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300]'패전처리'…조해진 원내수석, 조용한 마무리

머니투데이 이하늘 기자 2015.07.16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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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유승민 '전국구', 원유철 '원내대표'…3역중 홀로 '백의종군'

조해진 전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가 지난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운영위원회 전체회의를 주재하고 있는 모습./ 사진= 뉴스1조해진 전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가 지난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운영위원회 전체회의를 주재하고 있는 모습./ 사진= 뉴스1


프로야구 경기에서 큰 점수 차이가 나면 지고 있는 팀은 승패에 관계없이 남은 이닝을 메우기위한 투수를 마운드에 올린다. 이른바 '패전처리 투수'다. 이 선수는 팀의 경기를 이끄는 선발투수, 승리를 이어가는 '필승조', 승리를 확정짓는 '마무리'와는 달리 팬들과 언론의 조명을 받지 못한다.

팀에서는 패전처리 역시 다른 보직 투수와 함께 소중한 자원이다. 패전처리 투수가 이날 경기를 잘 매듭지어야 다음날 다시 열리는 새로운 경기에서 다른 선수들이 부담 없이 승리를 향해 뛸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



지난 8일 유승민 전 원내대표의 사퇴 이후 14일 새 원내대표가 선출되기까지는 일주일이 소요됐다. 새누리당 원내지도부 공석상태가 이어진 것. 하지만 국회현안 처리를 위해 누군가는 여야협상 등 실무를 맡아야 했다. 이미 임기가 끝난, 아무도 주목해주지 않는 시한부 원내대표 대행은 조해진 당시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의 몫이었다.

비록 패전투수(?)가 되기는 했지만 이번 사퇴국면을 통해 유 전 원내대표는 전국구 정치인으로 발돋움했다. 그의 대선후보 지지율은 지난달 1.6%에서 이달 14일 9.0%로 수직상승했다.(☞관련기사 유승민, 여·야 대선후보 지지율 4위로 급상승…1.6%→9.0%)



유 전 원내대표의 러닝메이트였던 원유철 전 정책위의장 역시 신임 원내대표에 선출되며 사실상 한 단계 '승진'했다. 다음번 등판에서 기대를 한 몸에 받는 선발투수로 낙점된 것.

반면 이들과 함께 원내 3역이었던 조 전 원내수석은 14일 원내대표 선출을 끝으로 이렇다 할 당직 없이 일반 의원으로 돌아간다. 지난 2월 9일 원내수석에 임명된 지 5개월여 만이다.

원내대표 선임 이전 조 전 원내수석은 국회 미래창조방송통신위원회 여당 간사 및 법안소위원장, 주파수소위원장 직 등을 맡고 있었다. 이들 자리는 내년 총선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방송관련 정책과 통신비 인하를 총괄할 수 있는 자리다.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수 있는 자리를 버리고 원내수석 업무를 맡았지만 오히려 '쓴잔'을 마신 모양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8~13일 원내지도부 공석 기간 동안 조 전 원내수석은 국회 운영위원회가 당면한 사안을 풀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8일 오후에는 이춘석 새정치민주연합 원내수석과 회동을 갖고 추가경정 예산을 위한 정부 시정연설 및 상임위원장 선임 등을 위한 본회의 일정 합의에 나섰다.

9일에는 국회 운영위원장 직무대행을 맡아 국회 권한을 대폭 강화하는 내용의 국회법 개정안 등 4개 안건을 통과시켰다. 조 전 원내수석은 의결정족수 부족으로 인해 한시간 가까이 회의장을 지키며 야당 의원들의 입장을 기다렸다. 이후 정족수가 채워지자 법안을 상정해 지난 원내지도부의 마지막 작업을 마무리했다.

지난 원내지도부의 협상과정에서도 실무를 도맡았지만 이슈의 중심에서 다소 벗어나 있던 그는 퇴장하는 순간까지도 유 전 원내대표 사퇴와 원 원내대표 선출에 묻혀 조명을 받지 못했다. 마치 야구의 패전투수처럼.

올해 국내 프로야구에서 1점대 방어율을 기록하며 전국구 에이스로 주목을 받는 기아타이거스 양현종 선수도 입단 후 몇년 동안은 패전처리를 위해 마운드에 수차례 오르기도 했다. 당시의 경험이 현재 에이스 양현종의 성장에 도움이 됐다.

전 원내지도부의 '패전처리' 역할을 맡은 조 전 원내수석. 이번 경험이 그가 새누리당의 에이스로 발돋움하는 '쓴약'이 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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