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새 대표에 심상정" 박수 속 울려퍼진 노래는

머니투데이 김성휘 기자 2015.07.19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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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5석 정당의 미래와 '노킹 온 헤븐스 도어'

 정의당 심상정 신임대표가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3기 지도부 선출보고대회에서 당선 소감을 밝히고 있다.  2015.7.19/뉴스1 정의당 심상정 신임대표가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3기 지도부 선출보고대회에서 당선 소감을 밝히고 있다. 2015.7.19/뉴스1


5석짜리 정당이 할 수 있는 게 뭘까. 그것도 한국 정치현실에서.

19일 국회 의원회관. 정의당 당대표 선출 보고대회에서 기록영상을 틀자 배경음악으로 '노킹 온 헤븐스 도어'(밥 딜런)가 울려 퍼졌다. 그 노랫말 중 'It's getting dark, too dark to see'란 구절이 귀에 박혔다. 오역의 위험이 있지만 '점점 캄캄해져, 볼 수가 없어' 정도의 뜻이다.

정의당은 운신의 폭이 매우 좁은 '미니정당'이다. 현재 정치구도에선 찬반 투표수가 팽팽할 때 결정력을 갖는 캐스팅보트 역할도, 독일 녹색당처럼 집권연정의 한 축이 되기도 어렵다. 지역구 국회의원은 심 대표가 유일하고 다른 네 명(김제남 박원석 서기호 정진후 의원)은 비례대표다.



앞으로가 더 문제다. 집권의 꿈은 멀어졌다는 게 정의당 바깥의 냉정한 평가다. 20대 총선을 바라보는 지금, 교섭단체(20석) 구성조차 쉽지 않다. '통합진보당 사태'라는 사상 유례없는 진통을 극복하고 그 멍에를 떨치는 데에도 적잖은 노력이 필요하다.

보고대회는 새로 선출된 지도부에 웃으며 박수를 보내는 등 화기애애했지만 '캄캄하다'는 노랫말이 예사롭게 들리지 않은 이유다.



그래도 정의당을 주목하는 이유는 그의 이력 때문이다. 2000년대 민주노동당은 정의당의 전신 격이다. 심상정·노회찬 등 지금의 정의당 주축들도 민노당에서 성장했다. 민노당은 2002년 16대 대선, 2004년 17대 총선 등을 거치며 획기적인 정책공약을 제시했다. '무상급식·무상교육·무상의료 등 '3무(無)' 정책이다.

당시로선 실현 가능성 없는 이상적인 공약쯤으로 여겨졌지만 국민적 요구를 외면할 수 없던 거대정당들이 차츰 흡수했다. 2010년 지방선거, 2012년 총선과 대선을 거치며 무상급식과 무상보육은 '대세'로까지 여겨졌다. 기초노령연금제 등은 박근혜 대통령 대선공약에도 포함됐다.
 정의당 심상정 신임대표가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3기 지도부 선출보고대회에서 당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2015.7.19/뉴스1 정의당 심상정 신임대표가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3기 지도부 선출보고대회에서 당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2015.7.19/뉴스1
이른바 '무상' 시리즈가 절대선은 아닐 수 있다. 복지확대는 재정악화라는 난제에 직면했다. 여권의 신랄한 비판만이 아니라 야권 내부의 자성도 있다.


어쨌든 민노당은 시대를 앞선 강력한 정책 어젠다를 무기로 강한 인상을 남기고 국민생활의 변화에도 일조했다. 지역주의가 강고한 현실에서 지역기반이 없는 점, 당내 정파간 충돌과 분열 등이 복합 작용하면서 역사 속으로 사라졌지만 지극히 한국적인 정치현실에서 진보성향 소수정당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답을 준 셈이다.

지금의 정의당은 역량도, 정치상황도 민노당 때보다 좋지 않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하지만 할 일은 많다. 그동안 진보정당이 복지확대에 주목했다면 복지의 지속가능성을 뒷받침하는 연금과 재정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 무엇보다 '정규직'과 '노동조합'이라는 범주 바깥의 국민들을 지지기반으로 끌어안을 수 있는 어젠다가 절실하다. 미시적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청년유니온이 피자업계의 '30분 배달제' 철회를 이끌어낸 일화가 있다.

심 대표의 정의당은 과연 대중적 진보, 민생진보라는 '헤븐스 도어'를 두드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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