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엇이 문제삼은 합병비율, '산정기간' 보완책은

머니투데이 이코노미스트실 2015.07.28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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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M칼럼]

/그래픽=김현정 디자이너/그래픽=김현정 디자이너


지난 17일 삼성물산의 주주총회에서 제일모직과의 합병안건이 69.5%의 찬성으로 가결요건인 66.7%를 가까스로 넘겨 통과되면서 지난 두 달간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한 소란이 겨우 잠잠해졌다.

이렇게 시끄러워진 원인은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이 삼성물산주식 7.12% 보유공시와 더불어 합병비율의 부당함을 근거로 합병반대운동을 벌였기 때문이다. 삼성물산이 보유한 삼성전자 4.1%를 비롯한 계열사 주식 등 자산가치가 제대로 반영되어 있지 않다는 게 주된 이유였다.



그런데 상장회사간의 합병비율 산정은 지난 수십 년간 자본시장법에 근거해 모든 상장회사들이 적용받아온 규정이기에 이의 부당성을 제기한 것은 애당초 법률적으로 무리한 행위였다.

현행 ‘자본시장법’의 상장회사간의 합병비율 산정기준(시행령 제84조의7, 이사회결의 전일 기준 1개월 평균, 1주일 평균, 전일 종가 3개 평균가와 전일종가 중 낮은 가격)은 1997년 4월1일자로 개정시행된 ‘증권거래법시행령’에서 비롯되었으며 그 이후 변동이 없는 상태이다. 합병행위 자체가 상장회사보다는 비상장회사를 중심으로 일어나기 때문에 오랜기간 동일하게 유지돼 왔다.



그런데 적지 않은 일반 주주들이 엘리엇의 합병비율 부당성 지적에 감성적 호응을 보낸 배경에는 삼성그룹이 지배구조개편을 유리하게 하기 위해 삼성물산의 주가를 소극적으로 관리했을 것이라는 의구심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오비이락처럼 삼성물산의 주가는 이사회 합병 발표일인 5월26일을 기점으로 과거 1개월동안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삼성물산과 같은 대형주의 주가를 인위적으로 관리한다는 것은 사실상 어렵지만 중소형주나 유통주식물량이 적은 주식의 경우는 중요한 경영실적이나 계약 등에 대한 시점관리를 통하여 충분히 주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또한 1개월 동안 자사 주가의 추이를 살피면서 유리하다고 판단하는 시점에서 이사회 일정을 조정해 상장회사의 합병비율을 결정하면 되므로 1개월이라는 산정기간은 논란의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

현재 전체 상장회사수가 97년말 1135개(시가총액 77조)에서 지난 6월말 기준 1849개(시가총액 1475조)로 대폭 증가한 상태이고 주가변동폭도 8%에서 30%로 확대된 점을 감안하면, 시장변동성과 이벤트 가능성이 주가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1개월은 정상적이고 공정한 기업가치를 산정하기에 다소 짧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


산정기간이 길수록 경영진이 임의로 주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여지가 줄어들어 불공정에 대한 논란의 소지는 줄어들기 마련이다. 이참에 주식매수청구권의 가격산정기간이나 상속증여시의 주식평가기간과 동일하게 2개월을 합병비율 산정기간으로 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이번 엘리엇 사태를 합병비율계산의 적정성 제고 기회로 활용한다면 우리나라 자본시장발전의 작은 계기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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