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雜s]그때의 '얼라'는 잊자

머니투데이 김준형 기자 2015.07.21 0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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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40대 남자가 늘어놓는 잡스런 이야기, 이 나이에도 여전히 나도 잡스가 될 수 있다는 꿈을 버리지 못하는 40대의 다이어리입니다. 몇년 있으면 50雜s로 바뀝니다. 계속 쓸 수 있다면...

나이 들어가면서 '꼰대' 소리 듣지 않으려면 과거에 머물러 살지 않는게 중요하다. 자신과 타인에 대한 평가는 특히 그렇다.
"내가 OO할때 걘 복사하고 있었잖어" "그 친구, 아직 애지 뭐" ""걔가 뭘 잘 몰라서 그래" 이런 말을 입에 올리지 말라는 말이다.

한참 어리기만 한 줄 알았던 후배가 따져 보면 이미 내가 팀장, 부장 했던 나이라는 걸 새삼 깨닫고 놀란다. 나이 뿐 아니라 능력도 그때 나보다, 아니 지금 나보다도 훨씬 낫다. 그런데도 그 사람에 대한 오래전 기억이 현실까지도 지배하는 경우가 많다.



부침(浮沈)이 빠른 정치권 근처에 있다 보면 그런 일을 자주 목격하게 된다.
유승민 전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지난해 국정감사 자리에서 '문고리 3인방'으로 불리는 청와대의 비서관들을 '청와대 얼라들'이라고 표현했다.
유의원이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표의 비서실장을 할 때 30대였던 '얼라'들은 그로부터 10년이 흐른 뒤 대통령의 소통 길목을 지키는 '휴대폰 권력'이 돼 있었다. 공개석상에서 90도로 머리를 숙이고, 거의 매일 면전에서 '친박'의원들의 비난을 듣는 수모를 겪은 끝에 5개월만에 물러난 유의원은 결국 '얼라들'에게 호되게 반격을 당한 셈이다.

박근혜 대통령도 비서실장으로 자신을 따라다니던 유의원이 여당의 원내대표가 돼 '자기정치'를 하는 걸 보고 괘씸함을 넘어 배신감을 느꼈을 터이다. 하지만 유의원도 10년전 비서실장 할 때 봤던 그가 아니라는게 이번 '파동'을 통해 명확해졌다.



정치권에 오래 머물렀던 사람들은 김무성 대표가 30년전 처음 정치에 입문해 상도동 김영삼 총재의 집을 드나들 당시를 기억한다. 그에게 붙은 '무대'라는 별명은 지금 흔히 말하는 것처럼 '김무성 대장'의 뜻이 아니었다고 말한다. 새파란 30대 초반 젊은이로 손님들 신발정리 같은 허드렛 일도 마다 않던 그를 귀엽게 봐서 수호지에 등장하는 '어리버리한' 무대를 빗대 애칭으로 불렀다는 것이다(그냥 '무대뽀'가 줄어 '무대'가 됐다고도 한다). 여하튼 그때의 '무대'로만 판단해서는 지금의 집권여당 대표 김무성을 제대로 평가할 수가 없다.

김한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비서실장을 지낸 노웅래 의원은 김대표와 박대통령간의 현안 조율을 위해 당시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한테 연락했다가 "내가 당신 아버지(고 노승환 전 국회부의장)랑 같이 정치하던 사람이야"라는 농반진반 말을 들었다. "그건 아버님하고 일이고요"라고 되받았지만, 자신을 아이 취급하는 상대방하고 대화가 잘 됐을 리는 없다. 김비서실장은 그 뒤부터는 정무수석을 통해 연락을 해왔다.

조직 내부가 됐건 외부가 됐건 함께 일을 해나가야 할 사람들을 '아이'로 봐서는 제대로 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없다.
짐 콜린스의 '5단계 리더십' 구분에 따르면 목표의식이 분명하고 정력적으로 일하는 지도자는 '유능한 리더'까지는 될 수 있다. 하지만 조직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가능케 하는 '위대한 리더'가 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자신의 능력과 성과를 과신하고 구성원들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과거의 '아이'는 잊고 뒷사람들의 생각과 비전을 인정해주는것, '자기 정치'도 하게 만들어 주는게 위대한 리더십의 출발이다.


물론 실제로는 거꾸로 가는 경우가 더 많다.
구성원들을 자기 앞에 줄 세우고, 때론 누군가를 '제압'함으로써 권위를 세우고 싶은 유혹이 더 커지는 모양이다. 거창하게 멀리 볼 것도 없이 조그만 부서나 회사도 다 그런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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