원(하원) 480명 등 722명이다. 유럽 단원제 국가로는 스웨덴 349명, 덴마크 179명 등이다. 그리스는 한국과 같이 300명이다.

OECD 평균을 살펴보면 직선의원 1인당 인구비율은 9만6000명이다. 1인당 인구비율은 독일이 13만6000명, 프랑스는 11만3000명, 영국 9만6000명, 이탈리아 6만4000명이다. 한국은 1인당 16만5930명이다. 그만큼 우리나라에 국회의원이 부족하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의원정수를 구하는 공식은 있을까. 미 학자인 타게페라와 슈가트가 1989년 공동연구로 내놓은 공식이 대표적이다. 이를 한국에 단순도입하면 적정선은 400명 가량이다. 국민총생산(GDP)·공무원 숫자·문맹률 등 국내사정을 고려해도 학자에 따라 적게는 306명, 많게는 379명까지 '적정선'으로 제시한다. 단 적정선 공식은 주로 영미권 국가의 사례를 종합, 결과적으로 도출한 것이어서 맹점이 있다. 인구가 많은 제 3세계 저개발국에 기존 식을 대입하면 의원정수가 급증한다.

해외사례를 비교한 학자들은 원론적으로 의원정수가 늘어야 의회권력 참여자를 늘리고 기득권화를 방지해 대의민주주의가 제몫을 할 것으로 전망한다.
하지만 국회에 대한 불신이 뿌리깊은 상황에서 국민들은 의원수 증가를 '특권층 확대'로 받아들이고 있다. 지난 대선 기간 의원정수를 200명으로 줄이자는 주장이 정치개혁의 상징처럼 제시됐으나 대선 이후엔 수면아래 가라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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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이승현 디자이너그래픽=이승현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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